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소월의 유작 격인 ‘삼수갑산, 차(次) 안서(岸曙) 선생 삼수갑산 운(韻)’, 1934
【서울=뉴시스】신동립 ‘잡기노트’ <563>
소월(素月) 김정식(1902~1934)의 ‘진달래꽃’은 모름지기 한글문화권을 대표하는 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이별의 슬픔을 인종의 의지력으로 극복해 내는 여인을 화자로 내세워 전통적 이별의 정한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는 것이 교과서적 풀이다. 고려가요 ‘가시리’와 애이불비 그리고 산화공덕 따위가 해설에 보태진다. 남녀상열지사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조국의 주권상실을 통탄했다는 해몽도 있다.
마광수 교수(64·연세대 국어국문학)의 해석은 딴판이다. 문학이 아름다움이나 교훈의 제시로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억제된 본능의 대리배설 작용에 의해서 쓰여진다는 것이 전제다. 마 교수는 “사랑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런 원망없이 보낼 수 있고, 또 님이 가시는 길에 꽃까지 뿌려 드리겠다는 인고적이고 도덕적인 여성 심리가 아니다. 사회적 윤리와 도덕적 억압 때문에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으나, 잠재적으로 더욱 강한 충동적 정열을 가지고 숨어 있는 여성의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러한 면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제목인 ‘진달래꽃’이 주는 선정적인 느낌과, 그 꽃을 님이 가시는 길에 뿌려 놓을 테니 ‘밟고 가시라’는 상징적 행동이 보여 주는 관능적 이미지”라고 분석했다.
“님이 죽어도 떠나겠다니 말릴 수는 없다. 그러나 그냥 보낼 수는 도저히 없어 진달래꽃을 뿌리겠다고 했다. 그 꽃을 님이 밟고 가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겠다는 것이다. 옛부터 꽃은 아름다운 여성의 심벌이 돼왔다. 게다가 진달래꽃은 선명한 붉은 빛을 지닌 꽃이니 더욱 농염하고 섹시한 여성의 심벌이 될 수 있다. 만일 개나리꽃이라고 했다면 이 작품이 그토록 강렬하게 본능적인 욕구의 표출로서 읽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시의 주인공인 여성 화자는 님과 헤어지더라도 밟히고 싶어한다. 그렇게만 되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겠고 따라서 죽어도 눈물 아니 흘릴 수 있겠다는 것이다. 헤어지는 마당에도 마지막까지 님과의 격렬하고 비정상적인 교합을 꿈꾼다. 이별이 그렇게 서러운 것만도 아니다. 꽃이 돼 님에게 마음껏 밟히고 싶은 심정이나 님에게 일방적으로 버림받는다는 것이나, 모두 다 마조히스트로서의 피가학적 변태 심리를 충족시켜 그녀를 황홀경에 이르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조히즘은 사디즘과 짝을 이룬다. “매정하게 떠나는 님은 사디스트요, 버림받은 여인은 마조히스트라고 할 수 있다. 마조히스트인 이 시의 주인공은 버림받아도 좋으니 제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밟아 달라고 님에게 호소한다”고 마 교수는 읽었다.
몹시 이상한 여자인가. 아니라고 한다. “마조히즘은 일체의 자기주장이나 능동적인 결정권을 포기함으로써 얻어지는 포근한 안식감과 관계가 깊다. 타자에게 완전히 자기의 몸을 맡겨, 그에게 노예와 같이 철저하게 복종만 하는 데서 얻어지는 쾌감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무언가에 소속돼야 안심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스스로 이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기보다는 누군가가 자기를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잠재적 심리를 갖고 있다.”
기독교도 원용한다. “순명을 강조해 하나님께 대한 철저한 복종만이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마조히즘이야말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이요 안락감이라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월(素月) 김정식(1902~1934)의 ‘진달래꽃’은 모름지기 한글문화권을 대표하는 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이별의 슬픔을 인종의 의지력으로 극복해 내는 여인을 화자로 내세워 전통적 이별의 정한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는 것이 교과서적 풀이다. 고려가요 ‘가시리’와 애이불비 그리고 산화공덕 따위가 해설에 보태진다. 남녀상열지사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조국의 주권상실을 통탄했다는 해몽도 있다.
마광수 교수(64·연세대 국어국문학)의 해석은 딴판이다. 문학이 아름다움이나 교훈의 제시로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억제된 본능의 대리배설 작용에 의해서 쓰여진다는 것이 전제다. 마 교수는 “사랑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런 원망없이 보낼 수 있고, 또 님이 가시는 길에 꽃까지 뿌려 드리겠다는 인고적이고 도덕적인 여성 심리가 아니다. 사회적 윤리와 도덕적 억압 때문에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으나, 잠재적으로 더욱 강한 충동적 정열을 가지고 숨어 있는 여성의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러한 면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제목인 ‘진달래꽃’이 주는 선정적인 느낌과, 그 꽃을 님이 가시는 길에 뿌려 놓을 테니 ‘밟고 가시라’는 상징적 행동이 보여 주는 관능적 이미지”라고 분석했다.
