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후]인터넷사이트 마약 거래 창구로 활용한 일당

기사등록 2015/10/25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5:47:50

【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사이트에 '진통제를 판다'는 광고성 글을 올려 종합병원에서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 등을 판매·투약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경찰청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사이트에 '진통제를 판다'는 광고성 글을 올려 종합병원에서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 등을 판매·투약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경찰청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사이트에 '진통제를 판다'는 광고성 글을 올려 종합병원에서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 등을 판매·투약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검경은 인터넷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던 중 영문 게시물이 가득한 '크레그리스트'를 발견했다. 겉보기에는 국내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와 유사했다. 하지만 미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마약류 거래 창구였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영어 강사인 미국인 P(33)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크레그리스트에 '진통제 판매'라는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구매를 원하는 영어에 능통한 유학생, 재미교포 등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마약류를 넘겨줄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P씨 등은 서울 강남 지하철 등에서 70회에 걸쳐 550만원 상당의 옥시코돈 등을 판매·투약했다.

 경찰 관계자는 "P씨와 구매자들은 G메일을 이용했다"면서 "우리나라에 G메일 서버가 없는 데다 양측이 음호, 약호 등이 많이 포함된 영문 메일을 주고 받아 통역관을 불러 수사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떠올렸다.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사이트가 마약류 거래에 활용된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문 인터넷사이트는 상대적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기 쉬운 데다 우리나라로 직접 마약류를 들여와 판매할 경우 구매자가 아는 사람들로 한정되는 단점도 극복할 수 있어 마약 거래에 활용됐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P씨는 종합병원 3곳을 수시로 옮겨 다니며 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옥시코돈, 신경안정제인 졸피뎀과 디아제팜 등을 대량으로 확보했다. 담당 의사에게 교통사고 후유증 등을 호소하며 중증 환자인 척 했다. P씨 등은 거래 현장에 갈 때 구매자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헬맷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한다.

 P씨 등은 옥시코돈 5mg을 234원에 구입해 34배 뻥튀기한 8000원에 판매했다. 옥시코돈 80mg 의 경우 한알당 10만원에 판매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질환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는 1500원에 구매해 만원에, 식욕억제제인 펜터민의 경우 2600원에 구입해 4만원에 판매했다고 한다.

 경찰은 수사망을 좁혀가던 중 P씨를 교대역에서, 나머지 피의자들을 역삼역 주변 등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P씨를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P씨와 함께 병원에서 옥시코돈 등을 처방받은 김모(44)씨를 지명수배하고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경기 등에서 6000명 정도가 투약할 수 있는 4200만원 상당의 필로폰 180g을 102회에 걸쳐 판매·투약한 일당 13명도 검거했다.  이들은 전과 21범부터 33범까지 보유한 상습범으로 대부분 교도소에서 만났거나 지인들로부터 소개받아 필로폰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모(55)씨 등은 대포통장으로 필로폰 매매 대금을 송금(계좌이체) 받는 즉시 필로폰을 보관해 둔 지하철 물품보관함 비밀 번호를 알려주거나 필로폰을 사무실 화단 등 특정 장소에 던져놓는 수법을 썼다. 고속버스 수화물 택배 등으로 필로폰을 발송해주기도 했다.

 경찰은 피의자 검거까지 6개월 가량이 걸렸다. 수사 과정에서 필로폰 투약자, 대포폰, 대포계좌 등을 특정하기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하나 하나 영장을 신청해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등이)선불폰을 사용하고 필로폰 매매 대금을 송금받는 통장도 자기명의가 아닌 다른사람 명의로 개설해 거래내역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피의자를 특정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구치소에 수감된 피의자 한 명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나머지 12명을 검거했다고 한다. 경찰에 붙잡혀 수사를 받던 피의자는 경찰의 인간적인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포통장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또 다른 필로폰 판매책을 쫓고 있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외국인 강사 P씨 등 17명 중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실제로 마약 사범 10명 중 9명은 경제적 이유로, 나머지는 환각 파티 등을 벌이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댄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마약 사범이 늘면서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며 "인터넷 사이트를 마약거래 창구로 활용하거나 체내에 마약을 넣어오는 등 마약 범죄가 갈수록 다변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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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후]인터넷사이트 마약 거래 창구로 활용한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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