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눙치는 배우들 '오늘도 우리는 살아남았다'… 연극 '가까스로 우리'

기사등록 2016/06/16 16:20:50

최종수정 2016/12/28 17:13:32

【서울=뉴시스】연극 '가까스로 우리'(사진=국립극단)
【서울=뉴시스】연극 '가까스로 우리'(사진=국립극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 '가까스로 우리'는 '유쾌하고 지적인 난장'을 선보인다.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창작 집단 '양손프로젝트'의 박지혜가 연출한 '가까스로 우리는'는 시작 전부터 범상치 않다. 관객들이 입장하는 내내 강렬한 테크노 음악이 흘러나오고, 배우들은 음악 못지 않게 맹렬한 몸짓으로 춤을 춘다.

 오프닝은 본격적인 '난장(亂場)'을 위한 예고편이다. '맘모스' 등 다양한 역을 맡은 양종욱이 "아담과 이브의 성당을 지나, 제임스 조이스를 넘어, '더 스킨 오브 티스'를 거쳐 용산구 서계동 소극장 판까지"라고 외치는 순간,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자욱한 1942년 발표된 원작 희곡은 대한민국 극장 속으로 쏙 들어온다.

 특히 "젊은 연출가전 박지혜. 낡은 연극은 가라!"라는 양종욱의 외침은 일종의 바람이자 선언이다. 74년 전 희곡을 새롭게 해석하겠다는 확신에 찬 의지로 보인다.

 결혼한 지 5000년이 된 앤트러버스 부부와 이들의 아들과 딸, 그리고 가정부 사비나가 나온다. 하루도 무사한 날 없이 '가까스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빙하기, 대홍수, 전쟁과 같은 위기일발의 순간들을 맞이하면서 끝내 살아남았다. 무대미술가 여신동의 인장이 분명한 무대 안 또 다른 무대인 박스 형태의 단출한 흰 무대에서 박 연출은 이 무거운 이야기를 노련하게 풀어간다.  

 연극인지 실제인지 헛갈리는 무대다. 사비나 역을 맡은 양조아가 대사인지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 장치가 오히려 현실을 부각시킨다. 모든 재난을 이겨낸 극중 주인공들이 실제 국립극단 내 마당에서 보이는 대형 마트의 주차요원을 보인다고 언급할 때가 예다.

 '가까스로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건 위기 속 사람들의 관계다. 배우들 역시 사적 관계로 맺어졌다. 원작 희곡에도 명시돼 있는 부분이지만, 앤트러버스 역의 손상규와 아들 역의 안병찬은 서로 다투는 연기를 하다 사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물리적 폭력이 거세져 주변에서 말리고 두 사람은 돌연 본인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이 역시 극본에 써 있다며 다시 눙치고 연기에 몰입한다.

 연극 제목처럼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시대다. 하지만 어쩌랴. 계속 가는게 인생이다. 공연속 음악이 말해준다. 마지막 선곡은 번안곡인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다. 국내에 알려진 밥 딜런의 '돈트 싱크 트와이스 잇츠 올라이트(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로 '두 번씩 생각 않는 게 좋다'라는 뜻이다.

 사방이 흰 색으로 둘러쳐졌고, 가운데에 식탁 하나가 커다랗게 놓인 무대다. 배우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인상적으로 '오늘도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생명력이 진하게 전해진다. 국립극단. 26일까지.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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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눙치는 배우들 '오늘도 우리는 살아남았다'… 연극 '가까스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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