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진·정은영, 예비스타 발레리나…'봄의 제전' 주역

기사등록 2014/10/14 10:56:14

최종수정 2016/12/28 13:30:34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봄의 제전'에 '마더' 역으로 출연하는 발레리나 신혜진, 정은영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봄의 제전'은 16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2014.10.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봄의 제전'에 '마더' 역으로 출연하는 발레리나 신혜진, 정은영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봄의 제전'은 16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2014.10.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급작스레 추위가 찾아왔지만, 13일 오후 찾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은 '봄의 기운'이 물씬했다. 

 국립발레단 단원인 김윤식(25)과 신혜진(27)이 제물과 대지의 여신으로서 봄의 정령을 소환하고 있었다.  

 언뜻 봐도 고난도 동작이 난무했다. 중심이 공중에 쏠린 클래식 발레와 달리 아래로 쏠려 있어 흡사 현대무용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피면 '아카데믹한' 클래식 발레의 내공이 쌓여 있지 않으면 소화할 수 없는 동작들의 나열이다. 잠깐 봐도 '모던 발레'의 강렬함이 느껴진다.

 지난 2월 강수진(47) 예술감독이 취임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작 발레 '교향곡 7번' & '봄의 제전'은 그래서 기대를 모은다. 클래식뿐만 아닌 현대발레에도 능통한 전방위적 무용수들의 기량을 확인하는 자리다.

 무엇보다 '봄의 제전'의 여성 주역으로 신예들이 캐스팅돼 주목된다. 강수진 예술감독의 파격이다. 그 행운의 여신들은 그랑 솔리스트인 신혜진과 올해 연수단원으로 입단해 준단원으로 승격된 지 2개월 남짓 된 정은영(21)이다.

 예원학교와 선화예술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혜진은 세종대학교를 졸업했다. 2010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지젤'의 미르타, '돈키호테'의 '메르세데스' 역 등을 맡아 섬세한 표현력으로 호평받았다. 주역 무용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정은영은 현재 국립발레단 최연소 여자무용수다. 174㎝의 최장신 무용수로 긴 팔, 다리와 아름다운 선이 돋보이는 신예다. 입단한 해, 단숨에 주역 무용수를 맡아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신혜진은 "당일도 힘든데 자고 나면 더 힘들다"고 웃었다. "발레가 위로 끌어당기는 춤이라면, '봄의 제전'은 반대로 아래를 지향하는 춤이에요. 평소 발레 때와 다른 근육을 쓰니 온몸이 다 아픈 것 같아요"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정은영 역시 "걷는 것 자체가 달라서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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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봄의 제전'에 '마더' 역으로 출연하는 발레리나 신혜진, 정은영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봄의 제전'은 16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2014.10.13.  [email protected]
 딱딱한 토슈즈를 벗고 편안한 플랫슈즈를 신었다. 신혜진은 "쓰는 근육이 달라져 발이 편해도 (몸이 아프지 않은데) 별 소용이 없다"고 반달 웃음을 지었다. 정은영도 "딱딱한 토슈즈에서 내려와 처음에는 매우 좋았는데 발이 편안한 대신 몸의 바깥에 중심을 두고 모든 춤을 춰야 해서 힘들다"고 전했다.  

 '봄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의 동명곡을 모티브로 했다. 봄의 신을 예찬하기 위해 젊은 처녀를 산 제물로 바치는 슬라브족의 원시적인 제전을 형상화한 음악이다. 1913년 니진스키의 발레 초연 이후 레오니드 마신, 모리스 베자르 등 많은 무용가가 재해석했다.

 국립발레단은 이번 무대에서 고전발레의 정교함과 현대무용의 움직임을 결합, 새로운 현대발레를 만든 글렌 테트리의 '봄의 제전'을 선보인다. 테틀리가 1974년 안무한 작품으로 인류가 경험하는 봄의 태동에 초점을 맞췄다. 동적인 움직임이 특징이다.

 신혜진과 정은영은 봄의 태동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대지의 여신 '마더'를 연기한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안아야 하는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젊디젊은 두 무용수가 감당하기는 다소 버거운 힘든 정서다.  

