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수색땐 통나무 벽 안에 은신"
【서울=뉴시스】천정인 기자 = 장기간 도피생활 끝에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73·사망) 청해진해운 회장의 도주 행적은 항상 검찰보다 한 발짝 앞서 있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유씨와 장남 대균씨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3일만인 지난 4월19일 수사망을 피해 도피하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은 대균씨가 해외로 출국하려려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출국금지 조치 때문에 출국하지 못하고 되돌아 온 날이다.
대균씨는 그 무렵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본산인 금수원으로 향했다. 유씨와 측근들도 금수원에 모여 향후 대응방향을 모색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유씨 일가가 사실상 도피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바로 다음날인 20일 유씨 일가에 대한 수사착수를 공식 발표하고 23일 오전 10시 범죄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기 위해 유씨의 자택과 금수원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도피를 위해 미리 짐을 꾸려놓고 있었던 유씨는 23일 새벽 금수원 압수수색이 실시되고 있는지를 묻는 언론사 기자의 확인전화가 걸려오자마자 곧바로 구원파 신도 신모(33·여)씨의 집으로 도피했다.
다음날 저녁엔 구원파 신도 한모씨 부부의 집으로 이동해 은신하고 있다가 5월2일 자신의 최측근인 다판다 송국빈 대표가 배임 혐의로 구속되자 다음날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의 별장 '숲속의추억'으로 이동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송 대표가 구속되자 유씨는 곧바로 순천 별장으로 이동해 장기 은신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검찰은 5월13일에서야 유씨에게 소환조사에 출석할 것을 통보한 뒤 불응하자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같은 달 21일 금수원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소환 통보직후 금수원에 신도 수천명이 집결하고 진입을 저지하기 시작했다"며 "유씨 부자가 금수원 안에 있는지 먼저 확인을 하지 않고서는 다른 곳을 추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 사이 유씨는 또 다른 도피처를 마련하기 위해 송치재 휴게소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의 명의로 인근 임야와 주택을 구입하기도 했다.
유씨는 은신처에 대한 단서를 포착한 검거팀이 5월25일 오후 송치재 별장을 급습할 때까지 여기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체포된 신씨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 오다 지난달 말께 "검거팀이 급습했을 당시 유씨는 수색을 마칠때까지 별장 2층 통나무 벽을 잘라서 만든 작은 방에 숨어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날 이후 별장을 빠져 나간 것으로 보이는 유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검찰은 신씨의 이 같은 진술이 나온 직후 수색팀을 다시 별장으로 급파했지만 유씨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별장에서 유 전 회장을) 찾지 못한 것은 통탄할 노릇"이라며 "별장에 유 전 회장이나 주변 인물 등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잠복, 감시했지만(나타나지 않았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씨의 운전기사 양모씨가 지인에게 "검거팀이 들이닥쳐 (유씨를) 숲속 모처에 두고왔는데 도우러 가자"고 말했다는 진술이 나온 점까지 고려하면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누구 한 사람의 진술만을 놓고 수사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조력자와 함께 차량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고, 별장을 수색할 때 현장에 숨어있다가 그 이후에 혼자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모두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씨의 시신이 발견된 관할청인 광주지검 순청지청은 유씨의 사망원인과 시점 등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이르면 오는 24일 유씨에 대한 2차 부검을 통해 나타난 사인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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