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악은 왜 생기는가?…'본성이 답이다'

기사등록 2016/05/29 15:08:24

최종수정 2016/12/28 17:07:51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진화 심리학자인 전중환 교수(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신작 '본성이 답이다'를 펴냈다. 한국인 첫 진화심리학자로 통하는 전 교수는 전작 '오래된 연장통'(2010)에서 진화심리학을 통해 일상 속 소소한 마음의 문제를 탁월하게 짚어냈다.

 '본성이 답이다'에서는 한국이라는 특정한 정치·사회적 환경에 집중한다. 진보와 보수의 극렬한 대립, 십대들의 탈선, '헬조선'으로 지칭되는 청년 실업과 골 깊은 경제적 불평등, 무상 보육·급식을 비롯한 복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 권력자들의 '갑질',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행위…. 나열만 해도 숨 가쁜 문제들이 산더미다.

 갑질의 심리학을 우선 보자. 오너 가족인 대형 항공사 전 부사장이 승무원들에게 고함을 지르며 파일을 집어 던지다. 백화점에서 모녀가 주차장 아르바이트생의 무릎을 꿇린다. 

 강자가 약자를 무자비하게 억압하고 착취하는 성향이 예외 없이 진화했으리라고 많은 사람이 믿는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은 갑이 을을 짓밟는 독재주의이며 인류의 오랜 진화 역사에서 극히 최근에 이르러서야 모두 다 평등한 민주주의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비로소 발명됐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정말로 갑질은 인간의 본성일까?'라고 의문을 던진다. "강자는 약자를 거리낌 없이 지배하고, 약자를 강자를 군말 없이 따르게끔 우리의 마음이 진화했을까"라는 물음을 제기한다.

 전 교수는 그러나 인류는 진화 역사의 대부분에 걸쳐 개인들 간에 재산이나 특권의 차이가 거의 없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에서 살았다고 말한다. 남보다 뛰어난 기술이나 자질을 지닌 사람은 구성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지도자로 인정됐다는 것이다. 즉 "지도자의 작은 권력은 오롯이 추종자들에게서 나왔다"는 얘기다.

 그런데 1만 년 전에 농업이 시작, 남은 생산물이 쌓이고 사회가 커지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높은 사회적 지위가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과 성관계 기회를 약속하게 되면서 지도자가 추종자들을 착취하고 깔아뭉개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창업주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위직을 차지한 이는 상향식 리더십을 원하게끔 진화된 우리의 본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모든 아랫사람은 지나친 갑질에 분노, 행동에 나서게끔 진화된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갑질이 아닌, 갑질에 대응하는 것이 '진화된 마음'이라는 것이다.

 책은 우리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들로 이뤄졌지만, 그것이 곧 이기적인 본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쟁과 살인, 대립과 갈등, 아동이나 여성과 같은 약자를 향한 폭력 등 우리 사회에서 나날이 불거지고 있는 갖은 사회악들이 도대체 왜 일어나는지, 인간 본성을 근거로 한 인과적 설명이 먼저 이뤄진다면 사회악을 보다 효과적으로 줄이는 해결 방안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56쪽, 1만6500원,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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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악은 왜 생기는가?…'본성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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