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보는 경제]"심리테스트로 대출 신용평가…상환능력 가려내"

기사등록 2015/08/13 14:54:49

최종수정 2017/01/07 20:06:45

P2P 대출 '어니스트 펀드' 김주수 ㈜비모 대표 인터뷰
 "심리 기반 빅데이터 분석으로 신용평가 세분화 가능"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힘들지 않습니까.' '내가 할 일을 정확히 합니까.'

 간단한 심리테스트 같지만 사실은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평가 문항이다. 주어진 질문에 답을 적어 내면 정교화된 시스템 분석을 거쳐 개인 신용도가 나오게 된다. 이를 통해 대출자들의 성격과 성향은 물론 상환 능력과 의지를 파악해 소위 대출 '우량자'와 '불량자'를 가려낸다.

 국내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시장에 최근 빅데이터 분석과 심리학 이론을 접목시킨 신용평가모형이 등장했다. P2P 대출 플랫폼인 '어니스트 펀드'를 운영하는 ㈜비모가 성균관대 심리학과 장승민 교수팀과 함께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심리측정 기반의 신용평가시스템(PSS)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대출자의 나이와 성별, 학력, 소득 등 기본적인 정보에 대출 실적과 연체 정보 등을 바탕으로 개인 신용도를 평가하고 있다. 만약 높은 신용등급을 받은 사람은 저금리의 은행 등 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인 저신용자의 경우에는 최고금리가 연 34.9%에 달하는 대부업체로 밀려나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모는 이러한 양분화된 국내 대출시장 구조의 틈새를 노렸다. 5~6등급의 중간 신용계층인데도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대출자들을 상대로 8~15% 정도의 중금리로 대출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신용평가 방식으로는 심리테스트 기법을 적용했다. 심리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신용평가를 하게 되면 대출자에 대한 세분화된 분석이 가능해져 맞춤형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는게 비모의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비모를 창업한 김주수 대표는 "금융권에서 갖고 있는 신용정보 데이터 상으로는 대출이 가능한지 판단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사람이라도 대출 상환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한 사람들을 찾아 맞춤식 대출을 제공하는게 핵심적인 가치고, 그걸 가능토록 하는게 빅데이터 기반의 PSS"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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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테스트로 개인 신용평가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기법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신용평가 서비스 개발로 자리잡은 업체들이 있다. 영국의 비주얼DNA, 미국의 EFL사 등이다. 이들 업체는 10여분 정도의 테스트를 거쳐 돈을 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금융권에서는 단순히 데이터만을 결합해 분석하는 '로지스틱 회귀 모형'이라는 통계적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이와 달리 '머신러닝' 기법을 사용하면 변수에 따라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변별력이 높아진다"며 "이미 수천명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거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 연말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전통 금융권인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막바지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출 시장에서의 빅데이터 분석과 심리 평가 방식에 대해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지난 6일 신한은행의 핀테크 업체 지원 프로그램인 '퓨처스랩'의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P2P 대출 시장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니스트 펀드'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한다면.  

 "지난해 10월 공동 창업자 2명과 개발자 1명이 모여 12월부터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어니스트 펀드 서비스는 6월 말 오픈했다. 서울대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로스쿨에 들어갔고, 핀테크 산업에 대해 법적으로 지원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직접 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왔고, 공동 창업자와 뜻이 맞아 창업 전선에 뛰어들게 됐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P2P 대출 시장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어니스트 펀드는 신용평가 모형이 튼튼하고 기술 개발에 할애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심리측정 기반의 신용평가시스템(PSS)은 어떠한 내용인가?

 "기존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시스템은 대출자의 개인 신용정보, 소득 정보, 개인 정보, 주거 형태라든지 지금은 사용할 수 없지만 나이, 성별 등 기본적인 정보를 토대로 상환 능력과 의지를 평가한다. 몇십년 동안 똑같은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니 변별력, 즉 대출 우량자와 불량자를 가려내는 데에 목마름이 있었다. 금융권에서 갖고 있는 신용정보 데이터 상으로는 대출이 가능한지 판단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사람이라도 대출 상환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들을 찾아내 많은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 모든 사람들에게 특화된 맞춤형 대출을 제공하는게 핵심 가치다. 그것을 가능토록 하는게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모형 PSS다. 신용등급 5~6등급, 금리 8~15%의 대출 시장이 없는데 중금리 대출 시장을 신용평가시스템으로 만들어 내 맞춤형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심리평가로 신용평가를 한다는 것이 아직 생소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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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는 영국의 비주얼 DNA와 미국의 EFL사 등이 신용평가를 할 때 심리평가 방식을 사용한다. 영국 마스터카드 업체는 비주얼 DNA와 제휴를 맺고 심리평가 방식을 도입했더니 부실률이 23% 가까이 절감됐다. 개방성, 외향성, 성실성, 친화성, 신경성 등 심리 5요인을 적용하고 있는데 전세계 어디에서도 테스트를 하면 변별력이 나오고 있다."

 "은행에서 여신심사역도 대출자가 오면 여러가지 질문을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러한 것들도 심리적인 측면을 파악하는 것이다. 실제 대출자들에게 '한도를 늘리겠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수긍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부실률이 높게 나타났다. 결국 이러한 것들을 정교화하고, 일률적으로 자동화하게 되면 신용을 파악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심리평가가 이뤄지나?

 "어니스트 펀드의 심리테스트 경우 항목은 10여개 정도로 구성돼있고, 그것을 평가하는 질문들은 항목당 20~30개, 많게는 40개까지로 돼있다. 정답은 없지만 신기하게 상관관계를 분석하면 변별력이 잘 나온다. 질문에는 거짓말을 측정하는 문항도 들어있다. 겉으로 보기에 평가가 되겠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기존에 사용하지 않은 정보를 활용해 포착해 내지 못했던 상환 잠재력과 상환 의지를 잡아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단순히 데이터만을 결합해 분석하는 '로지스틱 회귀 모형'이라는 통계적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이와 달리 '머신러닝' 기법을 사용하면 변수에 따라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변별력이 높아진다. 이미 수천명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거쳤다."

 -금융 시장에서 빅데이터 분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이 있다면.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금융을 제외하는 삶의 다른 영역에서는 이미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맞춤화된 서비스가 많다. 그런데 금융 시장에서 대출이나 보험 쪽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솔루션이 별로 없다. 특히 대출 시장은 워낙 복잡하고 신용 위험을 판단하는 정보가 부족해서 잘 활용되지 못했다. 결국 정보를 극대화해서 적합한 이자율과 한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다른 핀테크 업체들도 통합적인 이해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어니스트 펀드의 경우 심리 측정 뿐만 아니라 SNS 정보, 온라인 행동패턴 등의 데이터를 받고 있다. 그중 심리 분석에 집중하는 것은 '범용성' 때문이다. SNS 같은 경우는 없는 사람도 있고, 온라인 행동 패턴은 변별력 검증이 아직 덜 된 부분이 있다. 심리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변별력도 뛰어나다. 일단은 심리 분석에 집중해 시스템을 고도화한 다음 SNS나 온라인 등 다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대출 플랫폼으로 발돋움 하고자 한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처음에 P2P 대출이 등장했을 때 불법 사금융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대출 상품이라는게 구전 효과가 생기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테스트는 정교화 과정이 끝난 상태다. 최근 제휴를 맺은 신한은행의 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실질적으로 다시 한 번 검증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올 연말에는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핀테크 업체들은 대체로 서비스만 갖고 있지만 금융은 인프라까지 갖추고 있다. 서로의 영역을 분화하고 특화시키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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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보는 경제]"심리테스트로 대출 신용평가…상환능력 가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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