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1995년 6월29일 오후 6시께 영동세브란스병원(현 강남세브란스)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경희 간호사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막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한 여직원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고 소리쳤다. 백화점이 주저앉았다는 소식을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한 모습의 사람들과 시신들이 병원 응급실로 밀려들어왔다.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52분께 지상 5층·지하4층의 삼풍백화점이 순식간에 붕괴됐다.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였다.
당시 2년차 간호사였던 강남세브란스병원 책임간호사 이경희(46)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응급실이 마치 전쟁통 같았다"고 말했다.
몇십명의 사상자들이 갑자기 몰려들면서 30여개의 응급실 병상에는 환자들이 가득찼다. 비상사태에 병원의 전 인력이 응급실에 투입됐고 의료진과 환자들이 한데 뒤섞여 전쟁영화를 방불케했다. 치료받을 공간이 부족해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경상 환자들은 지하 식당에서 문진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 간호사는 주로 차트를 기록했다. 지금처럼 전산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라 모두 종이 차트였다. 환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부상 정도와 치료 내용을 기록하는 내내 손이 떨려왔다. 이 간호사는 "이런 대형사고를 겪어본 적이 없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여기저기 피가 묻어 있고 아파서 신음하는 환자들로 정신이 없었다"며 "얼굴이 없거나 팔다리가 훼손된 시신을 보고 굉장히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붕괴 이후에는 온 나라가 사고를 당한 슬픔과 구조되는 사람들에 집중해 정신이 없었다"며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의 외상 치료가 바빠 심리 치료를 바로 못했던 것이 생각났다. 또 훼손된 시신은 고통 속에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꿈에 나왔다"고 말했다.
삼풍백화점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서울성모병원(당시 강남성모병원)에는 가장 많은 사상자가 몰렸다. 사고 직후 너무 많은 환자들이 몰리면서 경상자들은 강남세브란스 등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전신수(55) 신경외과 교수도 당시 응급실 주니어 스텝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뉴스가 전해지면서 병원은 응급실에 의료진을 증원하고 재난 대책 의료팀을 꾸리는 등 곧바로 대비에 착수했다.
전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오면서 응급실이 매우 혼잡했다. 대부분 다발성 외상으로 정형외과, 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 주로 외과 계열 의료진이 각 영역에서 응급 처치와 수술을 진행했다"며 "한쪽에서는 경찰들이 신원확인을 위해 분주했다"고 말했다.
치료를 하면서 가슴 아팠던 사연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전 교수는 "안면에 외상이 있거나 머리 수술을 했을 경우 붕대를 감고 있는데 환자 보호자가 한달 가량 바뀐 적이 있다"며 "한달 후에 환자가 깨어나서 '부모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환자의 부모는 자식을 한달만에 찾았지만 자기자식인 줄만 알고 간병했던 보호자들의 아들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20년이 흘렀지만 변한 것은 없다. 재난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 간호사는 "사고가 나면 그때뿐, 다들 자꾸만 망각하는 것 같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에서 보듯 눈앞의 이익만을 챙기고 쉬쉬하다가 사고가 발생한다"며 "예나 지금이나 사고 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은 마찬가지다. 더이상 이같은 안전사고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강남세브란스병원에 근무했던 조모(51) 간호사도 "이런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진, 시설, 장비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 병원에 환자를 집중하기보다 분산하는 것이 낫다"며 "대형사고의 가능성은 늘 많기 때문에 국가에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재난 사고에 대한 매뉴얼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대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일선 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등 의료진들이 재난에 대응하는 모의 시뮬레이션과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중요한 것은 국가적·지역적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에 대한 매뉴얼이 현장에서 신속, 정확하게 작동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대형 외상사고나 재난에 대응하는 매뉴얼과 시뮬레이션 등 실제 훈련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매뉴얼만 갖고 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숙지하고 그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며 "몇년 전부터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한다고 들었지만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철저하게 준비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간호사도 "모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난에 대한 대응법을 익히고 있다"며 "국가가 조직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사공이 너무 많다. 인력 구축계획을 세우고 각 구역을 세분화, 또는 이를 묶어 전국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재난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사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국가 전체를 아우를 예방책이 필요하다"며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을 법제화하고 평소에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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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한 여직원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고 소리쳤다. 백화점이 주저앉았다는 소식을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한 모습의 사람들과 시신들이 병원 응급실로 밀려들어왔다.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52분께 지상 5층·지하4층의 삼풍백화점이 순식간에 붕괴됐다.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였다.
