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한국영화 부진'은 '흥행 부진'과 같은 말이 아니다. 흥행은 신만이 안다는 건 영화계 정설(定說)로 굳어졌다. 어떤 영화가 흥행에 참패하는 것도, 영화 한 편이 17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 것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이 해마다 부침이 있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영화의 제작편수 대비 품질이 하향곡선을 그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니까 문제는 결국 덩치가 아니라 근육이다.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지구를 지켜라' '장화, 홍련' '범죄의 재구성'등 좋은 영화가 쏟아졌던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한국영화는 질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몇몇 유명 감독만이 의미있는 작품을 내놨을 뿐 한국영화계에는 색다른 영화도, 새로운 얼굴도, 그리고 이를 발굴할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29일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은 그런 의미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김혜수·김고은 두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웠고, 감독은 두 배우로 누아르를 찍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이런 시도, 자기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연출가, 한국영화계에는 이런 게 필요했다. '차이나타운'은 영화적 완성도는 평범한 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우울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차이나타운'을 연출한 한준희(31) 감독을 만나봐야 했다.
- 첫 영화가 개봉했다. 기분이 어떤가.
"초고를 쓰고 개봉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영화가 개봉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차분히 기다리고 있다."
-첫 작품이다. 떨릴 것 같은데, 잠은 잘 잤나.
"하루는 잘 자고, 하루는 못 자고, 그런 것 같다.(웃음)"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말해달라.
"처음에 썼던 시나리오와 현재 나온 영화의 '톤 앤 매너'가 흡사하다. 어떤 평가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만들고자 했던 방향으로 영화가 나온 것은 잘 됐다고 본다."
-언론 시사회 후 독특한 영화라는 평가가 많았다. 착점(着點)이 궁금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영화인가.
"어떤 콘셉트나 기획,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작품은 아니다. 글을 쓸 때 '생존'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두 가지 이미지,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이, 차이나타운의 정체불명의 여자에 생존을 결합했다."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가 차이나타운에 거점을 둔 조직에서 자라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고은이 버려진 아이 일영을, 김혜수가 조직 보스 마우희를 연기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생존'을 이야기해야 했나?
"모든 작가나 감독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형성되는 주제가 있다.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작가나 감독은) 한정적인 이야기를 한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였다.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 말은 결국 삶의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당신은 삶을, 혹은 인생을 버텨내는 것, 살아내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나는 기본적으로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도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 그게 자연스럽다.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니다."
-당신이 말하는 생존과 '차이나타운'의 캐릭터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마우희는 이민자다. 이민자는 새로운 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다. 새로운 곳에 뿌리내리기 위해 사는 사람, 그 과정이 심화하면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오직 생존만 남는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그 생존 때문에 쓸쓸하고, 언제나 피곤한 기운이 있는 여성 보스를 생각했다. 일영은 마우희가 (과거에) 어떻게 자랐는지 알려주는 인물이다. 오로지 살기 위해 사는 인물, 그래서 오히려 세상을 잘 모르는 인물. 세상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그렇게 계속 생존하는 인물이다. 이런 것들을 영화적으로 흥미롭게 풀기 위해 조직의 보스와 조직원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인물들이 차이나타운에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인물을 만들고나서 차이나타운이라는 공간을 봤다. 중국인들이 차이나타운을 형성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미용실, 중국집, 세탁소라고 하더라. 이 일은 모두 칼을 쓰는 일이어서 삼도(三刀)를 쓴다고 한다. 여기에는 힘겨운 육체노동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어떤 쓸쓸함 같은 것도 있다. 차이나타운의 이런 공기가 재밌게 다가오더라. 영화에서 마우희와 조직원의 공간인 사진관은 원래 미용실, 중국집, 세탁소가 있던 것을 하나로 터서 만든 곳이다."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누아르 영화다. 누아르는 일반적으로 남자의 장르다. 그런데 '차이나타운'의 주인공은 여자 둘이다. 그런데 또 재밌는 건 이들이 유사 모녀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유사 부자 관계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영화적으로 재밌을 것 같아서 어떤 콘셉트로 접근한 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지는 못한다. 생존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 이 설정이 더 어울린다고 봤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생존 본능이 크다고 생각한다. 또, 집을 지키는 건 여자라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람들은 보통 엄마에게 더 익숙하고 그래서 한 집안의 가치는 엄마로부터 승계된다고 봤다."
