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문학동네 소설상, 이유 '소각의 여왕'

기사등록 2015/12/23 10:46:50

최종수정 2016/12/28 16:06:37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은희경의 '새의 선물', 천명관의 '고래', 김언수의 '캐비닛', 이영훈의 '체인지킹의 후예'….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소설들이다. 모두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작가 이유의 장편소설 '소각의 여왕'도 제2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특히 3년 만의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지창씨와 유품정리사인 그의 딸 해미, 부녀의 이야기다. 재수생인 해미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1t 포터를 몰고 다니며 고물상을 운영하는 아버지 지창씨의 일손을 돕는다. 그런데 해미는 지창씨가 언제부턴가 자신 몰래 출장을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휴대폰 문자함에는 지창씨에게 유품정리를 부탁하는 누군가의 문자가 들어 있었다. 죽은 이들이 머문 공간을 새것처럼 정리해야 하는 자신의 일을 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해미는 지창씨 대신 유품정리 일에 뛰어든다. 자살을 계획하고는 사후 자신의 방정리를 부탁하는 청년, 산달을 앞두고 남편이 남긴 혈흔과 시취를 지워달라는 여자, 죽은 사연과 방법이 알려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호텔 투숙객 등 세계의 슬픈 표정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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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는 억장이 무너질 것 같은 장면에서도 냉정을 유지한다. 감정의 절제는, 비참한 세계를 꼼꼼히 직조해내는 튼튼한 실과 같다. 문체는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데 유머가 베어 있다. 슬픔과 쓸모없어지는 것들이 많아지는 세상 속에서 그래도 살아가려는 의지처럼 느껴진다.  

 문학평론가 권희철은 "이야기를 절제할 줄 알고, 커다란 이야기를 조그마한 장면들로 나눠놓고 이어붙이면서 무거운 이야기를 경쾌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놓고 있었다"고 읽었다. 236쪽, 1만20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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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문학동네 소설상, 이유 '소각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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