당시 2년차 간호사였던 강남세브란스병원 책임간호사 이경희(46)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응급실이 마치 전쟁통 같았다"고 말했다.
몇십명의 사상자들이 갑자기 몰려들면서 30여개의 응급실 병상에는 환자들이 가득찼다. 비상사태에 병원의 전 인력이 응급실에 투입됐고 의료진과 환자들이 한데 뒤섞여 전쟁영화를 방불케했다. 치료받을 공간이 부족해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경상 환자들은 지하 식당에서 문진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 간호사는 주로 차트를 기록했다. 지금처럼 전산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라 모두 종이 차트였다. 환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부상 정도와 치료 내용을 기록하는 내내 손이 떨려왔다. 이 간호사는 "이런 대형사고를 겪어본 적이 없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여기저기 피가 묻어 있고 아파서 신음하는 환자들로 정신이 없었다"며 "얼굴이 없거나 팔다리가 훼손된 시신을 보고 굉장히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붕괴 이후에는 온 나라가 사고를 당한 슬픔과 구조되는 사람들에 집중해 정신이 없었다"며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의 외상 치료가 바빠 심리 치료를 바로 못했던 것이 생각났다. 또 훼손된 시신은 고통 속에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꿈에 나왔다"고 말했다.
삼풍백화점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서울성모병원(당시 강남성모병원)에는 가장 많은 사상자가 몰렸다. 사고 직후 너무 많은 환자들이 몰리면서 경상자들은 강남세브란스 등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전신수(55) 신경외과 교수도 당시 응급실 주니어 스텝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뉴스가 전해지면서 병원은 응급실에 의료진을 증원하고 재난 대책 의료팀을 꾸리는 등 곧바로 대비에 착수했다.
전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오면서 응급실이 매우 혼잡했다. 대부분 다발성 외상으로 정형외과, 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 주로 외과 계열 의료진이 각 영역에서 응급 처치와 수술을 진행했다"며 "한쪽에서는 경찰들이 신원확인을 위해 분주했다"고 말했다.
치료를 하면서 가슴 아팠던 사연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전 교수는 "안면에 외상이 있거나 머리 수술을 했을 경우 붕대를 감고 있는데 환자 보호자가 한달 가량 바뀐 적이 있다"며 "한달 후에 환자가 깨어나서 '부모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환자의 부모는 자식을 한달만에 찾았지만 자기자식인 줄만 알고 간병했던 보호자들의 아들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20년이 흘렀지만 변한 것은 없다. 재난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 간호사는 "사고가 나면 그때뿐, 다들 자꾸만 망각하는 것 같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에서 보듯 눈앞의 이익만을 챙기고 쉬쉬하다가 사고가 발생한다"며 "예나 지금이나 사고 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은 마찬가지다. 더이상 이같은 안전사고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강남세브란스병원에 근무했던 조모(51) 간호사도 "이런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진, 시설, 장비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 병원에 환자를 집중하기보다 분산하는 것이 낫다"며 "대형사고의 가능성은 늘 많기 때문에 국가에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재난 사고에 대한 매뉴얼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대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일선 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등 의료진들이 재난에 대응하는 모의 시뮬레이션과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중요한 것은 국가적·지역적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에 대한 매뉴얼이 현장에서 신속, 정확하게 작동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대형 외상사고나 재난에 대응하는 매뉴얼과 시뮬레이션 등 실제 훈련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매뉴얼만 갖고 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숙지하고 그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며 "몇년 전부터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한다고 들었지만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철저하게 준비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간호사도 "모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난에 대한 대응법을 익히고 있다"며 "국가가 조직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사공이 너무 많다. 인력 구축계획을 세우고 각 구역을 세분화, 또는 이를 묶어 전국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재난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사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국가 전체를 아우를 예방책이 필요하다"며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을 법제화하고 평소에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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