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2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회의실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5.01.02.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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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진 예술감독 자질 부족"
오페라계, 자진사퇴 요구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내 오페라 관계자 약 100명이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 모여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의 임명 철회를 정부에 요구했다.
약 10개월간 공석이던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단장) 자리에 지난 2일 한예진(44)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가 선임됐다. 앞서 국립오페라단 전임 단장인 김의준(64) 롯데홀 대표는 지난해 7월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같은 해 3월 오페라단을 떠났다. 이후 두 명이 후보로 추천됐으나 '세월호 참사'이후 선임절차가 지연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후 소프라노 홍혜경, 베이스 연광철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최종 낙점을 못하고 난항을 거듭했다.
한 예술감독이 돌연 낙점되면서 '깜짝 인사'로 주목받았으나 오페라계 내부에서는 반대 분위기가 팽배하다. 결국 한국성악가협회 등 7개 단체가 뭉친 한국오페라 비상대책위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국립오페라단 단장 인사는 묵과할 수 없는 최악의 인사"라면서 "정부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해 불가의 입장전달과 함께 인사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립오페라단의 역할과 정체성 제고를 위한 긴급 토론회 및 성명서 발표'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난상토론에서는 논의가 심화됐다. 특히 정부의 "낙하산 인사" "밀실 인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선임된 사람보다 그 자리에 선임한 사람이 더 문제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문화 행정가들의 일방적인 진행으로 벌어진 사태다.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장수동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회장은 "주무부처 과장까지도 (어떻게 인사가 이뤄졌는지)모른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를 하는데 새로울 것이 뭐냐는 말씀도 하시는데 침묵은 매우 위험하다. 고향(국립오페라단)을 지키기 위해 전국적으로 120여 개의 크고 작은 민간 오페라 단체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번 정부의 국가 어젠다가 '비정상의 정상화'다. 투명성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안영일, 박성원, 박수길, 정은숙, 이소영, 김의준… 역대 오페라단장이 (살아) 계시는데 한 번도 이런(단장 선임) 절차를 같이 의논한 적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낙하산을 감행한 거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말 한예진 예술감독이 선임됐다는 소문을 듣고 이미 오페라계 인사들이 반대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오페라계, 자진사퇴 요구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내 오페라 관계자 약 100명이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 모여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의 임명 철회를 정부에 요구했다.
약 10개월간 공석이던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단장) 자리에 지난 2일 한예진(44)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가 선임됐다. 앞서 국립오페라단 전임 단장인 김의준(64) 롯데홀 대표는 지난해 7월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같은 해 3월 오페라단을 떠났다. 이후 두 명이 후보로 추천됐으나 '세월호 참사'이후 선임절차가 지연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후 소프라노 홍혜경, 베이스 연광철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최종 낙점을 못하고 난항을 거듭했다.
한 예술감독이 돌연 낙점되면서 '깜짝 인사'로 주목받았으나 오페라계 내부에서는 반대 분위기가 팽배하다. 결국 한국성악가협회 등 7개 단체가 뭉친 한국오페라 비상대책위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국립오페라단 단장 인사는 묵과할 수 없는 최악의 인사"라면서 "정부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해 불가의 입장전달과 함께 인사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립오페라단의 역할과 정체성 제고를 위한 긴급 토론회 및 성명서 발표'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난상토론에서는 논의가 심화됐다. 특히 정부의 "낙하산 인사" "밀실 인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선임된 사람보다 그 자리에 선임한 사람이 더 문제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문화 행정가들의 일방적인 진행으로 벌어진 사태다.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장수동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회장은 "주무부처 과장까지도 (어떻게 인사가 이뤄졌는지)모른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를 하는데 새로울 것이 뭐냐는 말씀도 하시는데 침묵은 매우 위험하다. 고향(국립오페라단)을 지키기 위해 전국적으로 120여 개의 크고 작은 민간 오페라 단체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번 정부의 국가 어젠다가 '비정상의 정상화'다. 투명성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안영일, 박성원, 박수길, 정은숙, 이소영, 김의준… 역대 오페라단장이 (살아) 계시는데 한 번도 이런(단장 선임) 절차를 같이 의논한 적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낙하산을 감행한 거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말 한예진 예술감독이 선임됐다는 소문을 듣고 이미 오페라계 인사들이 반대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2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회의실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진은 한예진 예술감독. 2015.01.02.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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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은 "제가 알기에는 문체부를 통하지 않고 청와대에서 바로 이력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성악계 70~80명이 (한예진 감독을 반대한다는)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하고자 했다. 그런데 청와대에 그 서명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단지 주무관이 참고하겠다면서 답이 왔을 뿐이다. 문체부가 '우리 손을 떠났다. 우리는 힘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누가 추천을 했는지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 알려지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무도 모른다. 1년 차 신입 기자가 갑자기 편집국장이 된 상황이다. 이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이 사람을 시킨 사람이 문제다. 국립오페라단 단장 자리가 단장 양성소인가? 실습소인가? 세계 유명한 오페라 극장은 음악감독, 기술감독 등이 다 따로 있다. 우리나라 예술감독은 기술, 음악, 경영까지 다 알아야 한다. 그런데 경험이 일천한 인사가 정치권에서 내려온 거다."
◇"한예진 신임 예술감독, 자질 부족하다"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유럽과 일본에서 오페라 주역 가수로 활동한 한예진 예술감독은 충남대·배재대·한세대에서 강사를 했다. 메라노 국제콩쿠르 음악평론상 심사위원장 특별상, 코모 국제콩쿠르 우승, 베스트 보이스 푸치니아상 등을 받았다.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를 지냈다.
