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내 인생에서 가장 신나는 일이다"
현금 36조원(234억 파운드)에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홀딩스를 사들인 손정의 일본 IT 대기업 소프트뱅크 사장이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기업의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된 소프트뱅크의 ARM의 인수합병 소식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인수합병 소식이 알려진 지난 18일(현지시간) 손 회장은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은 기회이며 ARM의 장래의 성장 여력을 생각하면 싸게 산 것"이라며 "암의 인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신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36조원 가량을 현금으로 지불하고도 "싸게 산 것이다", "신난다"라고 말하며 구매자를 싱글벙글하게 ARM이라는 회사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ARM은 사물인터넷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 설계사다. ARM의 기술이 들어간 칩은 스마트폰에서부터 서버나 가정의 인터넷 연결 기기 등에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ARM은 자동차에서부터 전구까지 모든 것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에 투자해왔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사물인터넷'이란 간단히 말해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일컫는다. 지금도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은 주변에서 적잖게 볼 수 있지만 사물인터넷이 여는 세상은 이와 다르다.
지금까진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인간의 ‘조작’이 개입돼야 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사람의 도움 없이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예를 들면 출근 전, 교통사고로 출근길 도로가 심하게 막힌다는 뉴스가 떴다. 소식을 접한 스마트폰이 알아서 알람을 평소보다 30분 더 일찍 울린다. 스마트폰 주인을 깨우기 위해 집안 전등이 일제히 켜지고, 커피포트가 때맞춰 물을 끓인다. 식사를 마친 스마트폰 주인이 집을 나서며 문을 잠그자, 집안의 모든 전기기기가 스스로 꺼진다. 물론, 가스도 안전하게 차단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곧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 회장은 "ARM의 기술은 연간 148억개의 반도체에 쓰인다. ARM이 설계한 반도체는 다양한 스마트폰에 들어있다. 스마트폰의 통신용 반도체 중 ARM이 설계한 반도체가 90%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미국 애플이나 한국 삼성전자의 스마트 폰도 암 없이는 단말기를 만들 수 없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손 회장은 왜 지금 시점에서 ARM을 인수한 것일까. 그는 "지금까지 한 투자도 모두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 단계에서 겨려단했다"면서 "다음 패러다임 시프트는 사물인터넷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30년 후에는 전등이나 가로등을 시작으로, 1인당 환산하면 1000개 정도의 물건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ARM의 경영에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매일 ARM의 경영에 참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현 경영진과 함께 중장기 전략과 비전을 확실히 논의해 연구개발과 엔지니어에 대한 투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36조원이라는 인수금액에 대해서 손 회장은 "소프트 뱅크의 역사상 가장 큰 액수였다.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 너무 비싸다는 견해도 있지만 암의 장래 성장 여력을 생각하면 10년 후에는 '이 가격이면 싸게 산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라며 만족해 했다. 소프트뱅크의 인수 금액은 ARM의 지난 15일 종가에서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주당 17파운드다.
그러나 손 회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파운드화가 급락한 것이 암의 인수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0.1%도 그런 생각은 없었다"면서 "브렉시트 결정으로 파운드 하락은 계속됐지만, 이 기간에 암의 주가는 15% 올랐다"라고 환율 이익으로 인해 암을 매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브렉시트 투표 직전에는 엔화는 1파운드 당160엔 정도였지만, 브렉시트 결정 이후 파우드화는 급락해 1파운드 당 130엔 수준까지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18일자 보도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엔화 대비 30% 폭락해 소프트뱅크에게 ARM은 더욱 매력적인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지난주부터 일본의 한 은행이 대량의 파운드를 매수하고 있는 것이 화제가 됐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지난 15일까지 최소 1조 5000억엔이 파운드화를 사들였다. 이는 외환 거래의 일반적인 규모를 훨씬 넘는것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에 일본 기업의 대형 M&A 의혹이 일었지만, 이것이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인 것을 눈치 챈 사람이 없었다.
