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범죄세계 살아가는 방식, 리처드 스타크 '얼굴 없는 남자'

기사등록 2016/03/28 07:05:00

최종수정 2016/12/28 16:49:00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무장한 현금수송차량 강탈에 관한 겁니다. 경호원은 세 명. 시내에 정차해 있을 때가 아니라, 고속도로상에서 털기로 되어 있다는 뜻이고요. 성공하면 5만 달러가 내 몫이 된다는 거죠.' 파커가 팔을 뻗어 편지를 의사 가까이로 던져주었다. '다시 읽어보실래요?'"(14쪽)

 "만약 그 친구가 알마의 작전을 모르고 있고, 그 여자가 스킴도 배신하려고 맘먹은 거라면, 그러면 자네 말대로 상황이 진행될 테니 상관없을 거야. 하지만 만약 그 여자가 스킴을 살살 구슬러서 함께 우릴 배반하자고 꼬여놓는다면, 난 그건 두고 볼 수 없어. 스킴도 바보는 아니야. 그도 우리가 생각하는 정도는 생각할 거라고. 그러니 스태튼 섬에서 멀찍이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112쪽)

 영미 범죄소설 거장 리처드 스타크(1933∼2008)의 '얼굴 없는 남자'가 번역 출간됐다. '악당 파커'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악당 파커'는 1962년부터 작가가 작고한 2008년까지 반세기에 걸쳐 미국 문화를 선도하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전설적인 시리즈다.

 군더더기 없는 직선적인 이야기 구성, 강렬하고 절제된 문장도 한 몫했지만 무엇보다 시대가 원하는 매력적인 반영웅 '파커'라는 인물이 그 중심에 놓여 있었다. '파커'는 범죄에 관한 한 매사에 능수능란하며,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때로 그의 동기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매우 단순하기도 하다. 해치울 일거리가 있다면 그냥 한다. 그 일을 가로막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 됐든 달가워하지 않는다. 잡담, 섹스, 탐욕 등 이 모든 것이 그의 눈에는 그저 골칫거리일 뿐이다.

 1권 '사냥꾼'의 뒤를 잇는 이번 '얼굴 없는 남자'에서는 홀로 거대 조직 폭력에 맞섰던 무모한 악당 파커가 본격적으로 범죄 여정에 가담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무장 현금수송차량을 강탈하는 작전은 얼핏 생각하면 간단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완전범죄를 꿈꾸는 파커에겐 모든 것이 철저한 계산하에 치밀하게 계획된다.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였음에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한다. 일련의 과제와 사건에 맞닥뜨리는 파커의 여정과, 그와 함께 변해가는 내면의 흐름이 담겨 있다.  

 "반쪽짜리 두뇌로만 살아가는 스텁스에게는 동물 상태로 돌아가는 일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쉬웠다. 정신이 온전한 인간이라면 먼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공황상태에 빠져 할 수 있는 온갖 어리석은 짓을 다 시도해봤을 터였다. 그리고 그 공황상태에서 살아남게 된다면 그제야 동물처럼 변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스텁스는 훨씬 간단하고 직접적이었다. 어딘가에 갇히게 되면, 동물은 오직 한 가지, 밖으로 도망치는 일에만 온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땅을 파는 것이다"(176쪽)

 "그리고 왜 잠을 잘 수 없는지 궁금해하며 천장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마침내 그 이유를 알아냈다. 생각보다 단순했다. 린과 함께했던 시절과 달라진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던 것이다. 파커는 강탈 계획을 세우고 작전을 짜고 때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여자와 잠자리를 해도 실력이 신통치 않았다. 심지어 그런 경향은 린과 함께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단 작전이 끝나 모든 상황이 뜻하는 대로 마무리된 것을 확인하고 나면, 그는 교배 비용을 지불한 종마만큼이나 성적으로 왕성해졌다. 전에는 작전 한 건을 끝내면, 늘 린이 곁에 있었고, 린 이전에도 항상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도 그의 곁에 없었다."(229~230쪽)

 '사냥꾼'에서 복수와 목적을 향해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거칠고 냉혹한 악당 파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얼굴 없는 남자'에서는 세상물정에 통달한 처세와 원초적 생존 본능으로 무장한 파커가 냉혹한 범죄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전행선 옮김, 280쪽, 1만3000원,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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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범죄세계 살아가는 방식, 리처드 스타크 '얼굴 없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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