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새벽 6시 강남의 한 찜질방 수면실. 모두가 잠든 그 어두운 공간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견디는 한 남성이 있다. 찜질방 옷을 입고 5일째, 그는 좀처럼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끈질긴 놈이 이기니까, 아직까지는."
보람은 찾아왔다. 가늘게 뜬 눈으로 버티던 그에게 휴대전화 화면이 켜졌다 꺼지는 게 보였다. 원래 주인의 옆이 아닌 수면실을 배회하던 남성의 손에 쥐어진 휴대전화,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이후로 그 찜질방에 가면 아주 영웅 대접이라니까. 공짜로 와도 된다고도 하세요."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김준홍(38) 경사가 웃으며 말했다. 당시 5일 동안 잠복 중이던 김 경사에게 붙잡힌 오모(39)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동안 해당 찜질방에서 휴대전화 15대를 훔친 절도범이었다.
"나라에서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그냥 할 일을 하는 거죠."
'저승사자' '도둑 잡는 귀신'으로 불리던 그가 서초경찰서로 자리를 옮긴 건 지난 2월1일이다. 그는 부지런히 '끈질긴 놈'임을 뽐냈다. 지난 6월 강남의 한 서점에서 휴대전화를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했을 때도 그랬다.
"그날부터 절도범 잡을 때까지 3일을 집에 안 들어갔어요."
그가 '끈질긴 놈'임을 말하는 사례는 많다. 경찰로서 첫발을 디딘 2004년 11월26일부터 시작하면 그 수는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방배경찰서 남태령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2006년에는 3개월 동안 20여명을 잡아들이기도 했으니 '도둑 잡는 귀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대도' 조세형의 공범을 확인하고 붙잡은 것도 그의 수많은 경력 중 하나다.
"위험한 순간이라…. 사실 저 자체가 위험한 놈이라."
역마살이 붙은 운세라 했다. 불같은 성격이기도 했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기도 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20대 초반, 우연히 경기지방경찰청 폭력계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고는 조폭들을 잡고 싶어졌다. 형사가 되기로 했다.
"승진했을 때와는 기분이 달랐어요. 형사를 워낙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세상을 얻은 느낌이라고 할까."
동대문경찰서 강력3팀 막내였던 2006년을 떠올리며 상기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으로 2011년 서울지방경찰청 폭력계에 입성했던 때를 다시 말했다. 김 경사는 당시 재개발 이권 다툼에 끼어있던 조폭들을 상대했다. 간부급 예닐곱명이 구속됐다.
"꿈을 이룬 셈이죠. 당시 막내였는데 저희 팀이 으뜸 수사팀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여한이 없었어요."
쉬는 날, 일하는 날 구분 없이 근무를 자처하며 부지런히 '끈질긴 놈'으로 살아온 보상이었다. 그리고 그는 최근 또 다른 보상을 받고 있다. 음식 배달업 종사자가 분실한 오토바이를, 통신공사 과정에서 사라진 사다리를, 출국을 수일 앞두고 분실한 휴대전화를 찾아주면서 마주한 사람들이다. 김 경사는 누군가가 펜으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생활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하며 만나는 피해자분들은 정말 감사해 하시는 게 느껴져요. 본인이 신고하셨지만, '이런 경미한 범죄까지도 이렇게 신경을 써줄지 몰랐다'고도 하시거든요. 응당 저희가 해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면 보람 있죠."
서울지방경찰청 '칭찬합시다' 코너에는 김 경사가 보람을 느낄만한 글들이 즐비하다. 칭찬을 쏟는 이들은 게시글들을 통해 김 경사가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고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잘 잡는 형사' '조사 잘하는 형사'를 꿈꾸던 김 경사에게 새로운 목표가 추가된 이유다.
"가끔 피해자분들한테 칭찬을 받는데 그중 하나가 '경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칭찬이에요. 언젠가는 이런 소리를 안 듣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군요."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김 경사는 오늘도 끈질기다. 그는 다시 힘줘 말했다. "끈질긴 놈이 이기니까."
