배우 김예원 "뮤지컬은 나를 계속 채찍질하게 해요"

기사등록 2016/08/29 12:52:25

최종수정 2016/12/28 17:34:17

【서울=뉴시스】김예원, 배우(사진=엠뮤지컬아트)
【서울=뉴시스】김예원, 배우(사진=엠뮤지컬아트)
영화 배우로  데뷔 2013년 '디셈버로 첫 신고식
'복면가왕'·'국가대표2'이어 드라마 '질투의 화신' 출연
10월 공연 뮤지컬 '잭더리퍼' '글로리아'로 변신중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뮤지컬은 아직도 문외한이에요. 끊임없이 헤매고 있죠. 너무 어렵거든요.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게 만들어요. 저를 계속 채찍질하게 만드는 장르죠.”  

 배우 김예원(29)은 2013년 말 초연 창작 뮤지컬 ‘디셈버’에서 여주인공 ‘이연’을 맡아 뮤지컬계 혜성같이 등장했다. 김광석 노래를 엮은 이 뮤지컬은 장진 감독, 김준수·박건형 투톱을 내세운 최대 화제작이었다.

 2008년 영화 ‘가루지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지만 김예원은 당시 뮤지컬계에서는 신인이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대형 창작뮤지컬 여주인공, 게다가 최고 뮤지컬스타 김준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신고식을 치른 것이다.

 이후 지난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올슉업’에서 짝사랑을 하는 엘비스와 가까워지기 위해 남장을 하는 ‘나탈리’를 연기했다. 이 작품으로 ‘제9회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DIMF)에서 신인상을 차지하며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체코 스몰 라이선스 뮤지컬 ‘잭더리퍼’(10월9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의 ‘글로리아’는 그녀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다. 타락한 런던의 뒷골목에서 사랑과 희망을 꿈꾸는 인물이다. 장기 이식을 연구하는 의사이자 그녀를 사랑하는 ‘다니엘’(류정한·엄기준·카이)은 이 살인마 잭과 거래를 하는데 계기가 된다.  

 2009년 국내 초연 이후 세 차례 공연한 이 뮤지컬에서 김예원의 글로리아는 한껏 싱그러움을 머금는다. 그녀의 맑은 음성이 청초한 이 캐릭터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예원은 그럼에도 “‘이게 답이다’라는 건 없는 것 같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할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나만의 방법 등이 정착돼 있지 않죠. 아직 익숙하지 않고 더 어렵다”라는 겸손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이내 싱글벙글이다.

 ‘디셈버’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때는 “문화 충격이었다”고 돌아봤다. “김준수, 박건형 같은 대선배들하고 한 무대에 서는 것 자체도 떨렸어요. 같은 역에 더블 캐스팅된 오소연 씨 역시 대단한 배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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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예원, 배우(사진=엠뮤지컬아트)
 ‘디셈버’의 운동권 여성 이연과 ‘올슉업’의 나탈리는 보이시한 역이었다. 넘버 역시 웅장한 현악 오케스트라 넘버가 아닌, 팝 넘버였다. 기존과 다른 색깔의 넘버로 인해 “굉장한 난관이 있어다”고 털어놓았다.

 “기존과는 다른 쪽의 성대를 써야 했어요. 제가 제 목소리를 알고 쓰는 것이 아니라 동굴 속을 헤매는 듯했죠. 초반 연습에는 목도 많이 쉬었죠. 앞서 글로리아를 맡았던 분들이 묵직하고 농익은 시원시원한 소리를 냈다면 저는 저만의 맑음 등을 강조하고 싶었죠.”

 라이징 스타들을 대거 배출한 영화 ‘써니’(2011)에서 ‘춘화’(강소라)의 라이벌 학교 일진무리인 ‘소녀시대’의 리더역 등으로 주목 받은 김예원의 본래 꿈은 현대무용가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재학 중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발목의 같은 부위만 여러 차례 부상을 당한 뒤 꿈을 접었다. “치료하는 동안 권태가 왔어요. 제 인생 처음 겪었던 위기였죠. 제 삶의 모든 것이 멈추는 느낌이 들어 좌절감이 컸고요.”

 하지만 연기자의 길이 다음에 찾아왔다. 중앙대 연극영화학과에 들어갔고 ‘가루지기’로 스크린에 데뷔하게 됐다. 그러다 그녀의 몽환적인 목소리를 좋아한 ‘가루지기’ 음악감독의 권유로 ‘테마곡을 녹음하면서 감추고 있던 가창력을 꺼내보였다.

 이후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의 ‘새’, 드라마 ‘신기생뎐’의 ‘연정가’ 등을 부르며 OST 전문 가수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는 노래 좀 한다는 인물들이 모두 나온다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높은음자리’라는 이름으로 복면을 쓰고 나와 걸출한 가창력을 새삼 인정 받았다.  

 하지만 김예원은 따로 노래를 배운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 좋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었을 뿐”이다. 어렸을 때 춤을 춰서 리듬감각도 자연스럽게 배었다.  

 김예원은 최근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2’에서 피겨 선수로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아이스하키 선수로 변신하는 ‘가연’을 연기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이 역은 영화에서 코믹한 부분을 담당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도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며 감초 역을 하는 기상캐스터 ‘나주희’를 연기한다. 그녀의 튀는 예모 덕분인데 사실 김예원은 고민도 많고 진지하다. 캐릭터가 꼼꼼해지는 이유다.  

 “제가 본래 내성적이에요. 사실 연기가 안 맞는 기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를 발견해요. 그리고 제 이런 성격이 나름의 장점으로 작용되는 것도 발견해서 재미있고요. 그래서 앞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뮤지컬이든 연기하고 노래부르는 것이 더 기대가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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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예원 "뮤지컬은 나를 계속 채찍질하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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