-사적인 질문인다. 여자가 많은 집에서 자랐나. 누나가 많다거나.
"(웃음) 그런 건 아니다. 1남1녀다. 평범한 집에서 자랐다. 난 내 어머니만 보고 자란 건 아니다. 커 가면서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지 않나. 그런 것들이 쌓여 형성된 생각이다."
-앞에서 했던 질문을 바꿔서 해보고 싶다. 생존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누아르라는 장르가 꼭 필요했나.
"음…. 물론 좀 더 부드럽게 풀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강렬하고,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누아르였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소녀 누아르'로 보였는데, 보다 보니 '일영'의 성장물로 보이더라. 두 장르의 결합을 처음부터 생각했나.
"그렇지는 않다. 난 모든 영화는 기본적으로 성장물이라고 본다. 캐릭터가 두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건 이상하다. 이 영화를 성장물로 볼 때, 일영의 성장만 그려지는 건 아니다. 마우희도 성장한다. 성장한다는 표현보다는 변한다는 게 적합할 것이다. 이들이 변하기 때문에 이 모든 파국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변화로 파국을 맞이해서도 변명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지구를 지켜라' '장화, 홍련' '범죄의 재구성'등 좋은 영화가 쏟아졌던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한국영화는 질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몇몇 유명 감독만이 의미있는 작품을 내놨을 뿐 한국영화계에는 색다른 영화도, 새로운 얼굴도, 그리고 이를 발굴할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29일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은 그런 의미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김혜수·김고은 두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웠고, 감독은 두 배우로 누아르를 찍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이런 시도, 자기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연출가, 한국영화계에는 이런 게 필요했다. '차이나타운'은 영화적 완성도는 평범한 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우울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차이나타운'을 연출한 한준희(31) 감독을 만나봐야 했다.
- 첫 영화가 개봉했다. 기분이 어떤가.
"초고를 쓰고 개봉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영화가 개봉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차분히 기다리고 있다."
-첫 작품이다. 떨릴 것 같은데, 잠은 잘 잤나.
"하루는 잘 자고, 하루는 못 자고, 그런 것 같다.(웃음)"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말해달라.
"처음에 썼던 시나리오와 현재 나온 영화의 '톤 앤 매너'가 흡사하다. 어떤 평가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만들고자 했던 방향으로 영화가 나온 것은 잘 됐다고 본다."
-언론 시사회 후 독특한 영화라는 평가가 많았다. 착점(着點)이 궁금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영화인가.
"어떤 콘셉트나 기획,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작품은 아니다. 글을 쓸 때 '생존'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두 가지 이미지,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이, 차이나타운의 정체불명의 여자에 생존을 결합했다."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가 차이나타운에 거점을 둔 조직에서 자라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고은이 버려진 아이 일영을, 김혜수가 조직 보스 마우희를 연기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생존'을 이야기해야 했나?
"모든 작가나 감독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형성되는 주제가 있다.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작가나 감독은) 한정적인 이야기를 한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였다.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 말은 결국 삶의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당신은 삶을, 혹은 인생을 버텨내는 것, 살아내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나는 기본적으로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도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 그게 자연스럽다.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니다."
-당신이 말하는 생존과 '차이나타운'의 캐릭터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마우희는 이민자다. 이민자는 새로운 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다. 새로운 곳에 뿌리내리기 위해 사는 사람, 그 과정이 심화하면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오직 생존만 남는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그 생존 때문에 쓸쓸하고, 언제나 피곤한 기운이 있는 여성 보스를 생각했다. 일영은 마우희가 (과거에) 어떻게 자랐는지 알려주는 인물이다. 오로지 살기 위해 사는 인물, 그래서 오히려 세상을 잘 모르는 인물. 세상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그렇게 계속 생존하는 인물이다. 이런 것들을 영화적으로 흥미롭게 풀기 위해 조직의 보스와 조직원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인물들이 차이나타운에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인물을 만들고나서 차이나타운이라는 공간을 봤다. 중국인들이 차이나타운을 형성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미용실, 중국집, 세탁소라고 하더라. 이 일은 모두 칼을 쓰는 일이어서 삼도(三刀)를 쓴다고 한다. 여기에는 힘겨운 육체노동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어떤 쓸쓸함 같은 것도 있다. 차이나타운의 이런 공기가 재밌게 다가오더라. 영화에서 마우희와 조직원의 공간인 사진관은 원래 미용실, 중국집, 세탁소가 있던 것을 하나로 터서 만든 곳이다."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누아르 영화다. 누아르는 일반적으로 남자의 장르다. 그런데 '차이나타운'의 주인공은 여자 둘이다. 그런데 또 재밌는 건 이들이 유사 모녀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유사 부자 관계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영화적으로 재밌을 것 같아서 어떤 콘셉트로 접근한 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지는 못한다. 생존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 이 설정이 더 어울린다고 봤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생존 본능이 크다고 생각한다. 또, 집을 지키는 건 여자라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람들은 보통 엄마에게 더 익숙하고 그래서 한 집안의 가치는 엄마로부터 승계된다고 봤다."
