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휘자 서희태 "중요한 건 '다름', 저만의 스타일이죠"

기사등록 2015/09/07 07:30:00

최종수정 2016/12/28 15:34:08

서희태, 지휘자
서희태, 지휘자
'2015 뉴시스 공감 콘서트 - 가을' 지휘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밀레니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서희태는 가장 바쁜 지휘자 중 한명이다.  

 최근 서래마을 자택에서 만난 그의 학자 못지 않은 커다란 책상에는 여러 악보가 펼쳐져 있었다. 이달 지휘하는 콘서트만 해도 10여 개. 연주 목록도 대부분 달라 프로그램을 7개 정도 준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서희태의 표정과 눈빛은 쌩쌩했다. MBC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그는 '놀라온 콘서트' 등 대중에게 클래식을 편하게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놀라온'은 순우리말인 '놀다'와 즐거움을 의미하는 '라온'을 합친 것이다.  

 그 만큼 대중을 만나면 만날수록 열정과 영감은 솟구쳐올랐다. 최근에는 로봇과 오케스트라를 결합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수많은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신데 매번 다양한 시도를 하십니다. 바쁘신 와중에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감사하게도 특별하게 무엇인가 해보려는 분들이 제게 연락을 주세요. 저 역시 만나는 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죠. 어떤 분이라도 '협업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상한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절대 무의미하지 않아요. 그런 시도 끝에 새로운 것이 나오죠."

 -음악을 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다름'이요. 이미 뛰어난 지휘자들이 많아요. 특히 한국에는 인재가 넘쳐나죠. 그러니 저는 저만의 스타일로 하는 것이 필요해요.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한다면,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거죠. 기존 것을 답습하고 동화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요."

 -무엇보다 클래식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셨는데요.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을 대중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음악가는 금난새 선생님이시죠. 그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저는 근데 조금 달라요. 클래식 음악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양한 협업을 추구하는 거죠. IT와 오케스트라 결합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거리낌이 없죠. 서희태는 누구와 닮았다는 소리는 못 들어본 것 같아요.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곡의 반주를 오케스트라로 연주했는데 오케스트라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어요. 클래식 음악가가 드라마('베토벤 바이러스') 예술감독을 맡는 것도 처음이었고, 클래식에 경영 컨설팅을 접목한 것도 드문 일이었죠.(그는 올해 초 충남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발탁되기도 했다.)"  

 -선례가 없는 일들이라 더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불확실하죠. 성공을 담보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다양한 분야의 저변이 확대가 됩니다. 이렇게 도전을 하다 보면 음악을 모티브로 해서 파생되는 직업이 늘어나지 않을까 해요."

 -최근에는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 수업 100'을 펴내시기도 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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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뉴시스 공감콘서트 - 가을'
 "다섯번째 책이에요. 책은 한번 활자화 되면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책임감이 많이 생기죠. 계속 교열을 보고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죠. 근데 애들이 음악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책장에서 빼서 볼 수 있는 백과사전이 있었으면 한다는 출판사의 제안에 동의했죠. 장황한 깊이 보다는 편안하게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바쁜 와중에도 '사랑의 바이러스'라는 자선음악회도 매년 열고 있는데요.

 "11년 전 유학을 갔다 한국에 정착할 때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이후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이후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얻었죠. 거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았어요. 우리 재능의 십일조를 하는 셈이죠. 한번 시작하고 나니 계속 기대하시는 분들이 생겨서 그만 둘 수가 없어요. 무엇보다 공연장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한 음악회를 지속하고 싶어요. 본래 조그만 무대에서 시작한 건데 일이 커져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까지 오르게 됐죠. 올해부터는 근데 마음을 바꿔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자 해요. 떠벌려서 크게 하는 것은 아니라 음악을 필요로 하시는데 현장에서 접하시지 못하는, 몸이 불편한 분들을 찾아가는 거죠. 주몽재활원과 매년 협력하고 있는데 공연장에서 한 번 공연하고 재활원에서 한번 더 공연하고 싶어요."

 -이끌고 계신 밀레니엄오케스트라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에요.  

 "음악적으로 편식하지 않는 단원들이 모였어요. 음악적인 시각이 큰 사람들의 모임이죠. 물론 음악에는 학자들이 필요해요. 바흐 전문가, 모차르트 전문가, 베토벤 전문가처럼요. 근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야하죠."

 -그래서 '2015 뉴시스 공감콘서트-가을'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 무대에 선생님과 밀레니엄오케스트라의 조합은 최적인 듯해요. 바리톤 서정학이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거리의 만물박사', 한류 '재즈 디바' 웅산이 피아졸아의 나는 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김회진이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3번 항구의 가을, 뮤지컬스타 이건명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중 '대성당들의 시대' 등을 부르는 등 다양한 장르를 한번에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죠.  

 "클래식 음악에 대해 일반인들의 동경이 있어요. 알아보고 싶은데 벽이 있어서 선뜻 오시지를 못하는 거죠. 공연장에 가기 힘들다는 인식을 뮤지컬이 우선 깨고 있는데 표를 사서 온다는 생각보다 초대권을 받아서 온다는 생각이 강하죠. 근데 지금 정명훈 선생님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연간 티켓'이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 잖아요. 서울시향의 연주 퀼리티는 대단하죠. 저는 그 같은 사운드를 내는 것에 대해 욕심이 없어요. 다만 우리 오케스트라 소리를 듣고, 이 사운드의 매력을 아신 뒤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시향'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기쁘죠."

 -디딤돌 같은 역할이네요.  

 "네 맞아요. '제일 잘 나가는 지휘자', 그런 수식에는 관심이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해야죠. 콩쿠르 자체는 어쩔 수 없이 순위를 매기지만 음악 자체에는 순서나 순위를 매길 수 없죠. 그 만큼 가치가 다양하니까요."  

 한편, '2015 공감 콘서트 - 가을'은 10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정통 클래식과 뮤지컬 넘버, 재즈 음악이 어우러지는 가을 맞이 축전이다. 서희태가 포디엄에 오른다.  

 '뉴시스 공감콘서트'는 뉴시스가 매년 봄과 가을에 개최하는 공연이다. 공감 뉴스와 저널을 추구하는 뉴시스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친근한 레퍼토리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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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휘자 서희태 "중요한 건 '다름', 저만의 스타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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