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카슨, '무대뽀' 트럼프에 짜증난 보수세력 사로잡았다

기사등록 2015/10/28 10:39:29

최종수정 2016/12/28 15:48:54

【 워싱턴=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벤 카슨이 지난 9일 (현지시간)미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5.10.28. 
【 워싱턴=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벤 카슨이 지난 9일 (현지시간)미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5.10.28.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흑인 외과의사 출신인 벤 카슨 후보가 최근 부동의 선두주자이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따돌린 것은 공화당 내 '안티 트럼프' 세력이 뭉친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후보의 무대뽀 행보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지켜보던 공화당 지지자들이 일관적인 보수주의 색채를 가진 데다 막말을 해도 앞뒤 봐가며 할 줄 아는 카슨 후보를 트럼프의 대안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정치역사평론가 티모시 스탠리는 27일(현지시간) CNN 기고글에서 "카슨 후보는 안티 트럼프"라며 "보수주의 포퓰리즘을 좋아하지만 도저히 트럼프를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이제 '잘 길들여진(a house trained)' 대안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후보는 주요 격전지인 아이오와주 여론조사를 포함해 카슨 후보의 지지율이 자신을 압도하고 있다는 결과가 최근 속속 발표되자 막말 레이더를 카슨 후보에게로 조준했다.

 트럼프 후보는 카슨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는데, 이런 '낮은 에너지'야말로 카슨 후보가 부상하게 된 동력일 수 있다고 스탠리 평론가는 분석했다.

 진보주의자들이 보기에는 무슬림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카슨 후보나 인종적·성적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후보나 다를 바 없겠지만, 카슨 후보의 막말은 보수적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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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유력주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다양한 얼굴표정이 최근 해외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출처: 구글> 2015.10.28.
 카슨 후보의 '무슬림 대통령 금지' 주장은 이슬람 극단주의가 확산되면서 미국인들 사이 형성된 반 무슬림 정서를 겨냥한 것이다. 나치 독일에서 총기 규제가 없었다면 유대인 학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낙태하는 여성은 노예 주인과 마찬가지라는 관점도 극우 세력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카슨 후보는 트럼프 후보와 성격도 반대다. 비아냥거리는 표정과 상대를 쏘아 붙이는 말투의 트럼프와 달리 카슨 후보는 저명한 외과의사라는 명성에 걸맞은 부드러운 미소와 점잖은 매너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슨 후보가 살아온 길은 순전히 '미국적이다. 디트로이트 흑인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기독교 믿음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외과 의사로 당당히 성공했다. 그가 흑인이라는 사실 역시 백인이 아닌 영웅을 기대하는 미국 비주류 사회의 기대에 부합한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공화당원들이 트럼프 후보를 분열을 조장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하지만, 카슨 후보에 대해서는 '현명하다', '신사답다'고 호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여론조사요원 피터 하르트는 "트럼프는 거칠고, 카슨은 안심을 시켜 준다"며 "카슨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가 침착함이라면 트럼프의 알려진 면모는 골치아픈 인물이라는 것"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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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티모어=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벤 카슨 후보가 지난 2004년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어린이병원에서 기자들에게 수술 집도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2015.10.28.
 지금으로서는 공화당 경선 판세를 예단하기 어렵다. 전국구 기준으로도 카슨 후보의 지지율이 트럼프 후보를 앞지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카슨 후보가 이같은 기세를 쭉 몰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타 군소후보들이 몰락하면서 공화당 경선 레이스가 트럼프 후보와 카슨 후보의 맞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CBS/NYT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54%가 어떤 후보를 택할지 벌써 마음을 굳혔다고 답한데 비해, 카슨 후보 지자자 중에서는 19% 만이 같은 대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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