[email protected]
"끈질긴 놈이 이기니까, 아직까지는."
보람은 찾아왔다. 가늘게 뜬 눈으로 버티던 그에게 휴대전화 화면이 켜졌다 꺼지는 게 보였다. 원래 주인의 옆이 아닌 수면실을 배회하던 남성의 손에 쥐어진 휴대전화,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이후로 그 찜질방에 가면 아주 영웅 대접이라니까. 공짜로 와도 된다고도 하세요."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김준홍(38) 경사가 웃으며 말했다. 당시 5일 동안 잠복 중이던 김 경사에게 붙잡힌 오모(39)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동안 해당 찜질방에서 휴대전화 15대를 훔친 절도범이었다.
"나라에서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그냥 할 일을 하는 거죠."
'저승사자' '도둑 잡는 귀신'으로 불리던 그가 서초경찰서로 자리를 옮긴 건 지난 2월1일이다. 그는 부지런히 '끈질긴 놈'임을 뽐냈다. 지난 6월 강남의 한 서점에서 휴대전화를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했을 때도 그랬다.
"그날부터 절도범 잡을 때까지 3일을 집에 안 들어갔어요."
그가 '끈질긴 놈'임을 말하는 사례는 많다. 경찰로서 첫발을 디딘 2004년 11월26일부터 시작하면 그 수는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방배경찰서 남태령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2006년에는 3개월 동안 20여명을 잡아들이기도 했으니 '도둑 잡는 귀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대도' 조세형의 공범을 확인하고 붙잡은 것도 그의 수많은 경력 중 하나다.
"위험한 순간이라…. 사실 저 자체가 위험한 놈이라."
역마살이 붙은 운세라 했다. 불같은 성격이기도 했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기도 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20대 초반, 우연히 경기지방경찰청 폭력계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고는 조폭들을 잡고 싶어졌다. 형사가 되기로 했다.
"승진했을 때와는 기분이 달랐어요. 형사를 워낙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세상을 얻은 느낌이라고 할까."
동대문경찰서 강력3팀 막내였던 2006년을 떠올리며 상기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으로 2011년 서울지방경찰청 폭력계에 입성했던 때를 다시 말했다. 김 경사는 당시 재개발 이권 다툼에 끼어있던 조폭들을 상대했다. 간부급 예닐곱명이 구속됐다.
"꿈을 이룬 셈이죠. 당시 막내였는데 저희 팀이 으뜸 수사팀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여한이 없었어요."
쉬는 날, 일하는 날 구분 없이 근무를 자처하며 부지런히 '끈질긴 놈'으로 살아온 보상이었다. 그리고 그는 최근 또 다른 보상을 받고 있다. 음식 배달업 종사자가 분실한 오토바이를, 통신공사 과정에서 사라진 사다리를, 출국을 수일 앞두고 분실한 휴대전화를 찾아주면서 마주한 사람들이다. 김 경사는 누군가가 펜으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생활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하며 만나는 피해자분들은 정말 감사해 하시는 게 느껴져요. 본인이 신고하셨지만, '이런 경미한 범죄까지도 이렇게 신경을 써줄지 몰랐다'고도 하시거든요. 응당 저희가 해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면 보람 있죠."
서울지방경찰청 '칭찬합시다' 코너에는 김 경사가 보람을 느낄만한 글들이 즐비하다. 칭찬을 쏟는 이들은 게시글들을 통해 김 경사가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고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잘 잡는 형사' '조사 잘하는 형사'를 꿈꾸던 김 경사에게 새로운 목표가 추가된 이유다.
"가끔 피해자분들한테 칭찬을 받는데 그중 하나가 '경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칭찬이에요. 언젠가는 이런 소리를 안 듣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군요."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김 경사는 오늘도 끈질기다. 그는 다시 힘줘 말했다. "끈질긴 놈이 이기니까."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