“님이 죽어도 떠나겠다니 말릴 수는 없다. 그러나 그냥 보낼 수는 도저히 없어 진달래꽃을 뿌리겠다고 했다. 그 꽃을 님이 밟고 가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겠다는 것이다. 옛부터 꽃은 아름다운 여성의 심벌이 돼왔다. 게다가 진달래꽃은 선명한 붉은 빛을 지닌 꽃이니 더욱 농염하고 섹시한 여성의 심벌이 될 수 있다. 만일 개나리꽃이라고 했다면 이 작품이 그토록 강렬하게 본능적인 욕구의 표출로서 읽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시의 주인공인 여성 화자는 님과 헤어지더라도 밟히고 싶어한다. 그렇게만 되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겠고 따라서 죽어도 눈물 아니 흘릴 수 있겠다는 것이다. 헤어지는 마당에도 마지막까지 님과의 격렬하고 비정상적인 교합을 꿈꾼다. 이별이 그렇게 서러운 것만도 아니다. 꽃이 돼 님에게 마음껏 밟히고 싶은 심정이나 님에게 일방적으로 버림받는다는 것이나, 모두 다 마조히스트로서의 피가학적 변태 심리를 충족시켜 그녀를 황홀경에 이르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조히즘은 사디즘과 짝을 이룬다. “매정하게 떠나는 님은 사디스트요, 버림받은 여인은 마조히스트라고 할 수 있다. 마조히스트인 이 시의 주인공은 버림받아도 좋으니 제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밟아 달라고 님에게 호소한다”고 마 교수는 읽었다.
몹시 이상한 여자인가. 아니라고 한다. “마조히즘은 일체의 자기주장이나 능동적인 결정권을 포기함으로써 얻어지는 포근한 안식감과 관계가 깊다. 타자에게 완전히 자기의 몸을 맡겨, 그에게 노예와 같이 철저하게 복종만 하는 데서 얻어지는 쾌감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무언가에 소속돼야 안심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스스로 이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기보다는 누군가가 자기를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잠재적 심리를 갖고 있다.”
기독교도 원용한다. “순명을 강조해 하나님께 대한 철저한 복종만이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마조히즘이야말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이요 안락감이라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뉴시스】김소월 메달, 한국조폐공사 ‘한국의 인물’ 시리즈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권위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남성에게 복종하고 싶어하는 심성을 지니고 있다. 강력한 힘을 가진 남성에게 소속될 때 여성은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 노예처럼 학대를 받더라도, 자기의 의지에 의해서 이 세상을 살아가야만 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 모면되기 때문에 그녀는 행복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리하면, ‘진달래꽃’에 나타나는 여성 화자의 잠재심리는 성적 마조히즘과 정신적 마조히즘이 복합된 형태다. “꽃으로 상징되는 자기 자신 또는 자신의 성기를 밟아 달라고 간청하는 것은 성적 마조히즘이요, 님이 자기를 버리더라도 그것을 고맙게 감수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것은 님이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자기는 무조건 복종만 하겠고 그것이 오히려 즐겁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마조히즘”이다.
소월을 미워하는가. 아니라고 한다. “시로서는 역시 김소월이 첫째다. 한국적 정서를 율격의 미에 잘 담고 있다. 그 다음이 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김영랑 등이다.”
김소월이 생전에 펴낸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 1925년 초판본이 한국 현대문학작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1억3500만원에 팔렸다. 이전 최고 낙찰가는 백석(1912~1996) 시집 ‘사슴’의 7000만원이었다.
81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 천하의 김소월이 요절했다.
문화부국장 [email protected]
정리하면, ‘진달래꽃’에 나타나는 여성 화자의 잠재심리는 성적 마조히즘과 정신적 마조히즘이 복합된 형태다. “꽃으로 상징되는 자기 자신 또는 자신의 성기를 밟아 달라고 간청하는 것은 성적 마조히즘이요, 님이 자기를 버리더라도 그것을 고맙게 감수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것은 님이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자기는 무조건 복종만 하겠고 그것이 오히려 즐겁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마조히즘”이다.
소월을 미워하는가. 아니라고 한다. “시로서는 역시 김소월이 첫째다. 한국적 정서를 율격의 미에 잘 담고 있다. 그 다음이 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김영랑 등이다.”
김소월이 생전에 펴낸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 1925년 초판본이 한국 현대문학작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1억3500만원에 팔렸다. 이전 최고 낙찰가는 백석(1912~1996) 시집 ‘사슴’의 7000만원이었다.
81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 천하의 김소월이 요절했다.
문화부국장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