-사적인 질문인다. 여자가 많은 집에서 자랐나. 누나가 많다거나.
"(웃음) 그런 건 아니다. 1남1녀다. 평범한 집에서 자랐다. 난 내 어머니만 보고 자란 건 아니다. 커 가면서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지 않나. 그런 것들이 쌓여 형성된 생각이다."
-앞에서 했던 질문을 바꿔서 해보고 싶다. 생존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누아르라는 장르가 꼭 필요했나.
"음…. 물론 좀 더 부드럽게 풀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강렬하고,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누아르였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소녀 누아르'로 보였는데, 보다 보니 '일영'의 성장물로 보이더라. 두 장르의 결합을 처음부터 생각했나.
"그렇지는 않다. 난 모든 영화는 기본적으로 성장물이라고 본다. 캐릭터가 두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건 이상하다. 이 영화를 성장물로 볼 때, 일영의 성장만 그려지는 건 아니다. 마우희도 성장한다. 성장한다는 표현보다는 변한다는 게 적합할 것이다. 이들이 변하기 때문에 이 모든 파국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변화로 파국을 맞이해서도 변명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파국을 맞이해도 변명하지 않는다는 건 무슨 말인가. 왜 그래야 하나.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이다. 끝난 일에 대해 해명이나 변명이 필요할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설명이 부족하다. 그것이 '엄마'라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엄마들은 지나간 일을 따지고 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므로, 다시 말해 생존이 중요하니 지나간 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어서 변명이나 해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마우희와 일영, 이들의 조직은 보스 마우희를 엄마라 부른다. 유사 가족으로 볼 수 있는데, 왜 이런 설정을 했나.
"난 이 조직이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가족의 기분이 들었으면 했다. 말 그대로 '조직'으로 그리기는 싫었다. 과묵한 오빠('우곤')와 모두가 예뻐하는 맏딸('일영'), 철부지 막내딸('쏭'),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또 한 명의 아들('홍주'), 그리고 독립한 오빠('치도')도 있다. 전형적인 가족인데, 조직이라는 설정이 주제의식을 더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참 우울한 가족이다. 이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삶이 매순간 위기다.
"사는 건 원래 힘든 것이라고 본다. 좋은 순간이 가끔 한 번씩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내 영화를 개봉하는 건 좋은 순간이다. 하지만 이건 짧다. 이 짧은 순간이 좋아서 버티면서 살아간다. 우리 영화의 인물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게 바로 좋지만 짧은 순간인가.
"그렇다. 좋은 순간은 겨우 그것인 거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 같지는 않다.(웃음) 타협 없이 영화를 만든 것 같다. 상업적 성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은 데뷔작이다.
"'차이나타운'은 상업영화로 투자가 안 되면, 독립영화로라도 만들려고 했다. 영화감독은 언제든지 은퇴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매작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이 존재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으면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영화가 '내 인생의 마지막 영화라면 어떨까'라고 접근했던 것 같다."
-그 말은 결국, 마지막 작품일 수 있으니까, '찍고 싶은대로 찍겠다' 이것이었나?(웃음)
"(웃음) 그건 아니다. '내 맘대로 하겠다'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에는 반드시 가져가야 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관객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차이나타운'도 그렇게 찍었다.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수위를 맞추는 거랄까. 그러면서도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캐스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혜수, 김고은 두 배우 모두 정말 영화에 '딱' 잘 어울렸다.