 "이 땅의 모든 것을 품어야 하는 역이라는 말에 부담이 커지고 책임감이 들었어요. 엄마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조금은 힘들었죠. 애를 낳은 고통을 표현하라고 하시는데 아이를 가져본 적이 없어 그런 감정을 잡기가 특히 어려웠어요."(신혜진)

 올해 발레단에 입단한 정은영은 "경험이 적어서 부담감이 더 크다"고 했다. "예전부터 이 작품의 동작 순서를 외웠어요.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때는 더 부족했어요. 기회를 준 단장님게 정말 감사하죠. 그만큼 부담감이 크지만, 이 작품을 잘 끝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라고 웃었다. 

 보통 클래식 발레에 사용되는 곡은 8박자다. 그런데 '봄의 제전'은 5박자, 7박자 등 변칙박을 사용한다. 무용수에게는 그래서 힘들지만, 오히려 원시적인 몸짓이 나올 확률이 커진다. "정말 힘들죠. 그나마 다행인 것이 안무 선생이 큰 박자 안에서 자신의 감정으로 나눠서 동작하라고 하셨어요. 제가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좀 더 자유로워진 거죠."(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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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봄의 제전'에 '마더' 역으로 출연하는 발레리나 정은영(왼쪽), 신혜진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봄의 제전'은 16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2014.10.13.  [email protected]
 두 사람은 '봄의 제전'에 대해 "지금 아니면 도전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눈을 동시에 빛냈다. "지금은 너무 힘들지만, 제 발레 인생을 돌아볼 때 큰 의미가 될 듯해요."(신혜진)

 단숨에 성장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은 장점이 많다. "은영이는 팔다리가 길어서 예술의전당의 극장이 큰 편인데 관객들에게 감정의 전달이 잘 돼요. 그리고 참 똑똑해서 바로바로 받아들이는 흡수력이 좋죠."(신혜진) "언니가 똑똑하다고 저도 말하려고 했는데… . 호호호. 언니는 트레이너분이 보여주신 걸 바로 받아들여요. 그걸 표현하는 능력도 아주 좋고요. 어떻게 한번 보고 해내는지 모르겠어요."(정은영)  

 뭇 여성들 선망의 대상인 발레리나지만, 한국에서 마냥 화려하게 살아갈 수만은 없는 직업이다. "발레 자체가 고립된 예술이라서 생각만큼 화려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모든 예술가가 그렇지만,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니까요."(신혜진) "학생의 신분으로 살다가 발레단에 와서 힘든 점도 있지만, 많은 분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커튼콜 때 관객들의 환호에 그간 어려움이 눈 녹듯 한다. 연습 도중 스스로 깨달았을 때 느끼는 환희도 있다. 발레리나로서 힘든 점도 많지만, 행복한 이유다. "무엇을 이루고 싶다기보다는 제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계속 발전해나가고 싶죠."(신혜진) "연습을 해나가면서 동작들을 하나씩 익힐 때 그 기쁨은 말로 할 수 없죠. 진짜 동작만으로도 관객들과 통할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정은영)

 한국의 차세대 스타 발레리나들은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이번 무대에서는 '봄의 제전'과 함께 '교향곡 7번'도 함께 선보인다. '교향곡 발레' 장르를 발전시킨 안무가로 평가받는 우베 숄츠의 작품으로 베토벤 '교향곡 제7번 A장조 Op. 92'가 중심축이다.

 숄츠는 무용수들을 음표와 악기처럼 활용한다. 악곡의 멜로디와 메시지를 현대 발레로 시각화, 무용 관람을 음악 감상과 동일화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우베 숄츠, 글렌 테트리, 존 노이마이어 등의 주요 안무작품을 지도한 발레 마스터 티에리 미셸이 이 공연을 위해 국립발레단 단원들을 담금질하고 있다. 메인 솔리스트로 김지영 김현웅 이은원 이재우 등 국립발레단 간판이 총출동한다. 1부는 '교향곡 7번', 2부는 '봄의 제전'으로 꾸며진다. 5~8만원. 국립발레단. 02-587-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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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진·정은영, 예비스타 발레리나…'봄의 제전'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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