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뉴시스】강신욱 기자 = 26일 충북 진천군 진천읍 농다리 상류 백곡천에서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뛰쳐나간 암컷 황새 '미호'(아래)와 수컷 황새 '진천'이 노닐고 있다. 2015.04.27. (사진=임영섭 조류사진작가 제공)
[email protected]
"황새가 나를 죽이려고" 과대망상
【진천=뉴시스】강신욱 기자 = 충북 진천군 문백면 백곡천에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 두 마리가 서식하면서 학계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조선시대 연산군(燕山君·재위 1494~1506)은 황새를 싫어했다.
연산군일기 12년(1506) 5월 23일 자를 보면 연산군은 "각도로 하여금 황새를 잡아 올려 남은 종자가 없도록 하라"는 전교를 내렸다.
연산군은 왜 황새의 씨를 말리려고 했을까.
'왕(연산군)이 일찍이 금표(禁標) 안을 미행할 때 풀 숲에 사람이 숨었다가 자신을 해칠까 늘 두려워 했는데 하루는 저녁 때 말을 몰아 환궁하다가 밭두둑에서 황새가 무엇을 쪼아 먹는 것을 보고 사람인가 의심해 채찍을 쳐 급히 지나왔다. 사람을 시켜 살펴보니 바로 황새였다. 이로부터 황새를 매우 싫어해 이런 하교를 내렸다.' <연산군일기 12년 5월 23일 자>
연산군이 황새를 싫어했던 이유는 다름 아니라 황새가 자신을 해치려는 줄 아는 과대망상에 사로 잡혔기 때문이다.
연산군은 사냥 등을 위해 한성 외곽에 금표를 설정해 출입을 통제했다.
'금지 구역의 한계를 더 멀리 해야 하겠다. 그 안에 비록 전토와 가옥이 있다 할지라도 임금의 땅 아님이 없는데 누가 감히 자기 것으로 알겠는가. 창경릉의 수호군도 한계 밖으로 나가 살도록 하고 목책을 모화관 아래 담 모퉁이에 설치해 사람들의 통행을 금하고 오직 행행(行幸·임금이 대궐 밖으로 거둥함)할 때만 임시로 철거하도록 하라.' <연산군일기 10년 8월 7일 자>
연산군이 금표를 세우면서 이주한 백성은 2만550여 명, 금표에 들어간 농지는 5700여 결(結)에 이르렀다고 한다.
연산군은 폭정으로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란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으로 보인다.
연산군은 5월에 황새를 모두 죽이라고 명한 뒤 6개월 뒤에 이복 동생인 중종을 내세운 반정 세력에 쫓겨났다.
중종반정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황새는 아마도 연산군 연간에 자취를 감췄을지 모른다.
연산군 재위 기간에는 1498년 무오사화와 1504년 갑자사화 등 두 사화가 터졌고, 연산군은 생모인 폐비 윤씨의 사사(賜死) 사건과 관련해 피비린내 나는 복수로 폭군의 대명사가 됐다.
성종의 장남으로 태어나 왕위에 앉았으나 결국 '중종반정(中宗反正)'으로 폐위당해 강화도 등으로 유배됐다가 병사했다.
국내에서 야생 황새는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서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고 남은 암컷이 1994년 9월 생을 마감했다.
이후 한국교원대 한국황새생태연구원의 인공번식으로 황새 개체 수가 늘었고 지난해 4월 28일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뛰쳐나간 암컷 '미호'(개체 고유번호 B49)가 지난 3월 22일 진천군 문백면 백곡천에서 다른 수컷 '진천'(최초 발견자 임영섭씨 명명)과 함께 서식하는 모습이 발견되면서 이들 황새의 자연번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새는 한자로 '鸛(관)' 또는 '鸛鳥(관조)'라 했고, '황'은 '누렇다'가 아니라 '크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경상도 대구에 큰 황새들이 모여들어 패를 갈라 남북으로 진을 치고 날개를 벌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서로 싸웠다고 한다.' <인조실록 14년 1월 10일 자>
연산군 시대에는 황새 외에 참새도 곤욕을 치렀다.
