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전향' 박승희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생각"

기사등록 2014/10/10 19:56:33

최종수정 2016/12/28 13:29:42

1차 공인기록회 기록에 대해서는 "만족스럽다"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로 전향한 박승희(22·화성시청)가 첫 공식대회 기록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도전 자체가 즐겁다"며 한껏 웃어 보였다.

 박승희는 10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4 제1차 공인기록회 여자 1000m에서 1분20초40을 기록했다.

 이날 출전한 선수들이 국가대표급은 아니라고 하지만 박승희는 1위를 차지해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2014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치러진 제48회 종별선수권대회 여자 1000m 기록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지난해 종별선수권대회에서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1분17초05로 1위에 올랐고, 김현영(20·한국체대)가 1분19초59로 2위에 올랐다. 베테랑 이보라(28·동두천시청)의 기록은 1분20초23이었다.

 이날 레이스를 마친 후 박승희는 "캐나다에서 훈련할 때보다 기록이 덜 나왔지만 어제 한국에 도착해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괜찮은 기록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오늘 탄 것은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기록의 산실'이라고 불리는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에서는 1000m 기록이 1분17초대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승희는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2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 여제'로 자리매김했으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택했다.

 쇼트트랙과는 완전히 다른 운동을 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전한 박승희는 "몸 푸는 것부터 스케이트를 신는 것까지 모두 다르다. 완전히 다른 종목이어서 재미있다"며 웃어 보였다.

 허벅지가 자꾸 두꺼워진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한 박승희는 "쓰는 근육이 다른 것 같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더 많은 체력과 순간 스피드를 요한다. 쇼트트랙보다 힘들다"고 전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박승희는 "한계를 넘어야 하는 순간이 많이 온다. 그것을 넘는 느낌이 좋다. 더 힘들기는 하지만 재미있다"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늘어가야 하는 것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을 마친 이후부터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에 대해 막연히 생각했다는 박승희는 "어릴 때 스피드스케이팅을 했었는데 은퇴 전에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치올림픽 이후가 기회인 것 같아서 고민했고 가족들과 상의한 후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박승희의 친언니 박승주(24·단국대)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단거리 국가대표다. 그는 소치올림픽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었다. 박승주는 전향을 고민하던 박승희를 향해 "완전히 다른 종목이니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전향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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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희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전향을 결심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처음부터 새롭게 하는 기분으로 시작했다"고 전향을 결심한 당시를 돌아봤다.

 이제 언니의 경쟁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박승희는 "주의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와 언니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경쟁자라는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쇼트트랙 레이스에서 경쟁이 심한 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전향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말에 박승희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모두 장단점이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조금만 실수해도 기록이 크게 차이가 난다. 그래서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결정했을 때 박승희는 그다지 큰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을 결정했을 때 목표는 크지 않았다. 막연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며 "아직은 자신감도 별로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저 도전 자체가 즐거운 것이라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만족하고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재미있고 새롭다. 계속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오케이"라고 강조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 처음 적응할 때에는 '빙속 여제' 이상화의 도움도 있었다. 박승희는 "처음에 자세를 잘 모를 때 (이)상화 언니가 조언을 많이 해줬다. 그때 많이 배워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박승희는 1000m를 주종목으로 삼을 전망이다. 직선주로를 달리는 것이 중요한 500m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박승희의 설명이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강점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매스스타트는 아직 머릿속에 있지 않은 듯 했다.

 박승희는 "500m는 확실히 연습이 더 필요하다. 1000m가 조금 낫다고 본다. 주위 분들이 코너에서 속도가 난다고 말씀해주신다"며 "타고난 순발력이 도움이 되는 것은 첫 8발 정도다. 500m에서는 아직 직선주로를 달리는 것이 부족하다.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아 500m는 마음을 비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스스타트는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500m와 1000m만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승희는 29~31일 같은 장소에서 2014~2015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리는 제49회 종목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스피드스케이팅 태극마크를 노린다.

 박승희는 "성급하게 준비하지 않을 것이다. 길게 보고 편안하게 준비하겠다. 되면 좋고, 안된다면 내년도 있다"면서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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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전향' 박승희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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