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에 갇힌 서소문·대성·미동아파트…개발제한에 '발목'

기사등록 2016/06/12 07:50:00

최종수정 2016/12/28 17: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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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서울 도심에 40여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아파트들이 있다.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로 한때를 풍미했던 서울 미근동 서소문 아파트를 비롯해 충정로 미동아파트, 행촌동 대성아파트 등이다.


 이 아파트들은 모두 1970년 전후에 지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재건축·재개발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반면 이 아파트들은 서울 도심이라는 유리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1억원대에 매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물과 토지 소유권이 분리돼 있거나 공유지로 묶여있는 등 재개발·재건축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서소문 아파트는 하천을 덮고 지어진 아파트로 법적으로 개발하는 길이 막혀 있다. 건축법이 바뀌면서 하천 위엔 건물을 짓지 못하게 돼 재건축·재개발이 어렵다. 건물과 토지 소유권이 분리돼 있는데 토지는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다.


 지상 7층, 전용 39~58㎡ 126가구로 구성돼 있다. 9동까지 있지만 곡선으로 연결돼 있어 사실상 1개동으로 볼 수있다. 서대문역과 서울역이 가깝고 경찰청 담벼락과 접해 있어 치안이 좋다는 것은 장점이다.

 서울시는 2013년 이곳을 '서울 속 미래 유산' 중 한 곳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근현대 유산을 미래 세대에 알려주기 위함이다.

 인근 A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올해 초 전용 42.64㎡가 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상으론 2006년 6월 전용 39㎡가 1억3000만원에 매매된 게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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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워낙 가격이 저렴한데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직장인들의 문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 외곽지역보다 가격이 저렴해 직장인을 중심으로 수요가 좀 있다"며 "내부를 깨끗하게 리모델링한 곳은 전월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동아파트는 서대문구 충정로3가 국민연금 건물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 8층 1개동, 97세대 규모다. 지난해 전용 55.57㎡가 1억425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미동아파트는 토지가 하나의 공유지로 묶여 있다. 재건축을 하려면 토지 소유 가구의 70% 이상 동의를 얻어 조합을 꾸려야 하는데 이곳은 조합 자체를 꾸리기 힘든 구조다.

 공유지 소유권자를 뽑아 모든 가구의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이 있지만 만장일치가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전에도 몇 번이나 재건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사실상 모든 세대의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아 번번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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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아파트는 종로구 행촌동 독립문사거리와 사직터널 사이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쌍둥이빌딩처럼 서 있는 2개동에 64세대가 살고 있다.

 사직터널을 지나면 바로 광화문과 경복궁이 나오고 서대문독립공원이 가깝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따르면 전용 30㎡ 매물이 1억1000만원 정도에 나와 있다.

 대성아파트의 경우 안전등급 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월이 오래된 만큼 눈으로는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한번도 안전등급 D, E(재난안전위험 건물)를 받아본 적이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오래된 아파트는 거주 용도보다 재건축 기대감에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 아파트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보니 낡은 건물 자체 가치만 반영돼 여전히 옛날 가격에 머물러있다"고 말했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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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에 갇힌 서소문·대성·미동아파트…개발제한에 '발목'

기사등록 2016/06/12 07:50:00 최초수정 2016/12/28 17: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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