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이란 공군기지 사용으로 중동서 발 넓히는 러시아

기사등록 2016/08/17 18:46:44

최종수정 2016/12/28 17:31:21

【 하메단=워페어WW·AP/뉴시스】16일(현지시간) 이란 중서부 도시 하메단 인근의 공군 기지에서 러시아의 투폴레프-22M3 장거리 폭격기와 수호이-34 전투기가 이륙해 시리아 알레포와 데이르에즈조르, 이들리브 등 3개 주에 있는 극단 이슬람 조직의 무기를 파괴했다. 사진은 하루 전인 15일 하메단 인근 공군기지 활주로에 러시아 투폴레프-22M3 전투기들이 정렬해있는 모습. 2016.08.17  
【 하메단=워페어WW·AP/뉴시스】16일(현지시간) 이란 중서부 도시 하메단 인근의 공군 기지에서 러시아의 투폴레프-22M3 장거리 폭격기와 수호이-34 전투기가 이륙해 시리아 알레포와 데이르에즈조르, 이들리브 등 3개 주에 있는 극단 이슬람 조직의 무기를 파괴했다. 사진은 하루 전인 15일 하메단 인근 공군기지 활주로에 러시아 투폴레프-22M3 전투기들이 정렬해있는 모습. 2016.08.17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러시아 전투기가 16일(현지시간) 이란 공군 기지에서 출격해 시리아를 공습한 것은 러시아의 중동 내 입지 확장을 보여주는 주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자국 영토에서 외국군이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이란이 러시아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6일 이란 중서부 도시 하메단 인근의 공군 기지에서 투폴레프-22M3 장거리 폭격기와 수호이-34 전투기가 이륙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 출발한 러시아 전투기는 시리아 알레포와 데이르에즈조르, 이들리브 등 3개 주를 폭격해 극단 이슬람 조직의 무기를 파괴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본격 개입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이슬람 국가'(IS)와 같은 극단 수니파 무장세력을 격퇴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공습 지원했다. 러시아는 그간 시리아 북서부 해안도시 라타키아에 있는 자국 공군 기지(히메이밈 기지)를 주로 이용해왔다.

 그러던 러시아가 이란 공군 기지를 이용한 것은 중동 강대국 중 하나인 이란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을 직접 보여준 것과 같다. 시리아 내전 종식 방안을 두고 미국과 갈등하던 러시아가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란과 협력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일로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러시아의 야심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도 러시아와 이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이번 일이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게 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봤다.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러시아외교협회(RIAC) 회장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가 단지 이란과와의 협력 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동맹을 모색하는 것 같다"며 "러시아는 이번 작전을 서방과의 협상에 쓸 또 하나의 카드로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파와즈 게르게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원 국제관계학 교수는 AP통신에 "러시아가 이란 공군 기지를 사용했다는 것은 러시아와 중동의 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다"며 "이번 일은 미국과 지역 강대국에게 러시아가 이곳에 머물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입장에서는 한시적으로나마 외국군에게 자국 기지를 빌려준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NYT에 따르면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란 영토에서 외국군이 작전을 수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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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메단=워페어WW·AP/뉴시스】16일(현지시간) 이란 중서부 도시 하메단 인근의 공군 기지에서 러시아의 투폴레프-22M3 장거리 폭격기와 수호이-34 전투기가 이륙해 시리아 알레포와 데이르에즈조르, 이들리브 등 3개 주에 있는 극단 이슬람 조직의 무기를 파괴했다. 사진은 하루 전인 15일 하메단 인근 공군기지에서 러시아 투폴레프-22M3 전투기가 정비를 받고 있는 모습. 2016.08.17
 1979년 이전 이란 팔레비 왕조 시대에는 미군 관계자들이 이란을 드나들었고, 이란 북동부에 소련의 활동을 감시하는 정보 기관을 설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주권의식이 확고히 자리잡은 이란에서는 이 이상의 군사 작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란에 파견됐던 전직 미국 관료 존 림버트는 "이런 일은 심지어 (팔레비 시절) 샤(이란어로 왕이란 뜻) 때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림버트는 "오늘날 이란에서는 금전적인 수익이 아주 많은 유연성을 발휘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며 러시아가 이란에 후한 보상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손을 잡으면서 '수니파 대 시아파'라는 중동 정세 구조도 한층 더 뚜렷해졌다. 이 점이 극명히 드러난 것이 시리아 내전이다. 미국과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가 함께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반면 러시아는 이란과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국영 IRNA와 인터뷰에서 시리아에 있는 테러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샴카니 사무총장은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의 테러리즘을 격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양국은 군사 시설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같은 날 시아파 정권인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도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의 공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는 이전에도 러시아 공군이 자국 영공을 지나도록 허용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란 공군 기지를 이용하면서 시리아 내 공습을 강화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공군기지에서 시리아까지의 거리는 약 643㎞에 불과하다. 러시아 본토에서 출격했을 때 이 거리가 약 1931㎞임을 고려하면 3배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WP는 비행 거리가 줄면서 연료를 더 적게 쓰고 화물은 더 많이 실을 수 있다며, 러시아가 시리아 반군 점령지를 겨냥한 공습 작전을 강화할 거라고 예상했다.

 이는 시리아에서 철군하겠다던 러시아 정부의 앞선 발표와 상반되는 행보여서 국제사회의 반응이 주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시리아 내전에 파병한 주요 전력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에 군을 투입한 목표를 달성했고 평화회담에 임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이후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 공·해군 기지에 일부 병력을 남겨두고 다른 군사는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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