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박종덕 구세군사령관 "자선냄비는 힘들수록 각별"

기사등록 2014/12/23 10:27:53

최종수정 2016/12/28 13:51:13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박종덕 구세군 사령관과 팝페라 가수 이사벨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12.2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박종덕 구세군 사령관과 팝페라 가수 이사벨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12.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뵐 때마다 느끼지만 인상이 참 온화하세요. 호호호."(팝페라가수 이사벨), "너무 충성스럽게 뛰어다니니까 고맙죠. 눈도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요. 하하하."(박종덕 구세군 사령관)

 22일 오후 서울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 내 사령관 사무실은 화기애애했다. 팝페라가수 이사벨과 박종덕 한국구세군 사령관이 마주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박종덕 사령관이 서기장관 시절인 4년 전. 그는 "항상 우리 일에 힘이 돼 주고 열심히 애쓰니 더 예쁘더라"며 웃었다. 이사벨 역시 "사령관님을 비롯해 구세군 관계자분들은 매우 친절하시고 항상 행복한 분들이에요. 이제는 가족 같죠"라고 화답했다.  

 팝페라 가수 이사벨은 2008년 12월 구세군 자선냄비 옆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올해로 벌써 7년째다. 북아메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에서 활약하며 '나비부인' '라 트라비아타' '라보엠' 등의 오페라에 출연한 그녀는 성악가의 꿈을 접고 한국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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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팝페라 가수 이사벨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12.22.  [email protected]
 서울의 숱한 노숙자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뒤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도움을 주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았다. 구세군에 연락했고 자선냄비 옆에서 노래하는 길거리 공연을 제의했다. 한국구세군 역사상 프로페셔널이 거리 공연에 나선 경우는 이사벨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벨은 그 첫 공연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제가 노래를 하는 장소 부근에서 시위하는 장애인들과 전투 경찰이 대치하고 있었어요.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대치가 마무리되길 바라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30분 정도 지나니 장애인들이 제 곁으로 오더라고요. 휠체어를 탄 어느 분은 제게 손도 내밀었죠. 경찰들은 손뼉을 치시고요. 그렇게 1시간30분 만에 아무런 사고 없이 상황이 정리됐어요."

 이사벨은 이후 매년 겨울이면 자선냄비와 함께 길거리 공연에 나섰다. 이날 저녁에는 강화도로 갔고 지난주에는 추위로 장비가 망가지는 상황에서도 신촌 거리에 꿋꿋이 섰다. "따뜻한 음료를 주시고, 목도리로 제 목을 감싸주고 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만원을 넣으시려다가 제 노래를 듣고 5만원짜리를 꺼내시는 분들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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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팝페라 가수 이사벨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12.22.  [email protected]
 1977년부터 구세군 사관으로서 일을 시작한 박종덕 사령관은 "예전만 해도 지역적인 모금 활동이었는데 이제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 운동이자 나눔운동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성탄 시즌 한 달에만 5만명이 참여를 해요. 국민적인 캠페인 된 거죠."  

 두 사람은 그럼에도 여전히 구세군 자선냄비 활성화에 대해 고민 중이다. 이사벨은 "지금까지는 주로 자선냄비 옆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이제는 실질적으로 기부하고 싶어졌어요"라며 눈을 빛냈다. 박종덕 사령관은 "모금 활동에서 전문적인 부분이 부족했는데 구세군만의 가치가 반영된 사회 복지 등 전문성을 키워가는 중"이라고 알렸다.

 지난 17일 '위기 상담센터'가 그렇게 탄생했다. 24시간 가정폭력이나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상대로 전화 상담을 진행한다. 이사벨은 "제 이름이 이십사시간 전화벨(이사벨)이라면서 도울 방법이 있으면 돕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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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박종덕 구세군 사령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12.22.  [email protected]
 올해 대한민국에는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다. 이사벨은 "그 해마다 연말 분위기가 달라요. 레퍼토리를 30개 정도 준비해서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부르죠. 올해는 조용한 노래에 반응하세요. 헨델의 '울게 하소서' 같은 곡이요."라고 말했다.

 박종덕 사령관은 "굴곡이 많은 해에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더 열심히 하고 국민들도 각별한 마음으로 모금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사회 분위기도 어둡고 불황인 해에는 모금액이 적을 것 같은데 다른 해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아요. 그만큼 어려우니 다른 사람들을 더 생각해보시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시민들의 이 같은 마음에 감사해 하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끝까지 서로를 위로하며 따듯한 마음을 나눴다. "구세군 150주년을 맞아 내년 영국에서 총회가 열린다고 알고 있어요. 한국구세군이 126개국 중 최고의 구세군이 됐으면 합니다."(이사벨) "날 추운데 병나지 말고 건강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7년간 구세군 자선냄비에 참여를 해주고 응원을 해줘서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박종덕 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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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박종덕 구세군사령관 "자선냄비는 힘들수록 각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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