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진국 함정' 빠지나②]"선진국 되는 과정상 정체일뿐" vs "추가 성장동력 없어" 의견 팽팽

기사등록 2015/08/23 08:04:24

최종수정 2016/12/28 15:29:42

【인천공항=뉴시스】조성봉 기자 = 중국 위안화 가치가 사흘 연속 하락 후 0.05% 상승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의 환전소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3일 연속 하락 후 4일 만에 상승함으로써 위안화가 단기적으로는 안정국면에 든 것으로 보인다. 2015.08.14.  suncho21@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조성봉 기자 = 중국 위안화 가치가 사흘 연속 하락 후 0.05% 상승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의 환전소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3일 연속 하락 후 4일 만에 상승함으로써 위안화가 단기적으로는 안정국면에 든 것으로 보인다. 2015.08.14. [email protected]
中 경기 성장률 둔화되는 모습에 '중진국 함정' 우려 목소리 높아
 전문가, "선진국 가는 과정상 정체" vs "성장 동력 찾을 수 없어"

【서울=뉴시스】 한상연 기자 =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많은 남미 국가들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성장 동력 부족으로 겪었던 '중진국 함정'의 조짐이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0년간 고속 성장을 해오다가 최근 몇 년 간 모든 산업 부문에서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이라는 견해와 단순히 발전 사이클 상 잠시 정체의 시기일 뿐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3일 뉴시스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의 중진국 함정 편입에 대해 4명의 전문가들과 긴급 진단한 결과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2명, 그와 반대 의견을 낸 전문가는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입장은 중국이 그간 기록한 높은 성장률을 향후에도 이어가기에는 그만한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게 핵심이다.

 SK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중국이 이미 중진국 함정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라며 "가장 큰 이유가 임금 상승률"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이 지금과 같이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값싼 임금 덕"이라며 "2009년부터는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노동력으로 얻을 수 있었던 강점이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임금 상승률을 맞출 수 없게 됐고, 이것이 경제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악순환이 발생하는 중국 경제 상황을 역설했다.

 향후 가장 큰 문제는 침체 양상을 보이는 중국 경제에 활력을 더할 긍정적 요소가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개발 정책이 가지는 한계가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 연구원은 "그간 연안개발을 통해 성장해온 중국이 향후 내륙 쪽 개발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과거 두바이나 우리나라 등 내륙개발에 나섰던 다른 나라들이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내륙개발 정책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가질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아울러 개발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잉투자의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경우 지속성장이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이미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볼 근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장규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7% 이상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는 보고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그런 성장이 지속가능하냐의 문제는 있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은 현재 낭비적인 투자도 많고 전 산업에서 과잉 투자된 측면도 있다"라며 "성장률 수치를 맞추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단기 부양책에만 급급하고 있어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중국의 중진국 함정설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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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지난 18일 자료사진으로 중국 투자자들이 베이징(北境)에 있는 증권거래소에서 주가를 보고 있다. 중국 제조업지표가 예기치 않은 부진을 보이면서 경기 둔화의 징후가 거듭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21일 8월 차이신(Caixin)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전월(47.8) 수치보다 낮은 47.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5.08.21
 결국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정체기인 이때 고속성장에 대한 향수를 버리고 이를 인정하고 과잉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에 변화를 주는 한편 기술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과잉 투자하는 제조업을 정리하고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중앙정부에서 결정해 지방으로  명령을 하달하는 식이 아니라 시장에 의존해 시장의 판단에 따라 가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기술력이다. 단순 기술을 말하는 것 외에 체제를 바꾸는 원동력이 강해야한다는 것"이라며 "중국이 혁신이 통용되는 나라로 바뀐다면 중진국 위험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반면 지금의 성장 둔화는 선진국으로 가는 일종의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진국 위험에 빠졌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투자전략팀장은 "중진국의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개발을 위해 선진국을 모방하는 방식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하다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할 때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재 팀장은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졌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힘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고 있어 언제든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라면서도 "현재 경제 성장 둔화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중진국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출 투자 중심의 성장에서 소비 중심의 모형으로 바꿔 구조조정을 통해 고도 성장으로 발생된 버블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현재 중국이 이런 과정을 겪으며 경제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일각에서 중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현재 2~3%대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대한 해석"이라며 "중국은 아직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대규모 값싼 노동력을 가지고 있어 성장 원천이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기에 중진국의 함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재진 연구원 역시 "경제성장률을 5%에서 7%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라며 "중국 내에서 각종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는 그걸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이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설명했다.

 꽁꽁 막아뒀던 규제를 완화하고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는 등 각종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든 이 시점이 향후 중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투자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현재는 감세 등을 통한 조건 완화 정책으로 소비 여건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유동성 투입과 규제 완화를 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까지 단행했지만 최후의 카드는 아직 꺼내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경기 부양을 위한 속도를 줄이면서 구조조정 효율성만 높일 수 있다면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져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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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진국 함정' 빠지나②]"선진국 되는 과정상 정체일뿐" vs "추가 성장동력 없어" 의견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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