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자살을 염두에 두고 여행을 다니던 20대 남성이 옷값을 지불하지 않아 자신에게 연락을 한 쇼핑몰 주인의 배려와 기지로 가족의 품에 돌아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2시10분께 "운영 중인 쇼핑몰에서 옷을 구입한 남성에게 '자살여행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신고가 접수돼,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한 결과 서구 광천동으로 확인됐다"는 부산경찰청의 공조 수사 요청을 받았다.
부산에서 온라인 옷가게 쇼핑몰을 운영하는 신고 여성은 이날 후드티 구입비 4만원을 입금해주지 않은 구매자에게 연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은 구매자와의 통화에서 "삶에 대한 의욕이 없다. 자살여행 중"이라는 말을 듣고 혹시 모를 상황을 고려해 경찰에 곧바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고 출동한 동천파출소 소속 신재균 경위(47)와 양세리 순경(31·여)은 본격적으로 수색을 시작했다. 신 경위 등은 자살의심자의 연락처와 이름, 주소를 토대로 20여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어 같은 날 오전 2시30분께 광천사거리 인근 PC방과 찜질방을 수색하기로 한 뒤 주변 상가를 둘러봤다.
PC방 한 곳을 들렀다가 광천사거리 인근 모 건물 12층에 위치한 찜질방을 찾은 신 경위 등은 40여명의 손님들 중에 자살의심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 전화 연결을 연이어 시도했다.
신 경위 등은 잠자고 있던 한 남성 주변에서 진동벨 소리가 울리자 신원 확인에 나섰고 이름과 주소지 등을 확인해 전남 광양에 사는 A(21)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가정사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휴학한 뒤 2주 전부터 삶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신 경위와 양 순경은 30분간 A씨의 사정을 듣고 상담을 한 뒤 가족의 품으로 그를 돌려보냈다.
양 순경은 "자신만 생각하는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 누군가를 한 번 더 깊이 생각하는 쇼핑몰 주인의 신고 덕분에 A씨를 찾게 됐다"면서 "신고자처럼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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