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피아니스트 손열음(30)이 피아노를 다루는 일은 '심미적 이성의 강철 같은 사유의 연주'라 부를 만하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사상을 압축한 표현을 빌리자면.
27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모던타임스'에서 손열음은 이성의 차가움에 미학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인 것처럼 김 교수 같은 지식인들에게는 사유가 노동이다. 손열음에게 그 노동은 연주다. 그러므로 손열음의 사유는 연주다.
이날 리사이틀이 증명했다. 손열음은 리사이틀의 콘셉트와 주제를 연주를 통해 명확하게 전달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특히 인문학적 감성이 바탕이 된 날선 해석력이 일품이다. 이번에는 제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세상과 함께 음악이 열린 그 시대, 1914년 1차 세계대전 전후로 변화된 음악 세계의 흐름을 2시간 동안 조망했다.
27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모던타임스'에서 손열음은 이성의 차가움에 미학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인 것처럼 김 교수 같은 지식인들에게는 사유가 노동이다. 손열음에게 그 노동은 연주다. 그러므로 손열음의 사유는 연주다.
이날 리사이틀이 증명했다. 손열음은 리사이틀의 콘셉트와 주제를 연주를 통해 명확하게 전달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특히 인문학적 감성이 바탕이 된 날선 해석력이 일품이다. 이번에는 제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세상과 함께 음악이 열린 그 시대, 1914년 1차 세계대전 전후로 변화된 음악 세계의 흐름을 2시간 동안 조망했다.
특히 아돌프 슐츠 에블러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에 의한 아라베스크 변주곡'과 모리스 라벨의 '라발스'를 처음과 끝에 배치한 구성은 자체로 완결성을 갖췄다.
1차 세계대전 전 유럽의 젖줄 도나우 강에 대한 찬사를 담은 곡을 초반에 배치하고, 1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했던 라벨이 전쟁 이후 기존 춤곡 형식을 박살낸 곡을 마지막에 둔 것만 봐도 손열음의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고민이 한 눈에 보인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에 의한 아라베스크 변주곡'은 화려화되 가볍지 않았다. 라벨이 전쟁 직전에 스케치하고 전장을 다녀온 뒤 완성한 '쿠프랭의 무덤'은 심연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특히 내내 비애감에 젖어 있다가 6악장 토카타에서 내뿜어져나오는 애절한 상승감은 가슴을 아려왔다.
1차 세계대전 전 유럽의 젖줄 도나우 강에 대한 찬사를 담은 곡을 초반에 배치하고, 1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했던 라벨이 전쟁 이후 기존 춤곡 형식을 박살낸 곡을 마지막에 둔 것만 봐도 손열음의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고민이 한 눈에 보인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에 의한 아라베스크 변주곡'은 화려화되 가볍지 않았다. 라벨이 전쟁 직전에 스케치하고 전장을 다녀온 뒤 완성한 '쿠프랭의 무덤'은 심연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특히 내내 비애감에 젖어 있다가 6악장 토카타에서 내뿜어져나오는 애절한 상승감은 가슴을 아려왔다.
유럽이 아닌 미국 기반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원할 때는 가질 수 없고, 가지고 나면 원치를 않아' '리알토의 물결 래그' '스와니'는 세상의 중심이 신대륙으로 이동하던 1910년대의 또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난곡으로 유명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페트루슈카'는 이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극장의 주인이 갖고 있던 세 인형 페트루슈카, 발레리나, 무어가 생명을 얻어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손열음은 이 부분의 인형도 아닌, 인간도 아닌 모습이 현대와 맞물린다고 해석했다. 화려한 이면에 있는, 복잡한 심적 구조를 반영하듯 다채로운 플롯을 가지고 연주해나갔다. 외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을 동시에 질서로 구축하고 연주하는 묘를 발휘했다.
역시 기교가 돋보이는 '라발스'에서도 단지 그 기교만 튀는 것이 아닌, 곡에 담긴 라벨의 복잡다단한 내적 구조가 느껴졌다.
난곡으로 유명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페트루슈카'는 이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극장의 주인이 갖고 있던 세 인형 페트루슈카, 발레리나, 무어가 생명을 얻어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손열음은 이 부분의 인형도 아닌, 인간도 아닌 모습이 현대와 맞물린다고 해석했다. 화려한 이면에 있는, 복잡한 심적 구조를 반영하듯 다채로운 플롯을 가지고 연주해나갔다. 외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을 동시에 질서로 구축하고 연주하는 묘를 발휘했다.
역시 기교가 돋보이는 '라발스'에서도 단지 그 기교만 튀는 것이 아닌, 곡에 담긴 라벨의 복잡다단한 내적 구조가 느껴졌다.
프로그램의 곡 해설도 직접 쓰는 손열음의 연주는 이처럼 들리는 것을 넘어 보이고 읽힌다. 손열음은 이번 리사이틀과 8년 만에 발표한 동명 앨범 '모던타임스'에 유럽 3대 전기작가 중 한 사람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회고록 '어제의 세계'의 영향이 있다고 말해왔다. 1914년 유럽에서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지를 상세히 증언하는 책이다.
연주는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라발스'가 끝나고, 예정에 없던 '3막'이 펼쳐졌다. 거슈윈의 '서머 타임'을 시작으로 역시 1910년대를 관통한 엘가의 '사랑의 인사'까지 약 1시간 동안 총 10곡의 앙코르가 펼쳐진 것이다. 커튼콜만 20여차례 진행됐다. 평소 듣기 힘든 두세의 '쇼피나타' 등 피아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자랑한 이 앙코르는 또 다른 리사이틀 같았다.
손열음은 6곡 이후부터는 2500석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청중을 상대로 신청곡을 받고 나서기도 했다. 청중들은 곳곳에서 신청곡을 외쳤고, 예술의전당은 순식간에 아이돌 콘서트장처럼 탈바꿈했다.
연주는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라발스'가 끝나고, 예정에 없던 '3막'이 펼쳐졌다. 거슈윈의 '서머 타임'을 시작으로 역시 1910년대를 관통한 엘가의 '사랑의 인사'까지 약 1시간 동안 총 10곡의 앙코르가 펼쳐진 것이다. 커튼콜만 20여차례 진행됐다. 평소 듣기 힘든 두세의 '쇼피나타' 등 피아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자랑한 이 앙코르는 또 다른 리사이틀 같았다.
손열음은 6곡 이후부터는 2500석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청중을 상대로 신청곡을 받고 나서기도 했다. 청중들은 곳곳에서 신청곡을 외쳤고, 예술의전당은 순식간에 아이돌 콘서트장처럼 탈바꿈했다.
공연기획사인 크레디아 인터내셔널의 정재옥 대표는 트위터에 "앙코르만 열 곡. 키신과 함께 최다 앙코르 연주자 공동 1위에 오르는 순간"이라고 적었다. 앞서 러시아 출신 스타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은 2009년 4월2일 내한공연에서 1시간여동안 10곡의 앙코르를 들려준 바 있다. 1부에서 사자머리를 휘날리며, 2부에서 그 머리를 질끈 묶어 날린 손열음은 무려 3시간 동안 연주한 뒤 밤 12시까지 사인회까지 기꺼이 치러냈다.
손열음은 28일 군포, 3월3일 울산, 4일 여수로 '모던타임스'를 이어간다. 3만~8만원(서울공연), 크레디아 클럽발코니. 1577-5266
[email protected]
손열음은 28일 군포, 3월3일 울산, 4일 여수로 '모던타임스'를 이어간다. 3만~8만원(서울공연), 크레디아 클럽발코니.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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