문체부는 임명을 알리면서 "현장 경험이 많아 세계오페라 흐름 파악에 안목과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페라계 인사 중 상당수는 이를 반박했다.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에 누가 선임되든 100% 적격자로 인정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오페라 관계자들이 70%, 적어도 60%가 '저 정도면 잘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한예진 예술감독의 선임 문제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 모임은 한예진 예술감독을 개인적으로 폄하하거나 임명된 사람을 인신공격하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이 반대할 때 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건 한예진 씨 본인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게 아닐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교육문화 수석이 이번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수정했으면 한다."
한 예술감독과 연출자와 가수로 함께 작업한 바 있다는 장수동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회장은 "좋은 소프라노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 단장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본인이 원했든지, 누군가가 밀었든지 원칙을 저버렸다면 과감히 단장직을 집어 던지고 무대 위의 디바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음악평론가인 전동수 아츠앤컬쳐 발행인은 "한예진 예술감독의 자질 문제이기 전에 국립오페라단의 위상 문제"라며 "국립오페라단이 지금까지 잘한 부분도 있었고 잘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로 모든 음악인의 공감을 받아 운영했다. 이번 임명 절차를 보면서 비정상의 고착화를 느꼈다."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누가 추천을 했는지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 알려지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무도 모른다. 1년 차 신입 기자가 갑자기 편집국장이 된 상황이다. 이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이 사람을 시킨 사람이 문제다. 국립오페라단 단장 자리가 단장 양성소인가? 실습소인가? 세계 유명한 오페라 극장은 음악감독, 기술감독 등이 다 따로 있다. 우리나라 예술감독은 기술, 음악, 경영까지 다 알아야 한다. 그런데 경험이 일천한 인사가 정치권에서 내려온 거다."
◇"한예진 신임 예술감독, 자질 부족하다"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유럽과 일본에서 오페라 주역 가수로 활동한 한예진 예술감독은 충남대·배재대·한세대에서 강사를 했다. 메라노 국제콩쿠르 음악평론상 심사위원장 특별상, 코모 국제콩쿠르 우승, 베스트 보이스 푸치니아상 등을 받았다.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를 지냈다.
문체부는 임명을 알리면서 "현장 경험이 많아 세계오페라 흐름 파악에 안목과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페라계 인사 중 상당수는 이를 반박했다.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에 누가 선임되든 100% 적격자로 인정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오페라 관계자들이 70%, 적어도 60%가 '저 정도면 잘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한예진 예술감독의 선임 문제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 모임은 한예진 예술감독을 개인적으로 폄하하거나 임명된 사람을 인신공격하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이 반대할 때 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건 한예진 씨 본인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게 아닐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교육문화 수석이 이번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수정했으면 한다."
한 예술감독과 연출자와 가수로 함께 작업한 바 있다는 장수동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회장은 "좋은 소프라노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 단장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본인이 원했든지, 누군가가 밀었든지 원칙을 저버렸다면 과감히 단장직을 집어 던지고 무대 위의 디바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음악평론가인 전동수 아츠앤컬쳐 발행인은 "한예진 예술감독의 자질 문제이기 전에 국립오페라단의 위상 문제"라며 "국립오페라단이 지금까지 잘한 부분도 있었고 잘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로 모든 음악인의 공감을 받아 운영했다. 이번 임명 절차를 보면서 비정상의 고착화를 느꼈다."고 지적했다.

'국립오페라단의 역할과 정체성 제고 위한 긴급 토론회 및 성명서 발표'
이날 오전 단독으로 한 예술감독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던 한국성악가협회의 임시이사장인 이춘혜 가톨릭대 교수는 "활동 경력과 오페라의 세계 정상급 무대 경험 어느 것 하나 납득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많은 의문점을 낳는다"고 했다.
◇오페라계,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협회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면서 "시스템적인 부분이 완성되는 데 단초가 됐으면 한다"고 짚었다.
이춘혜 가톨릭대 교수는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공개 공모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명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4인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봉급을 줘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모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은 1993년 단원제를 폐지(2003년 상근단원제 시행)했다. 전국 시도의 민간 오페라단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오페라를 공동 제작하고 주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악가 우주호는 "과연 우리가 이렇게 해서 임명된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해임할 수 있느냐"면서 "감정적으로 대하기보다 명분을 갖고 이성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한예진 예술감독 선임 과정에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이에 따라 오페라계의 반발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상대책위는 앞으로 국립오페라단 작품 출연 거부와 국립오페라단 사무국이 있는 예술의전당 앞 1인 릴레이 시위 등 대응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15일은 국립오페라단 창립기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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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계,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협회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면서 "시스템적인 부분이 완성되는 데 단초가 됐으면 한다"고 짚었다.
이춘혜 가톨릭대 교수는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공개 공모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명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4인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봉급을 줘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모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은 1993년 단원제를 폐지(2003년 상근단원제 시행)했다. 전국 시도의 민간 오페라단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오페라를 공동 제작하고 주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악가 우주호는 "과연 우리가 이렇게 해서 임명된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해임할 수 있느냐"면서 "감정적으로 대하기보다 명분을 갖고 이성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한예진 예술감독 선임 과정에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이에 따라 오페라계의 반발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상대책위는 앞으로 국립오페라단 작품 출연 거부와 국립오페라단 사무국이 있는 예술의전당 앞 1인 릴레이 시위 등 대응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15일은 국립오페라단 창립기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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