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정화해야 한다"…'용한 무속인' 손녀 행세한 중국인 일당 구속

기사등록 2015/05/19 12:00:00

최종수정 2016/12/28 15:01:31

【서울=뉴시스】김예지 기자 = "아들이 3일 안에 죽을 수도 있어요.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정화해야 해요."  한국에서 제봉일을 하며 10년째 살고 있는 조선족 송모(58·여)씨. 송씨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건 '용한 무속인 황 선생'으로부터였다.  송씨가 황 선생을 알게 된 건 지난해 8월6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환전소에서 나오던 길이었다.  중국인 여성 A씨가 중국말로 송씨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A씨는 "딸이 갑자기 아파서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송씨가 A씨와 병원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사이 또 다른 중국인 여성 B씨가 다가왔다.    B씨는 "황 선생을 아는냐. 의사도 못 고치는 병을 고치는 용한 사람이다"라며 "황 선생의 손녀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A씨와 송씨에게 말했다.  송씨는 아들이 피부병을 앓고 있어 "같이 황 선생의 손녀를 보러 가자"는 B씨의 말에 현혹됐다. 100m쯤 걸어가자 황 선생의 손녀 가모(42·여)씨가 서있었다.  송씨가 가씨와 인사를 나누던 사이 가씨가 갑자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러더니 송씨에게 전화를 넘겨주며 "나의 할아버지, 황 선생의 전화다. 받아보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 황 선생은 송씨에게 "점을 봤는데 곧 재앙이 닥쳐 당신 아들이 3일 안에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씨에게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송씨는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는 송씨에게 이들은 "가지고 있는 돈이나 금을 모두 가져와 정화를 해야한다. 그렇게 하면 아무 일 없다"고 했다. 송씨는 이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송씨는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서 현금 1000만원과 중국돈 40만원 상당을 챙겨서 다시 이들을 만나러 나왔다. 그리고 은행에 들러 700만원도 인출했다. 송씨의 전재산이었다.   다시 만난 이들 일당은 송씨에게 빨간 손가방을 건네주며 가방 안에 돈뭉치를 넣으라고 했다. 송씨는 좋은 기운을 뜻하는 빨간 가방이라 더 믿음이 갔다.  그리고 이들은 생수를 꺼내 송씨의 손을 씻겨줬다. '돈 정화'를 위해서라고 했다. 이들은 헤어지면서 송씨에게 "빨간 가방을 열흘간 열지 말라"고 했다. 그래야 아들이 죽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불안해 하는 송씨를 B씨는 "나도 이전에 한번 해봤다. 돈은 그대로 가방에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냐"고 달랬다. 송씨는 그런 이들에게 감동했고 마음이 편해졌다. 고개 숙여 인사하며 감사의 뜻을 표하는 송씨에게 이들은 "얼른 집에 가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송씨의 핸드폰이 그 빨간 가방 안에 있는 것. 가방 안에 있는 휴대폰이 한번도 울리지 않아 송씨는 이를 이상히 여겼지만 "빛이 많을 때, 낮 12시에 가방을 열어야 효과가 있다"는 이들의 말을 되뇌이며 하룻밤을 지냈다.  다음날 오전 8시30분. 송씨는 할 수 없이 가방을 열어 휴대폰만 꺼내기로 결심했다. 가방을 연 송씨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가방 안에 돈뭉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물병과 과자만 덩그러니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서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친근했던 그 중국인 언니, 동생이 아니었다. 황 선생 역시 가상의 인물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가 일당에게 속아 '돈 정화 작업'을 하는 사이 이들이 가방 안에 돈과 비슷한 무게의 물병을 바꿔치기 해 돈을 챙긴 것이었다.    10일간 가방을 열지 말라고 한 것도 단순히 도주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조선족 교포들에게 접근해 "집안의 우환을 없애준다"며 현금을 챙긴 중국인 가씨 등 4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가씨 등은 지난해 12월18일에도 같은 수법으로 1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중국 국적의 중국인들로 홍콩에서 단기 관광 비자를 받아 입국한 뒤 중국인들이 많은 환전소 앞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입국하지 않은 나머지 공범 2명에 대해 지명 수배를 내리고 이들의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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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정화해야 한다"…'용한 무속인' 손녀 행세한 중국인 일당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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