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서양좌파가 본 한국정치…'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기사등록 2015/06/02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5:05:22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절망도 익숙해지면 몸 일부가 된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희망은 불편하다. '희망고문'을 당하느니 차라리 편안한 절망을 택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니얼 튜더는 이렇게 말한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희망이라면,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은 때로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사람,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침없는 직언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아웃사이더로서의 날카로운 시각을 견지하는 영국청년 튜더의 대한민국 정치 비평서다.

 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정치는 조금 이상하다. 여기에는 좌파도 우파도 없다. 보수는 오로지 대기업 밀어주기와 '나 먼저'라는 생각 외에는 아무런 철학이 없으며, 진보는 과거에 사로잡힌 채 프로페셔널리즘이 결여된 무능한 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묻는다. "민주주의는 정말로 후퇴하고 있나?"

 그의 눈에는 충격적일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어쩌면 한국 독자에게는 이미 익숙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 '익숙함'이 안타까워서 대니얼 튜더는 이 책을 썼다. 보이지 않는 적은 익숙한 절망, 곧 지독한 피로와 무력감이다. '희망'이란 단어는 오염되고 탈색돼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듯한 시대에 그는 이 책을 썼다. 그는 말한다. "이제 당신의 목소리를 내십시오."

 이 책에서 그는 한국 민주주의가 마주하는 현실을 제시하고, 정당과 시민은 민주주의를 정상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쇠락이 우려되는 제조업을 위해 한국형 미텔슈탄트를 키우자는 제안, 이탈리아의 '5성 운동'같은 풀뿌리 운동을 시작해보자는 제안 등에서는 그만의 시각이 돋보인다.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은 결국 한국 독자를 위해 쓴 책이다. 전작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영미권 독자에게 한국을 소개하려고 내놓은 책을 번역한 것이라면, 이 책은 기획 단계부터 집필, 출간까지 오로지 한국 독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에 머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일한 그는 이 책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 캠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을 풀어내고, 정치인 및 고위 관료를 접하며 느낀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와 엘리트 사고방식의 문제도 짚었다. 송정화 옮김, 232쪽, 1만48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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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서양좌파가 본 한국정치…'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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