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파운드 폭락에 英 관광 · 명품업계 '반짝 특수'

기사등록 2016/06/29 16:32:57

최종수정 2016/12/28 17:17:25

눈 돌리는 유커…일본·한국·홍콩 희생되나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지난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함에 따라 영국행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명품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보이는 중국 유커(遊客·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어 일부 업계에서는 뜻밖의 호황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23일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표결과가 나온 직후 이틀간 11.1% 수준의 폭락세를 보였다.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 28일 0.9% 반등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29일 2시53분 현재 다시 0.4% 하락한 1.329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저가 명품 찾아 영국에 몰리는 중국 유커

 29일 블룸버그 통신은 파운드화 폭락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명품 브랜드 버버리와 멀베리 등을 저가에 사려는 중국 유커를 중심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이 관심이 영국에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Ctrip)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파운드화 급락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영국 여행상품 검색이 치솟고 있다. 심지어 중국 최대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봉황망(鳳凰網)은 영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바이 바이 바이(Buy Buy Buy)"라며 명품사재기를 부추겼다.

 스위스 고급 시계 제조사 하인리히모저앤씨(H. Moser & CIE)의 에두아르 메일란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화 급락으로 "중국인의 구매력이 강해지면서 영국에 모여 드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들은 5%에서 20% 수준의 할인율에도 해외여행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관광청 비짓브리튼(VisitBritain)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영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약 27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46%나 급증한 수치다.

 영국 브리티시항공의 모회사 IAG의 윌리 월시 CEO는 "영국은 관광객들에게 매우 매력적이 됐다"며 브렉시트로 인한 관광객 급증을 전망했다.

 영국의 고급백화점 해러드(Harrods)의 마이클 워드 CEO도 "단기적인 파운드화 가치하락은 런던 방문객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 6번째로 큰 115억 유로(약 14조8569억원) 규모 명품시장을 보유한 영국 시장에게 명품 사재기에 혈안이 된 중국 유커 유입은 불행 중 반가운 소식이다. 영국 명품시장은 최근 유럽 내 테러사태 등으로 인해 불황기를 겪어 왔다.

 마인퍼스트방크의 존 가이 연구원에 따르면 파운드화가 10% 하락할 경우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 버버리의 세전 수익이 약 9000만 파운드(약 1399억410만원)이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경제적 효과는 '미미'

 하지만 영국행 관광객 증가와 명품 시장 호황이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업계를 제외한 금융과 제조업 등 대부분 주요 업계에 브렉시트는 대규모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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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명품업계조차도 실질적인 수혜를 누리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버버리의 주가는 브렉시트 개표결과 발표 직후 5.77% 하락했다. 프랑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와 구찌의 모회사 케링도 각각 9.12%, 9.70% 급락한 바 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아무리 명품업체들의 영국 내 수익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미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들에 영국 내 수익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버버리의 경우 영국 내 수익은 총 수익의 10%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60%가 관광객으로부터 창출된다. 즉 중국 유커가 급증한다고 해도 총 수익이 6% 수준에서 소폭 움직일 뿐이다.

 또 일부 명품 브랜드는 영국 파운드화 가치 폭락에 맞춰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시트립은 중국 유커가 비자와 여행계획이 모두 마무리되고 영국이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 증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항공사들마저도 비관적인 입장이다. 윌리 월시 IAG CEO는 "브렉시트를 앞두고 중지됐던 사업활동이 영구적으로 정지될 수 있다"며 "관광객 증가는 장기적으로 손실을 만회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대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CEO는 파운드화가 6~12개월 동안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므로 "승객들을 끌기 위해서는 계속 항공료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영국·유럽 매력 상승에 외면받는 아시아 시장

 중국 유커 등 전 세계 관광객이 영국에 관심을 돌리면서 일본과 한국, 홍콩, 마카오 등이 희생될 전망이다. 위안화 가치는 파운드화와 비교하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시아 주요 통화에 비해서는 약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브렉시트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에 엔화가 급등하면서 일본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명품 브랜드 쇼핑거리 긴자 지구를 찾은 중국 유커는 전년 동기 대비 31%나 늘어났지만,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위안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 급락으로 중국 유커가 일본 대신 영국이나 유럽에서 명품을 살 경우 최대 40%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분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미셸 마 연구원은 여름 휴가철을 맞은 중국 유커들이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계 면세점인 라옥스(LAOX)의 야마자키 요코 지배인은 "엔화 강세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계속 고객을 다른 곳으로 잃게 될 것"이라며 "이는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시아 화폐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 외에도 마카오의 카지노와 홍콩의 쇼핑센터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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