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고객이 무섭다④]고객 '갑질'도 형사처벌 대상…"사업주 노력도 필요"

기사등록 2015/11/01 05:00:00

최종수정 2016/12/28 15:50:05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YWCA 강당에서 열린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소비자와 기업의 협력방안 토론회 및 기업우수사례 발표회’에서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공동대표가 '기업과 소비자의 감정노동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2015.10.29.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YWCA 강당에서 열린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소비자와 기업의 협력방안 토론회 및 기업우수사례 발표회’에서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공동대표가 '기업과 소비자의 감정노동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2015.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한국 사회에서 감정노동자에 대한 고객의 '갑질'이 물의를 일으킨 경우는 드물지 않다.

 미디어를 통해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다. 하지만 공분도 잠시, 시간이 얼마 지나지않아 그 장면은 어느새 잊혀져 간다.

 정작 개개인의 일상에선 갑질 문화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족한게 현실이다.

 이를 두고 갑질고객이 사라지지않는 주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갑질'도 형사처벌 가능…현실적으론 어려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감정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도덕적으로뿐만 아니라 법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양대 김인아 직업의학과 교수는 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직군은 폭언과 폭력, 성추행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고객의 행위라도 폭언, 폭력, 성추행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조수진 변호사도 "감정노동자에 대해 폭언이나 폭행을 행사할 경우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고객의 갑질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산업재해 역시 판례로 인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객으로서 매장을 방문했더라도 응대 직원의 뺨을 때리거나 몸싸움을 하는 등 상대방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면 형법상 폭행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또 물리력이 아니라도 폭언과 모욕적 발언을 했다면 모욕죄로 입건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의 폭행 또는 폭언이 발생하더라도 기업에 소속된 감정노동자들이 이를 상대로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 변호사는 "고객이 때리거나 폭언을 하더라도 어떤 감정노동자가 신고를 하겠느냐"며 "고객을 고소 또는 고발할 수 있더라도 사용자에 의해 해고당할 우려가 있어서 신고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산업노조연맹 이성종 정책실장 역시 "진상 고객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기업이 오히려 이미지를 고려해 그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갑질 문화가 재생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업 차원서 노동자 보호 필요…강제규정 논의도

 전문가들은 고객에게서 1차 피해를 입은 감정노동자들이 기업의 소극적인 대처로 2차적으로 피해를 입는다고 판단,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노동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 변호사는 "고객에게 피해를 받은 감정노동 당사자들에겐 조직적인 지지가 힘이 된다"며 "직원의 잘못이 아니라 고객의 잘못임을 확실히 하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가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김 교수 역시 "노동자들은 고객의 폭력이나 폭언 자체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조직의 태도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며 "기업이 내 편이 돼 보호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의 크기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한인임 일과건강 연구원은 이와 관련 "유럽연합(EU)이나 호주, 캐나다, 일본 등에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있다"며 "고객의 갑질을 사회적으로 묵인하지 않고 갑질 상황이 발생하면 사업주가 고객을 거부하거나 책임지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 도시락업체 스노우폭스(SNOW FOX)가 직원에게 모욕적 언행을 하거나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에선 진상 고객이더라도 노동자 보호보다 고객 만족을 우선하는 문화가 만연하고 있어 강제규정 도입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감정노동 방어권 보장 필요…법안 도입 움직임도

 감정노동전문가 김태흥 소장은 "중요한 점은 한국의 대다수 감정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또는 아웃소싱 직원들이라는 것"이라며 "기업에 직접 소속된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 역시 직원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노동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상위법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감정노동자 보호를 외면하는 기업을 처벌하고 기업주와 피해 직원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고객 응대 노동자들에 대한 사업주의 스트레스 예방 및 보호 의무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론 고객이 심한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할 경우 노동자가 응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용을 담은 고객 응대 매뉴얼을 사업주가 갖추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 외에도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 역시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대표발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 등도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회에서 입법이 완료되면 법률을 중심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세부적 내용을 보완할 예정"이라며 "올해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주가 감정노동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에 관해 조사하고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정의 가치' 인식해야…감정도 '노동재’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감정의 가치를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역시 감정노동자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근원적 방안으로 제시된다.

 민주노총 이 정책실장은 "한국 사회의 유교적 문화가 감정노동자에 대한 하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전통적으로 가사노동과 함께 가족들에게 조건 없는 희생을 해온 여성상이 있는데, 기업이 서비스 직종 등 감정노동 분야에 여성을 다수 배치하는 전략을 이와 연결해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가사노동과 마찬가지로, 감정노동 역시 조건 없이 제공되는 당연한 서비스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양대 김 교수 역시 "국내에선 아직 지식을 높게 평가하고 감정을 낮게 평가하는 전통적 문화가 있다"며 "감정을 사용하는 노동의 값어치를 인정하고 노동자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감정노동자에 대해 고객이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국내 임금근로자의 절반에 달하는 600만~700만명이 감정노동자에 해당한다"며 "감정노동자들에게 폭언과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들 역시 자신의 일터에선 노동자다. 고객들도 감정노동자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감정노동자에 대한 고객의 갑질 사례가 SNS 등에 제보되는 경우가 있다"며 "SNS를 보고 국민들이 최소한 저러지는 말아야겠다고 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면에선 일부 긍정적인 흐름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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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고객이 무섭다④]고객 '갑질'도 형사처벌 대상…"사업주 노력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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