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나를보는3분<38> 천상천하 유아독존, 바로 아기울음소리

기사등록 2015/07/18 08:01:00

최종수정 2016/12/28 15:19:56

【담푸스(네팔 카스키주)=뉴시스】네팔 담푸스 풍경
【담푸스(네팔 카스키주)=뉴시스】네팔 담푸스 풍경
【담푸스(네팔 카스키주)=뉴시스】하도겸 박사의 '삶이야기 선이야기(생활선)' <173>

 석가모니불이 태어나자마자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고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사방을 둘러보며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고통이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고 하였다고 한다.

 '아당안지' 대신에 '하가락자(何可樂者)'라는 설도 있다. 결국 "삼계가 모두 즐거운 것이 없이 괴로워 하니 참나를 찾아 편안하게끔 내가 돕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일곱 걸음을 걸어갔다는 것은 지옥도·아귀도·축생도·수라도·인간도·천상도 등 윤회하는 육도(六道)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는 뜻이다. 아울러 유아독존의 '나'는 석가를 비롯한 모든 중생의 존엄성, 즉 자존감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끔 타종교인들에게 "그 말을 사람들이 어떻게 믿어야 하나요?"라는 말을 듣는다. 난 '적힌 그대로'는 믿지 않는다. 대신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한다. 다만 경전의 말은 무엇을 말하려는지 그 목적과 상징성이 중요하다. 그것을 말하기에 앞서 옷만 깨끗이 입는 돈 많고 권력 좋아하는 성직자들 말고 수행하는 이들, 즉 수행자에게 묻고 싶다. 수행의 시작은 언제인가? 그 시작은 알기 어렵지만 이 삶에서는 역시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망자가 하데스가 지배하는 명계로 가면서 건너야 하는 저승에 있는 다섯 개의 강 중 하나가 망각의 강이다. 죽은 자는 명계로 가면서 레테의 강물을 한 모금씩 마시게 되는데, 강물을 마신 망자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깨끗이 지우고 전생의 번뇌를 잊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티베트 사자의 서' 49일의 중음 과정에서 이미 바르도라는 일종의 '망각'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이러한 망각의 상태에 빠지지 않고 태어날 수도 있다. 육도윤회를 벗어나면 된다. 그래서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일곱 번 걸었다고 하나보다. 이미 육도윤회를 벗어난 석가의 모습은 오직 인연있는 불보살과 천신들 이상만이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경전의 내용을 '적힌 그대로' 믿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본다.

 부처님께서 태어나면서 외친 '천상천하유아독존 사해개고아당안지'라는 말은 나만 잘 살기 위해서 이 세상에 돌아왔다는 의미가 아니다. 육도윤회를 벗어나 열반에 든 부처가 다시 화신으로서 이 세상에 나투신 이유는 중생구제다. 하지만 이 중생에는 나, 즉 석가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나만을 위해 살지 않겠다는 의미와 함께 나를 다시 제대로 보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시간적 선후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먼저 서고 그 다음에 남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그때 나서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내 마음의 주인이 나임을 알아가면서 함께 주변의 생명들을 돕겠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이 이상의 깨달음을 가지고 태어난 부처이기에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칠 수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세속의 사람들은 다만 석가의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말을 이렇게 들었을 것이다. '응아 응아', 그렇다. 아기 우는 소리다. 그 우렁찬 울음 속에 석가의 탄생, 즉 '나는 나입니다. 내가 부처입니다. 내가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잘 살기 위해서!'라는 신고와 선포의 의미가 담겨 있음을 봐야 할 것이다.

 지금해야한다? 내가 해야 한다? 이런 집착, 아니 생각(망상)마저 내려놓아야 한다. 아니, 없애도 되는 생각이다. 지금 내가 꼭 안 해도 된다. 다만 꿈을 버리지만 않으면, 그렇게 뜻을 간절하게 지니고 있으면, 꼭 되는 그 때가 온다. 바로 시절인연이 찾아온다. 성큼성큼 사자처럼 다가온다. 그게 부처님 뜻이다.

 조직이든 사업이든 사회든 국가든, 그 어디에서도 지금 내가 꼭 해야 한다는 그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 생각 하나 버리면 참으로 자유롭다. 그런 생각이 없어져야 비로소 꼭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시절인연이 찾아온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서 천명이라고 하고 소명이라고 하나보다. 그런 운명에 부응할 때 우리는 그를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한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칼럼니스트 hadogye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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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나를보는3분<38> 천상천하 유아독존, 바로 아기울음소리

기사등록 2015/07/18 08:01:00 최초수정 2016/12/28 15: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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