"처음부터 다른 대안은 없었던 것 같다. 두 분을 떠올리며 글을 쓴 건 아니지만, 나중에는 그렇게 됐다. 김고은 씨는 초고를 읽고 하겠다고 했고, 김혜수 선배는 두 번 거절했다. 찾아가서 설득했다. 그렇게 합류했다. 두 배우가 있어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첫 작품이다. 앞으로 어떤 연출가가 되고 싶나.
"영화가 직업이 됐으면 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로 밥벌이를 하고 싶다는 거다."
-작품 내적으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나.
"아직은 내가 젊다 보니 생각이 날카로운 게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변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할 거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난 내가 더 자연스러워지기를 바란다."
-자연스러워진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이를 테면, 윤태호 작가 같은 경우는 '야후' 같은 만화를 그리다가 '미생'을 그리지 않았나. 그런 의미다."
-'어벤져스2'에 빠져있는 관객에게 영화 홍보를 한다면?
"모든 영화엔 가치가 있다. 우리 영화는 우리 영화대로 가치가 있다. '차이나타운'은 집에 가서 한 번쯤 생각날 영화다. 그렇게 봐달라."
[email protected]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이다. 끝난 일에 대해 해명이나 변명이 필요할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설명이 부족하다. 그것이 '엄마'라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엄마들은 지나간 일을 따지고 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므로, 다시 말해 생존이 중요하니 지나간 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어서 변명이나 해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마우희와 일영, 이들의 조직은 보스 마우희를 엄마라 부른다. 유사 가족으로 볼 수 있는데, 왜 이런 설정을 했나.
"난 이 조직이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가족의 기분이 들었으면 했다. 말 그대로 '조직'으로 그리기는 싫었다. 과묵한 오빠('우곤')와 모두가 예뻐하는 맏딸('일영'), 철부지 막내딸('쏭'),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또 한 명의 아들('홍주'), 그리고 독립한 오빠('치도')도 있다. 전형적인 가족인데, 조직이라는 설정이 주제의식을 더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참 우울한 가족이다. 이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삶이 매순간 위기다.
"사는 건 원래 힘든 것이라고 본다. 좋은 순간이 가끔 한 번씩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내 영화를 개봉하는 건 좋은 순간이다. 하지만 이건 짧다. 이 짧은 순간이 좋아서 버티면서 살아간다. 우리 영화의 인물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게 바로 좋지만 짧은 순간인가.
"그렇다. 좋은 순간은 겨우 그것인 거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 같지는 않다.(웃음) 타협 없이 영화를 만든 것 같다. 상업적 성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은 데뷔작이다.
"'차이나타운'은 상업영화로 투자가 안 되면, 독립영화로라도 만들려고 했다. 영화감독은 언제든지 은퇴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매작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이 존재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으면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영화가 '내 인생의 마지막 영화라면 어떨까'라고 접근했던 것 같다."
-그 말은 결국, 마지막 작품일 수 있으니까, '찍고 싶은대로 찍겠다' 이것이었나?(웃음)
"(웃음) 그건 아니다. '내 맘대로 하겠다'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에는 반드시 가져가야 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관객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차이나타운'도 그렇게 찍었다.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수위를 맞추는 거랄까. 그러면서도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캐스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혜수, 김고은 두 배우 모두 정말 영화에 '딱' 잘 어울렸다.
"처음부터 다른 대안은 없었던 것 같다. 두 분을 떠올리며 글을 쓴 건 아니지만, 나중에는 그렇게 됐다. 김고은 씨는 초고를 읽고 하겠다고 했고, 김혜수 선배는 두 번 거절했다. 찾아가서 설득했다. 그렇게 합류했다. 두 배우가 있어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첫 작품이다. 앞으로 어떤 연출가가 되고 싶나.
"영화가 직업이 됐으면 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로 밥벌이를 하고 싶다는 거다."
-작품 내적으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나.
"아직은 내가 젊다 보니 생각이 날카로운 게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변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할 거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난 내가 더 자연스러워지기를 바란다."
-자연스러워진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이를 테면, 윤태호 작가 같은 경우는 '야후' 같은 만화를 그리다가 '미생'을 그리지 않았나. 그런 의미다."
-'어벤져스2'에 빠져있는 관객에게 영화 홍보를 한다면?
"모든 영화엔 가치가 있다. 우리 영화는 우리 영화대로 가치가 있다. '차이나타운'은 집에 가서 한 번쯤 생각날 영화다. 그렇게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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