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연봉 53억원' 잉글랜드대표팀 감독, '축배'의 자리인가?

기사등록 2016/07/01 16:23:15

최종수정 2016/12/28 17:18:11

【니스(프랑스)=AP/뉴시스】로이 호지슨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 알리안츠 리베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16 아이슬란드와의 16강전에 앞서 그라운드를 밟아보고 있다.
【니스(프랑스)=AP/뉴시스】로이 호지슨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 알리안츠 리베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16 아이슬란드와의 16강전에 앞서 그라운드를 밟아보고 있다.
【서울=뉴시스】박범신 기자 =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국가대표팀 감독은 '축배'의 자리인가, 아니면 '독배'의 자리인가.

 유로2016 16강전에서 탈락한 잉글랜드가 사퇴한 로이 호지슨(69) 감독의 뒤를 이을 후임 사령탑을 찾고 있다.

 자국에서 열린 1966년 월드컵 우승을 이끈 알프 램지 감독 이후 12번째 사령탑을 누가 맡을지 설왕설래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 빠진 잉글랜드를 구해낼 새 감독에게 장·단점으로 작용할 여러 요인을 분석한 기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공영 방송 BBC의 필 맥널티 축구 전문 수석기자는 지난 30일 '잉글랜드 감독, 스포츠에서 가장 좋은 직업인가, 최악의 직업인가'를 통해 잉글랜드 감독이 성공 또는 실패의 가능성을 함께 갖고 있다며 감독론을 제시했다.  

 잉글랜드 감독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신임 감독은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사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함과 명성에서 총리와 맞먹는다는 것. 승패에 따라 국민들을 웃게 할 수도, 울게 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어서다.

 대표팀 감독은 지난 1966년 7월 30일 웸블리구장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에서 서독을 4-2로 꺾고 잉글랜드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끈 램지 감독처럼 레전드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두둑한 연봉도 매력이다.

 인구 33만명에 FIFA 랭킹 34위의 아이슬란드에 패해 지휘봉을 내준 호지슨 감독의 연봉이 무려 350만 파운드(약 53억4000만원)나 됐다. 이번 유로대회에 출전한 어느 감독보다 많다. 프리미어리그 첼시 사령탑을 맡는 안토니오 콘테(47· 315만 파운드), 터키의 파티흐 테림(63· 270만 파운드) 감독을 능가한다.

 16강전에서 비록 웨일스에 졌지만 국민적 영웅이 된 북아일랜드의 마이클 오닐(47) 감독은 고작 25만 파운드의 연봉을 받았다. 지난 5월에 2년 계약 연장을 한 웨일스의 크리스 콜먼 감독은 연간 20만 파운드에 그쳤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마틴 글렌 대표이사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사령탑을 선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누가 되든 고액의 연봉만으로도 감독 자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잉글랜드가 이번 유로대회에서 1승2무1패의 부진을 보였지만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찾을 수 있어 새 감독은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고 보았다. 

 호지슨 감독이 대표팀 영파워의 잠재력을 살리지 못했으나 후임 감독은 2018러시아월드컵 등을 대비해 젊은 선수 중심으로 리빌딩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19세 스트라이커 마커스 래시포드, 토트넘 핫스퍼의 해리 캐인(22), 델리 알리(20), 맨체스터 시티의 포워드 라힘 스털링(22) 등이다. 또한 빼어난 기술을 지닌 에버턴의 수비수 존 스톤스와 미드필더 로스 바클리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2살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이번 유로대회 때 벤치만 달궜다.

 맥널티 기자는 새 감독에게 불리한 요인들도 꼽았다.

 '50년의 저주'를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클럽팀에서도 성공을 거둔 역대 잉글랜드대표팀 사령탑이었던 론 그린우드, 보비 롭슨, 테리 베너블즈, 파비오 카펠로 감독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새 감독은 잉글랜드 축구가 최근 맛본 쓰디쓴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처방전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언론의 호된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4년간 대표팀을 이끌었던 호지슨 감독은 아이슬란드에 패배하기전까지 매스콤과의 관계가 괜찮았지만 이후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감독으로서 받는 극도의 긴장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잉글랜드 감독은 '두꺼운 피부'를 갖고 있어야만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건강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케빈 키건(65) 감독이 2000년 10월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월드컵예선에서 0-1로 패한 뒤,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 감독은 내게 맞지 않는다"고 외치며 화장실에서 사퇴를 결심한 경우가 있다.

 차기 대표팀 감독이 외부의 비판과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고, '50년의 한'을 풀고 잉글랜드적인 DNA를 갖춰야 한다고 볼 때 과연 그같은 자질을 가진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까.

 맥널티 기자는 "그런 인물을 찾기 어렵고 불가능하지만 FA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다만 큰 문제는 후보 리스트 상단에 있는 조제 무리뉴(5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비롯해 다음 시즌부터 맨체스터 시티를 이끄는 펩 과르디올라(45), 위르겐 클로프(49· 리버풀), 안토니오 콘테 감독 등이 프리미어리그에 몸담고 있다는 점이다.

 감독 대행으로 거론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46)는 사령탑을 고사했다.

 맥널티 기자는 누군가는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을 맡게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자리가 지구상에서 최악의 자리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대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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