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신진아 기자 =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고시로 역사 교육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나라”이므로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세계에 전파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찬반은 일단 제쳐두자.
'세계의 역사교육 논쟁'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미국뿐만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일어났다는 점을 알린다.
1989년 미국의 국가인문학기금 NEH(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를 이끌던 린 체니(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부인)는 역사 교육에서 애국적 가치가 차지하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 보수적 교육개혁 프로젝트를 설계한다. 미국의 영광스런 과거를 기념하는 서술을 대폭 강화한 '국가 역사 표준'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애초 제안자의 의도와 달리 국가역사 표준 초안은 여성과 소수자와 빈곤계층의 역사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다고 한다. 린 체니 등 기획자들은 서양 문화의 우월성에 바탕을 둔 미국적 가치에 대한 엘리트 계층의 신념이 역사 교육의 핵심이 되기를 바랐으나 참여자들은 문화적 다양성이나 세계 시민성을 바탕으로 국가 역사 표준을 작성한 것이다
5년 뒤인 1994년 10월, 이 결과물을 본 체니는 미국의 역사를 "어둡고 우울함"이 가득한 역사로 만들었다며 국가 역사 표준을 공격한다. 결국 국가 역사 교육과정을 위한 새로운 표준은 보수진영의 비판에 의해 좌초되고 말았다.
역사 교육에서 특정 표준을 정립하려는 움직임은 미국뿐만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일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일어났다. 영국에서는 미국보다 앞선 1988년 영국 역사를 크게 부각시킨 국가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독일에서는 2001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자 학교 교육에 표준화와 규범화 등 시장경제의 논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네덜란드 정부도 2006년 중요한 역사적 사실과 날짜로 구성된 '국가적 정전'을 만들기로 했다.
2006년 10월, 역사교육에 대한 일부 국가의 움직임에 문제의식을 느낀 여러 역사학자와 교육학자, 교육관련 종사자가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에 모여 소규모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이 토론회에 참석한 학자들이 발표한 글을 엮은 책이 '세계의 역사교육 논쟁'이다.
저자들은 역사가 학교 교육과정의 중심에 서야한다는 점, 역사가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과목이 되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방법론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역사 교육이 무엇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갈렸다.
어떤 학자는 역사가 공민적 가치와 바람직한 시민정신을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학자는 시민교육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의식을 배양하고 학생들에게 풍부한 탐구 방법을 소개하는 지적 탐구 분야로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견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특정한 표준이나 규범을 지향하는 것은 역사학의 본질과 충돌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맥락화'를 통해 학생들이 그들 주변의 세계를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사회에서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특정한 해석을 모든 시민 혹은 모든 학생들에게 지정해 줄 권한이나 권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
출판사는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좀 난해하다고 인정한다. 12편의 글 대부분이 복잡하고 난해한 역사교육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있다. 역사 교육의 대상자인 학생들이다. 우리는 왜 역사교육을 하려는가, 그 교육의 대상자는 누구인가. 역사교육에 전제돼야 할 질문이다. 린다 심콕스·애리 월셔트 엮음, 이길상·최정희 옮김, 540쪽, 3만5000원, 푸른역사
[email protected]
'세계의 역사교육 논쟁'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미국뿐만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일어났다는 점을 알린다.
1989년 미국의 국가인문학기금 NEH(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를 이끌던 린 체니(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부인)는 역사 교육에서 애국적 가치가 차지하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 보수적 교육개혁 프로젝트를 설계한다. 미국의 영광스런 과거를 기념하는 서술을 대폭 강화한 '국가 역사 표준'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애초 제안자의 의도와 달리 국가역사 표준 초안은 여성과 소수자와 빈곤계층의 역사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다고 한다. 린 체니 등 기획자들은 서양 문화의 우월성에 바탕을 둔 미국적 가치에 대한 엘리트 계층의 신념이 역사 교육의 핵심이 되기를 바랐으나 참여자들은 문화적 다양성이나 세계 시민성을 바탕으로 국가 역사 표준을 작성한 것이다
5년 뒤인 1994년 10월, 이 결과물을 본 체니는 미국의 역사를 "어둡고 우울함"이 가득한 역사로 만들었다며 국가 역사 표준을 공격한다. 결국 국가 역사 교육과정을 위한 새로운 표준은 보수진영의 비판에 의해 좌초되고 말았다.
역사 교육에서 특정 표준을 정립하려는 움직임은 미국뿐만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일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일어났다. 영국에서는 미국보다 앞선 1988년 영국 역사를 크게 부각시킨 국가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독일에서는 2001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자 학교 교육에 표준화와 규범화 등 시장경제의 논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네덜란드 정부도 2006년 중요한 역사적 사실과 날짜로 구성된 '국가적 정전'을 만들기로 했다.
2006년 10월, 역사교육에 대한 일부 국가의 움직임에 문제의식을 느낀 여러 역사학자와 교육학자, 교육관련 종사자가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에 모여 소규모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이 토론회에 참석한 학자들이 발표한 글을 엮은 책이 '세계의 역사교육 논쟁'이다.
저자들은 역사가 학교 교육과정의 중심에 서야한다는 점, 역사가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과목이 되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방법론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역사 교육이 무엇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갈렸다.
어떤 학자는 역사가 공민적 가치와 바람직한 시민정신을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학자는 시민교육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의식을 배양하고 학생들에게 풍부한 탐구 방법을 소개하는 지적 탐구 분야로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견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특정한 표준이나 규범을 지향하는 것은 역사학의 본질과 충돌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맥락화'를 통해 학생들이 그들 주변의 세계를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사회에서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특정한 해석을 모든 시민 혹은 모든 학생들에게 지정해 줄 권한이나 권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
출판사는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좀 난해하다고 인정한다. 12편의 글 대부분이 복잡하고 난해한 역사교육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있다. 역사 교육의 대상자인 학생들이다. 우리는 왜 역사교육을 하려는가, 그 교육의 대상자는 누구인가. 역사교육에 전제돼야 할 질문이다. 린다 심콕스·애리 월셔트 엮음, 이길상·최정희 옮김, 540쪽, 3만5000원,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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