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자동차 액션의 헤비메탈…'매드 맥스:분노의 도로'

기사등록 2015/05/14 14:27:57

최종수정 2016/12/28 15:00:18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멋지군! 끝내주는 날이야!" 폭군 임모탄(휴 키스-번)이 지배하는 도시 시타델에서 도망친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를 추격하는 '워보이' 눅스(니콜러스 홀트)는 신나게 차를 몰며 이렇게 외친다. 영화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이하 '매드 맥스')의 이 대사는 조지 밀러 감독이 흡사 자신이 연출한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를 웅변하는 듯하다. "멋지군! 끝내주는 영화야!" 눅스의 말 그대로다. '매드 맥스'는 정말 "끝내주는" 영화다. 거대한 덩치의 '워머신'(자동차) 수십 대가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을 링 삼아 뒤엉키는 모습은 마치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스페셜 매치 '로얄럼블'(레슬러 수십 명이 시간에 맞춰 차례로 링에 올라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룰의 경기)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매드 맥스'는 이 레슬링의 '월드 헤비 웨이트 액션 챔피언'이다.

 핵전쟁으로 세계가 종말을 맞은 22세기. 문명은 사라지고 지구는 사막으로 변했다.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임모탄은 스스로 신이 돼 인류를 지배한다. 임모탄의 도시 시타델의 사령관 퓨리오사는 임모탄의 폭정에 반발, 그의 다섯 아내를 데리고 도시를 탈출한다. 한편, 아내와 딸을 잃고 임모탄의 노예가 된 맥스(톰 하디)는 시타델에서 가축처럼 지내다가 퓨리오사를 쫓는 워보이 중 한 명이 눅스의 '피 주머니'가 돼 그의 차에 탑승한다. 퓨리오사와 그를 추격하는 임모탄, 임모탄의 전사 워보이들이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동안 맥스는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분노의 질주:더 세븐'에서 자동차 액션의 끝을 봤다고 느낀다면, '매드 맥스'를 반드시 봐야 한다. 조지 밀러 감독은 아마도 제임스 완 감독의 카체이싱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내가 이겼다!' '매드 맥스'는 자동차 액션이 들어간 액션 영화가 아니다. 오직 자동차 액션을 위한 영화다. 그리고 이 작품의 카체이싱 장면은 그 어떤 액션영화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밀러 감독은 영화를 위해 실제 자동차 150대를 제작했다. 이 자동차들은 잘빠진 스포츠카가 아닌 전투 병기로 만들어진 워머신. 이 워머신들은 서로 속도전을 벌이고, 게릴라 전투를 하며, 백병전을 펼친다. 8기통짜리 거대 엔진을 단 이 차들은 엔진이 내는 굉음과 강렬한 사운드의 록음악에 휩싸여 갈색 사막 위에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묵직함'은 '매드 맥스'의 자동차 액션이 여타 다른 영화의 액션 장면을 압도하는 차별화된 지점이다. 일반적으로 액션영화들은 자동차가 주는 속도의 쾌감에 집중한다. 여기에 화려한 운전 기술로 경쾌함을 더한다. 하지만 '매드 맥스'의 자동차는 전투 병기. 빠르기도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강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 워머신들은 포장된 도로가 아닌 사막을 달려야 한다. 차체는 올라가고, 바퀴는 최대한 커진다. 사령관 퓨리오사의 전투 트럭 '워리그'는 6륜 구동의 18륜 차량이며 8기통 엔진 두 개가 장착돼 있고, 거대한 연료 탱크를 달고 다닌다. 임모탄의 차는 캐딜락 두 대를 이어붙인 차량에 두 개의 V16 엔진과 2m 높이의 쌍후륜, 수제 기어박스가 달렸다. 이렇듯 최대한 몸집을 키운 자동차들이 서로 몸을 맞부딪힐 때는 거구의 프로 레슬러들이 한 곳을 향해 돌진해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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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과 편집도 흠잡을 데 없다. 엣지 암 시스템(Edge Arm System, 카메라를 어디에도 장착할 수 있는 도구)을 활용해 차체에 카메라를 달아 차 위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더 역동적으로 담았다. 사막의 건조함을 관조하는 듯한 부감샷과 인물의 표정과 기어의 변환 등을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잡은 뒤 이를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이어붙인 것도 인상적이다. 이러한 촬영과 편집은 "영화를 하나의 음악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는 조지 밀러 감독의 말처럼 '매드 맥스'를 하나의 헤비메탈 곡으로 탈바꿈시켜 보는 영화를 눈으로 보는 음악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가 선사하는 이미지는 또 다른 볼거리다. '매드 맥스'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는 단순히 등장 인물의 특이한 외형에 국한한 것은 아니다. 황금색 사막 위에서 무채색의 차량이 달리고, 이 기계 덩어리들은 붉은색 화염을 시종일관 뿜어낸다. 시타델의 전사 워보이들의 얼굴을 원시부족 전사처럼 하얗게 칠하고, 퓨리오사는 얼굴에 기름을 묻혀 검게 만든다. 이렇듯 영화의 황색과 적색, 백색과 흑색의 이미지들은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장면들을 상영 시간 내내 관객에게 선사한다.

 인물들의 대사를 최대한 줄인 연출 방식도 좋다. 오직 생존만이 지상 최대 과제가 된 상황에서 각 캐릭터는 입을 꾹 다문 채 달리고, 싸우고, 죽는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 '맥스'를 연기한 톰 하디는 영화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연기를 해낸다. 특히 그의 건조하면서도 거칠고 묵직한 목소리는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역을 맡아 독특한 목소리 연기를 보여준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배우의 음성이 연기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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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밀러 감독은 "사회가 진화하는 과정이 한편으로는 고무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편하기도 하다. 현대 세계의 복잡성을 제거하면 매우 기초적이고 자유로운 세계가 탄생하고, 기본적인 우화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말들이 큰 의미가 있을까. 관객은 그저 '매드 맥스'가 선사하는 광란의 질주에 올라타 두 시간을 즐기고 나오면 그만이다. '매드 맥스'는 자주 나올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큰 스크린의 극장에서 이 영화를 즐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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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자동차 액션의 헤비메탈…'매드 맥스:분노의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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