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착한마녀' 정선아 "벌써 14년차, 갈수록 무대가 무서워요"

기사등록 2016/08/09 09:15:38

최종수정 2016/12/28 17:28:57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뮤지컬 '위키드'에서 글린다 역을 맡은 배우 정선아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8.08.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뮤지컬 '위키드'에서 글린다 역을 맡은 배우 정선아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8.08.  [email protected]
2년만에 뮤지컬 위키드 '글린다' 역
"20대보다 30대 하는 연기 달라
빨리 어른다운 감정 키우고 싶어"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루가 천일 같았어요. 체력과 건강은 자만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죄송하고 무섭더라고요."

당당함과 밝음으로 무장한 뮤지컬스타 정선아(32)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지난달 30일 뮤지컬 '위키드'(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 당시 급작스런 건강 이상으로 자신 대신 '글린다' 역에 더블 캐스팅된 아이비로 교체된 걸 떠올리면서다.

associate_pic2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뮤지컬 '위키드'에서 글린다 역을 맡은 배우 정선아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8.08.  [email protected]
 "전날부터 걱정되고 무서웠어요.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죠. 지금도 마음이 쓰리네요. 속이 상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하다고 알려진 정선아라 팬들의 걱정과 응원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너무 완벽하게 공연 스케줄을 소화해) 로봇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더 인간적이다' 등의 반응이다. "이해해주시는 것이 더 죄송했어요."

 뚜렷한 이목구비에 뮤지컬 '아이다'의 '암네리스 공주', 뮤지컬 '에비타'의 '에비타' 등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온 터라 그녀의 첫인상은 '세다'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 눈물이 많아요. 요즘은 더 그래요. 나이 들어서 그런가? 예쁜 것만 봐도 눈물이 난다니까요. 완벽주의자 같지만 바보 같고 허술한 면이 많아요. '위키드'의 메시지 중 하나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죠. 인간 정선아 역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에요. 호호호." 언제 눈물을 흘렸냐는 듯, 정선아다운 너스레와 웃음이 이내 따라온다.

associate_pic2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뮤지컬 '위키드'에서 글린다 역을 맡은 배우 정선아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8.08.  [email protected]
 2002년 '렌트'의 '미미'로 뮤지컬에 데뷔한 정선아는 이후 '아가씨와 건달들' '광화문연가' 등 대형뮤지컬에 잇따라 출연하며 톱 여자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말 '위키드' 한국어 라이선스 초연 당시 글린다 역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이야기에서 대중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위키드'는 초록마녀 엘파바와 백색마녀 글린다의 우정 이야기가 중요한 축을 이룬다.

 특히 초반에 철없는 부잣집 딸의 전형인 글린다는 엘파바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층 성숙한다. 정선아가 2년 만에 연기한 글린다는 사뭇 어른스러워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글린다가 성장통을 겪고 변해오는 여정이 저랑 비슷해요. 감정 이입이 될 수밖에 없죠."

 2막 첫 신인 '생크 굿니스(Thank Goodness)'가 대표적이다. 글린다가 오즈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는 장면. 에비타와도 겹쳐진다. 절친한 친구인 엘파바는 빗자루를 타고 날라갔고, 사랑하는 약혼자인 '삐에로'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웃음과 희망을 전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배우의 얼굴이다.

associate_pic2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뮤지컬 '위키드'에서 글린다 역을 맡은 배우 정선아가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8.08.  [email protected]
 "제 뮤지컬 생활이 축약된 장면이죠. 지난 공연 때는 고음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 지금은 대사 하나하나를 음미해요. 할 때마다 눈물이 나죠. 저를 바라보는 대중 역을 바라보는 앙상블들의 마음이 애틋하게 느껴지고 고맙고. 저도 '맘마미아!' 때 앙상블을 해봐 그 마음을 알아요."  

 정선아의 이번 글린다는 이와 함께 더 품어주는 사람이 됐다. 지난 글린다와 이번 글린다 사이 뮤지컬 '드라큘라'의 미나, '킹키부츠'의 로렌, '데스노트'의 미사 등 주로 조력자 역을 맡아온 것이 알게 모르게 녹아난 듯하다.  

 "정말 선배들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로 짧은 연륜이지만 저 나름대로 14년 간 뮤지컬배우로 살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예전에는 저만 봤거든요. 제 잘난 맛에 살았죠. 이제는 달라요. 뮤지컬은 정말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연륜이 생기면 큰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 멀었죠. 왜 예전에는 제가 크다고 생각했을까요? 호호. 이제는 갈수록 무대가 무서워요."

 건설 엔지니어인 부친을 따라 어린 시절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며 보내는 등 세계를 누빈 정선아는 지금도 공연이 끝난 때마다 오랜 기간 훌쩍 여행을 떠난다. 현지에서 각종 공연을 보고, 성악 레슨을 받기도 하는 그에게 여행지는 또 다른 무대가 된다. 그렇게 무대에 오르고 여행을 다니며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웃었다.

 "예전 20대 말의 글린다와 지금 30대 초의 글린다는 당연히 다르겠죠. 그런데 나이를 먹는 것이 좋아요. 당연히 주름살이 더해지겠지만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커지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빨리 빨리 어른다운 감정을 키워나가고 싶어요."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위키드 '착한마녀' 정선아 "벌써 14년차, 갈수록 무대가 무서워요"

기사등록 2016/08/09 09:15:38 최초수정 2016/12/28 17:28:57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