'전교하기를, 참새 잡는 사람들을 월봉(月俸)을 주지 말고 9품 녹직(祿職)을 제수하라고 했다.' <연산군일기 3년 4월 5일 자>
참새를 잡으면 벼슬을 얻을 수 있으니 참새가 얼마나 남아났을지 이 또한 모를 일이다.
[email protected]
【진천=뉴시스】강신욱 기자 = 충북 진천군 문백면 백곡천에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 두 마리가 서식하면서 학계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조선시대 연산군(燕山君·재위 1494~1506)은 황새를 싫어했다.
연산군일기 12년(1506) 5월 23일 자를 보면 연산군은 "각도로 하여금 황새를 잡아 올려 남은 종자가 없도록 하라"는 전교를 내렸다.
연산군은 왜 황새의 씨를 말리려고 했을까.
'왕(연산군)이 일찍이 금표(禁標) 안을 미행할 때 풀 숲에 사람이 숨었다가 자신을 해칠까 늘 두려워 했는데 하루는 저녁 때 말을 몰아 환궁하다가 밭두둑에서 황새가 무엇을 쪼아 먹는 것을 보고 사람인가 의심해 채찍을 쳐 급히 지나왔다. 사람을 시켜 살펴보니 바로 황새였다. 이로부터 황새를 매우 싫어해 이런 하교를 내렸다.' <연산군일기 12년 5월 23일 자>
연산군이 황새를 싫어했던 이유는 다름 아니라 황새가 자신을 해치려는 줄 아는 과대망상에 사로 잡혔기 때문이다.
연산군은 사냥 등을 위해 한성 외곽에 금표를 설정해 출입을 통제했다.
'금지 구역의 한계를 더 멀리 해야 하겠다. 그 안에 비록 전토와 가옥이 있다 할지라도 임금의 땅 아님이 없는데 누가 감히 자기 것으로 알겠는가. 창경릉의 수호군도 한계 밖으로 나가 살도록 하고 목책을 모화관 아래 담 모퉁이에 설치해 사람들의 통행을 금하고 오직 행행(行幸·임금이 대궐 밖으로 거둥함)할 때만 임시로 철거하도록 하라.' <연산군일기 10년 8월 7일 자>
연산군이 금표를 세우면서 이주한 백성은 2만550여 명, 금표에 들어간 농지는 5700여 결(結)에 이르렀다고 한다.
연산군은 폭정으로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란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으로 보인다.
연산군은 5월에 황새를 모두 죽이라고 명한 뒤 6개월 뒤에 이복 동생인 중종을 내세운 반정 세력에 쫓겨났다.
중종반정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황새는 아마도 연산군 연간에 자취를 감췄을지 모른다.
연산군 재위 기간에는 1498년 무오사화와 1504년 갑자사화 등 두 사화가 터졌고, 연산군은 생모인 폐비 윤씨의 사사(賜死) 사건과 관련해 피비린내 나는 복수로 폭군의 대명사가 됐다.
성종의 장남으로 태어나 왕위에 앉았으나 결국 '중종반정(中宗反正)'으로 폐위당해 강화도 등으로 유배됐다가 병사했다.
국내에서 야생 황새는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서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고 남은 암컷이 1994년 9월 생을 마감했다.
이후 한국교원대 한국황새생태연구원의 인공번식으로 황새 개체 수가 늘었고 지난해 4월 28일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뛰쳐나간 암컷 '미호'(개체 고유번호 B49)가 지난 3월 22일 진천군 문백면 백곡천에서 다른 수컷 '진천'(최초 발견자 임영섭씨 명명)과 함께 서식하는 모습이 발견되면서 이들 황새의 자연번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새는 한자로 '鸛(관)' 또는 '鸛鳥(관조)'라 했고, '황'은 '누렇다'가 아니라 '크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경상도 대구에 큰 황새들이 모여들어 패를 갈라 남북으로 진을 치고 날개를 벌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서로 싸웠다고 한다.' <인조실록 14년 1월 10일 자>
연산군 시대에는 황새 외에 참새도 곤욕을 치렀다.
'전교하기를, 참새 잡는 사람들을 월봉(月俸)을 주지 말고 9품 녹직(祿職)을 제수하라고 했다.' <연산군일기 3년 4월 5일 자>
참새를 잡으면 벼슬을 얻을 수 있으니 참새가 얼마나 남아났을지 이 또한 모를 일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