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③]모델하우스에 가보니…미녀 상담실장의 ‘달콤한 소리’만…

기사등록 2014/11/03 17:22:17

최종수정 2016/12/28 13:36:49

【서울=뉴시스】 김정환 기자 = 서울 강남에 차려진 제주도 서귀포 모 분양형 호텔의 모델하우스. 평일 오후 2시께 기자가 방문한 분양 현장은 투자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주도 모처에 약 300실 규모의 A호텔을 분양해 완판한 이 호텔의 시행사는 도내 다른 곳에 비슷한 규모로 B호텔을 짓기로 하고 이를 또 분양하고 있다. 일간지, 포털사이트 등에 엄청난 광고를 쏟아내는 중이다. 

 1층은 접견실, 2층은 모델 룸과 상담실이 자리하고 있다. ‘실장’이라는 여성을 따라 분양 중인 ‘호텔 객실’로 꾸며진 방들을 둘러본 뒤 호텔 조감도 모형 앞에 섰다. 실장은 호텔의 입지, 규모, 시설 등에 관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면서 호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놓았다. 특히 A호텔 분양이 얼마나 빨리 성공했는가를 열변을 토해가며 설명한 그는 B호텔 역시 이날 현재 70% 가까이 분양된 만큼 이번 주 중 분양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분을 숨긴 채 “노후 준비를 위해 분양형 호텔 투자를 생각해 방문했다”고 소개했던 기자가 상당한 관심과 호감을 드러내자 실장은 상담실로 안내했다. 슬쩍 둘러보니 모든 사람들을 그곳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투자 의사를 내비친 사람만 대상으로 하는 듯했다.

 실장은 자신들이 이 호텔의 상호로 사용하게 된 브랜드가 얼마나 세계적인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브랜드 가치로 2016년 개관 이후 얼마나 많은 요우커들이 제주도 방문 시 이 호텔을 선택하게 될 것인가도 자신 있게 예측했다.

 이어 그는 분양 현황표를 내보이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총 15층 약 300실 규모로 바다 조망과 한라산 조망을 가진 이 호텔은 분양가가 가장 비싼 2억원대의 고층부 바다 조망 객실로부터 가장 싼 1억원대의 저층부 한라산 조망 객실까지 조망, 층고 등에 따라 분양가가 서로 다른 객실들을 갖추고 있다.   

 투자자가 이 객실들 중에서 1개 이상을 골라 투자하면 시행사는 해당 객실을 투자자 앞으로 구분 등기해준다. 그러나 수익은 내가 소유한 객실이 얼마나 많이 관광객들에게 팔렸는가가 아니라 호텔 전체 룸, 식음료업장 등 부대시설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즉, 내가 소유한 객실의 판매액을 운영사와 나누는 것이 아니라 호텔의 총매출액에서 총경비를 제하고 나온 총수익을 전체 투자자 수로 나눈 뒤 내가 투자액에 비례해 받는 방식이다. 결국 내 객실의 입지가 정말 좋아서 1년 내내 모두 팔린다고 해도 다른 객실들이 텅텅 빌 경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객실’을 구분등기 해준다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분양형 호텔은 호텔 운영 수입을 투자자들에게 투자액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투자액이 ‘지분’이라고 보면 된다. 객실을 분양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호텔의 지분을 분양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런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과거 지분 분양으로 이뤄졌던 일부 상가들로 인한 ‘학습 효과’로 투자자들이 지분 분양 방식을 꺼리기 때문이다. 호텔 지분을 되파는 것이 객실을 되파는 것 보다 어렵고, 지분 소유자들 중 누군가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 자칫 다른 지분 소유자들까지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 이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분양형 호텔 시행사들은 구분 분양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실장이 제시한 분양 현황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 가정했을 때 분양은 상대적으로 고가의 고층부 바다 조망이 아닌 저가의 저층부 한라산 조망 객실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2억원대 고층부 바다 조망 객실에 투자할 돈에 대출금을 더하면 저층부 한라산 조망 객실 2개 이상에 투자할 수 있어 좀 더 많은 투자 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호텔은 계약 시 투자액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중도금 50%(무이자 융자), 잔금 40%(준공 시, 2016년 9월 예정)에 완납하는 조건이다. 실장은 분양 후 1년간 16%(대출이자 5%)의 확정수익률을 약속하면서 시행사 명의의 이행보증계약서를 제시했다. 물론 담보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인근에 이미 오픈한 타 분양형 호텔이 세계적인 브랜드도, 검증된 전문 운영사가 대행하는 것도 아닌 데도 개관 이후 투자자들에게 매월 높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는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를 내걸고 전문 운영사가 대행하는 만큼 더 높고 보다 안정적인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1시간 남짓한 상담 내내 기자는 분양형 호텔 급증에 따른 향후 제주 지역 호텔 과잉 공급, 방한 요우커 증가세 둔화 등 향후 제주 지역 관광 시장 상황 급변에 대한 우려를 제시해 봤다. 하지만 실장은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기에 바빴다. 특히 “분양형 호텔에 대해 주의하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고 하자 그는 “언론이 (고의로) 자극적인 것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장은 “(서울 강남)도곡동의 변호사님, 호주 교포 분도 2개씩을 계약했다”며 “저층부 한라산 조망 객실이 점점 줄어들어 자칫 바로 완판될 수 있으니 당장 계약하거나 최소한 청약(청약금 100만원, 카드 결제도 가능. 계약 의사 없는 경우 바로 환불)이라도 하고 가라”고 부추겼다.

 하지만 당초 목적이 투자 상담이 아닌 잠입 취재를 위한 것이었기에 기자는 “며칠 고민해보겠다”고 거절한 뒤 견본주택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어느 정도 투자 의사를 갖고 방문한 예비 투자자라면 부동산 전문가들이 충고하는 것과 같은 ‘오랜 고민과 신중한 선택’ 과정 없이 즉흥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정도로 모든 미래는 완벽했고, 전망은 솔깃했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버리고 그냥 나온 아쉬움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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