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라크계 미국인 예술가 와파 빌랄이 오는 30일부터 4월10일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윈저 아트갤러리에 전시하는 작품 '168:01'. 표지와 내용이 모두 하얀 종이로만 구성된 '빈 책(blank book)' 1000권이 쌓여 있다. 높이만 22m에 달한다. 빌랄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방화로 소실된 바그다드 대학 도서관의 책을 되돌려놓자며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구매한 책과 기증받은 책이 '빈 책'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프로젝트를 마치면 진짜 책을 바그다드 대학에 기증할 계획이다. (사진 출처 = 영국 일간 가디언·와파 빌랄 제공) 2016.01.27.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이라크 전쟁 때 불에 타 없어진 바그다드 대학 도서관 서가에 책을 되돌려놓자며 이라크계 미국인 예술가가 '빈 책(blank book)' 1000권을 전시했다. 표지는 물론 내용도 없는 완전히 '하얀 책'이다.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빈 책' 전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윈저 아트갤러리에서 오는 30일부터 4월10일까지 진행된다.
이 전시는 이라크계 미국인 예술가 와파 빌랄이 기획했다.
빌랄은 바그다드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이곳 대학 도서관을 거의 매일 찾았다. 그러나 도서관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화재로 소실됐다.
불에 타 훼손되기 전 도서관은 7만권 이상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이후 다시 지어졌지만, 서가로 돌아온 책은 극히 적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빌랄은 바그다드 대학 도서관 서가에 책을 되돌려놓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과 행위 예술을 통해 전시 자금을 모았다.
윈저 아트갤러리에는 하얀색 책 1000권을 서가에 쌓아둔 조형물이 설치된다. 작품 제목은 '168:01'. 조형물 높이만 22m에 달한다.
작품명은 9세기 바그다드에 설립됐던 '지혜의 집(House of Wisdom)' 일화에서 차용했다. '지혜의 전당'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아바스 왕조 기간에 세워진 번역 전문 기관이다. '지혜의 집'에서는 피타고라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 학자들의 주요 저작을 포함해 많은 저서가 아랍어로 번역됐다.
단순한 번역 기관을 넘어 주요 문화 기관의 역할을 했던 '지혜의 집'은 13세기 몽골의 침략으로 훼손됐다. 빌랄은 "당시 몽골군이 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들기 위해 지혜의 집에 있던 책을 모두 티그리스강에 던졌다고 한다"며 "강에 던져진 책들이 7일, 즉 168시간 동안 피를 흘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말했다.
빌랄은 "작품명 '168'은 지혜의 집 일화에서 차용했고, '01'은 이번에 모은 책들을 바그다드 대학 도서관에 돌려주는 그 순간, 1초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빌랄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책을 구입하거나 위시리스트에 있는 책을 기증받은 뒤 '빈 책'의 자리를 하나하나 대체할 예정이다. 하얀 책 자리를 대체한 진짜 책은 전시가 끝난 뒤 바그다드 대학 도서관에 기증된다. 전시에 사용됐던 '빈 책'은 기부자들에게 보낼 계획이다.
사람들은 빌랄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호응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사서들은 바그다드 대학 도서관에 보낼 도서의 디지털 색인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빌랄은 "사람들은 이미 잃어버린 문화를 재건하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바그다드 대학생과 교직원이 해외에 있는 여러 사람과 소통하게 되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예술가, 학생, 학교) 공동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상징적인 행위로 그치더라도, 이번 프로젝트가 이라크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빈 책' 전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윈저 아트갤러리에서 오는 30일부터 4월10일까지 진행된다.
이 전시는 이라크계 미국인 예술가 와파 빌랄이 기획했다.
빌랄은 바그다드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이곳 대학 도서관을 거의 매일 찾았다. 그러나 도서관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화재로 소실됐다.
불에 타 훼손되기 전 도서관은 7만권 이상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이후 다시 지어졌지만, 서가로 돌아온 책은 극히 적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빌랄은 바그다드 대학 도서관 서가에 책을 되돌려놓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과 행위 예술을 통해 전시 자금을 모았다.
윈저 아트갤러리에는 하얀색 책 1000권을 서가에 쌓아둔 조형물이 설치된다. 작품 제목은 '168:01'. 조형물 높이만 22m에 달한다.
작품명은 9세기 바그다드에 설립됐던 '지혜의 집(House of Wisdom)' 일화에서 차용했다. '지혜의 전당'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아바스 왕조 기간에 세워진 번역 전문 기관이다. '지혜의 집'에서는 피타고라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 학자들의 주요 저작을 포함해 많은 저서가 아랍어로 번역됐다.
단순한 번역 기관을 넘어 주요 문화 기관의 역할을 했던 '지혜의 집'은 13세기 몽골의 침략으로 훼손됐다. 빌랄은 "당시 몽골군이 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들기 위해 지혜의 집에 있던 책을 모두 티그리스강에 던졌다고 한다"며 "강에 던져진 책들이 7일, 즉 168시간 동안 피를 흘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말했다.
빌랄은 "작품명 '168'은 지혜의 집 일화에서 차용했고, '01'은 이번에 모은 책들을 바그다드 대학 도서관에 돌려주는 그 순간, 1초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빌랄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책을 구입하거나 위시리스트에 있는 책을 기증받은 뒤 '빈 책'의 자리를 하나하나 대체할 예정이다. 하얀 책 자리를 대체한 진짜 책은 전시가 끝난 뒤 바그다드 대학 도서관에 기증된다. 전시에 사용됐던 '빈 책'은 기부자들에게 보낼 계획이다.
사람들은 빌랄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호응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사서들은 바그다드 대학 도서관에 보낼 도서의 디지털 색인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빌랄은 "사람들은 이미 잃어버린 문화를 재건하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바그다드 대학생과 교직원이 해외에 있는 여러 사람과 소통하게 되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예술가, 학생, 학교) 공동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상징적인 행위로 그치더라도, 이번 프로젝트가 이라크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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