닛케이는 적극적인 환율 전략이 소프트뱅크의 특기라고 소개했다. 2013년 스프린트를 약 200억달러에 인수했을 때에도 아베노믹스 하에서 엔화 약세로 2000억엔이 넘는 환율 시세 차익을 봤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ARM인수합병 소식에 18일 런던 증시에서 ARM 주가는 41% 상승했지만, 19일 도쿄 증시에서는 소프트뱅크 주식에 팔자 주문이 몰리면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개장 직후 전 거래일보다 10.9%까지 떨어졌다. 소프트뱅크가 이미 부채가 많은데 ARM 인수로 부담이 더해질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우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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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36조원(234억 파운드)에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홀딩스를 사들인 손정의 일본 IT 대기업 소프트뱅크 사장이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기업의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된 소프트뱅크의 ARM의 인수합병 소식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인수합병 소식이 알려진 지난 18일(현지시간) 손 회장은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은 기회이며 ARM의 장래의 성장 여력을 생각하면 싸게 산 것"이라며 "암의 인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신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36조원 가량을 현금으로 지불하고도 "싸게 산 것이다", "신난다"라고 말하며 구매자를 싱글벙글하게 ARM이라는 회사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ARM은 사물인터넷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 설계사다. ARM의 기술이 들어간 칩은 스마트폰에서부터 서버나 가정의 인터넷 연결 기기 등에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ARM은 자동차에서부터 전구까지 모든 것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에 투자해왔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사물인터넷'이란 간단히 말해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일컫는다. 지금도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은 주변에서 적잖게 볼 수 있지만 사물인터넷이 여는 세상은 이와 다르다.
지금까진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인간의 ‘조작’이 개입돼야 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사람의 도움 없이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예를 들면 출근 전, 교통사고로 출근길 도로가 심하게 막힌다는 뉴스가 떴다. 소식을 접한 스마트폰이 알아서 알람을 평소보다 30분 더 일찍 울린다. 스마트폰 주인을 깨우기 위해 집안 전등이 일제히 켜지고, 커피포트가 때맞춰 물을 끓인다. 식사를 마친 스마트폰 주인이 집을 나서며 문을 잠그자, 집안의 모든 전기기기가 스스로 꺼진다. 물론, 가스도 안전하게 차단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곧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 회장은 "ARM의 기술은 연간 148억개의 반도체에 쓰인다. ARM이 설계한 반도체는 다양한 스마트폰에 들어있다. 스마트폰의 통신용 반도체 중 ARM이 설계한 반도체가 90%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미국 애플이나 한국 삼성전자의 스마트 폰도 암 없이는 단말기를 만들 수 없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손 회장은 왜 지금 시점에서 ARM을 인수한 것일까. 그는 "지금까지 한 투자도 모두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 단계에서 겨려단했다"면서 "다음 패러다임 시프트는 사물인터넷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30년 후에는 전등이나 가로등을 시작으로, 1인당 환산하면 1000개 정도의 물건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ARM의 경영에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매일 ARM의 경영에 참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현 경영진과 함께 중장기 전략과 비전을 확실히 논의해 연구개발과 엔지니어에 대한 투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36조원이라는 인수금액에 대해서 손 회장은 "소프트 뱅크의 역사상 가장 큰 액수였다.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 너무 비싸다는 견해도 있지만 암의 장래 성장 여력을 생각하면 10년 후에는 '이 가격이면 싸게 산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라며 만족해 했다. 소프트뱅크의 인수 금액은 ARM의 지난 15일 종가에서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주당 17파운드다.
그러나 손 회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파운드화가 급락한 것이 암의 인수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0.1%도 그런 생각은 없었다"면서 "브렉시트 결정으로 파운드 하락은 계속됐지만, 이 기간에 암의 주가는 15% 올랐다"라고 환율 이익으로 인해 암을 매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브렉시트 투표 직전에는 엔화는 1파운드 당160엔 정도였지만, 브렉시트 결정 이후 파우드화는 급락해 1파운드 당 130엔 수준까지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18일자 보도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엔화 대비 30% 폭락해 소프트뱅크에게 ARM은 더욱 매력적인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지난주부터 일본의 한 은행이 대량의 파운드를 매수하고 있는 것이 화제가 됐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지난 15일까지 최소 1조 5000억엔이 파운드화를 사들였다. 이는 외환 거래의 일반적인 규모를 훨씬 넘는것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에 일본 기업의 대형 M&A 의혹이 일었지만, 이것이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인 것을 눈치 챈 사람이 없었다.
닛케이는 적극적인 환율 전략이 소프트뱅크의 특기라고 소개했다. 2013년 스프린트를 약 200억달러에 인수했을 때에도 아베노믹스 하에서 엔화 약세로 2000억엔이 넘는 환율 시세 차익을 봤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ARM인수합병 소식에 18일 런던 증시에서 ARM 주가는 41% 상승했지만, 19일 도쿄 증시에서는 소프트뱅크 주식에 팔자 주문이 몰리면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개장 직후 전 거래일보다 10.9%까지 떨어졌다. 소프트뱅크가 이미 부채가 많은데 ARM 인수로 부담이 더해질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우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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