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홍대앞에서 7080을 접하고 싶다면

기사등록 2014/07/09 06:21:00

최종수정 2016/12/28 13:01:54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문화예술 산책’ <7>

 지난 6일 열린 바버렛츠의 첫 정규앨범 ‘바버렛츠 소곡집 #1’ 발매 기념 2회 공연이 매진으로 성황리에 끝났다. 바버렛츠와 이들의 광팬이며 공식적인 스토커를 자처하는 ‘서른즈음에’의 작곡자 겸 가수 강승원을 만나는 것은 뜻밖에 쉽다. ‘70년대식 스튜디오 서니마스’(Studio 70's Sunny Mars)에 가면 자주 모여 공연준비를 하는 바버렛츠와 그녀들의 팬 강승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야수파의 앙리 마티스의 그림 ‘춤Ⅱ’ 한 점이 걸려있어 인상적이다. 신촌교회에서 홍대 앞 산울림소극장 가는 길 오른편에 있는 이 카페는 7080학번 ‘늙은이’들이 오는 추억의 장소이면서도 바로 오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장소이기도 하다.

 카페 주인 곽상완(58)씨는 1995년 교통사고로 다니던 회사를 접어야 했다. 서울 토박이로 외대 독일어과를 나온 그 역시 당시 대중음악 즉 운동권 음악을 했다. 70년대 우리의 민중가요는 한국노래가 별로 없었다. 미국군가나 노동가를 번안한 것이 많았다. 1950~60년대 흑인민권운동의 테마송으로 대표적인 저항 음악으로 피트 시거를 비롯해 조앤 바에즈, 브루스 스프링스틴, 루이 암스트롱 등 많은 아티스트에 의해서 불린 ‘We Shall Overcome’, 그리고 19세기 흑인 철도 노동자들이 부르기 시작한 미국 민요, 아이들 동요로도 사용되는 ‘I've been walking on the railroad’ 등이 대표적이었다.

 1970년 불멸의 대중가요 ‘아침이슬’ 김민기의 영향을 받아서 그는 1978년 ‘공장의 불빛’이라는 노래굿에 출연하기도 했다. 여러 명의 남녀 공장 노동자들의 집단 체조와 같은 동작의 반복 속에서 함께 부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암울한 가사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가수 송창식의 스튜디오에서 이 노래굿을 녹음한 이후에 도시산업선교회에 참여하게 됐다. 옥이가 끝 부분에 부르는 ‘어딘가 있어요 어딘가 있어요 분홍빛 고운 꽃나라 행복만 가득한 나라’와 언니가 답가하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정말 없어요. 힘겨운 공장의 밤’은 당대를 살아온 이들의 마음을 죈다.

 사회 관련 시사 공연을 못 하게 했던 1970·80년대 예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성극’은 그들에게 숨 쉴 수 있는 출구를 제공한다. 성경을 빌려 예수가 한 말을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던 까닭에 교회와 기독교단체의 보호로 뮤지컬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그 의도를 아는 이들에게 잡혀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졸업을 한 그는 가세가 기운 탓에 회사에 취직하게 됐다. 그때 계속해서 뮤지컬을 못한 게 제일 후회가 되나 보다.

 그래선지 ‘Studio 70's Sunny Mars’는 성향이 비슷해 보이는 들국화의 전인권이나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광야에서’의 작곡가 문대현, 바버렛츠의 기획자 신동철 등이 자주 찾는 곳이다. 그의 말대로 ‘딴따라’들이 모이는 곳을 지향하는 이 카페에서 술을 마시려면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너무 큰 소리로 떠들거나 주사가 있어서 남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은 바로 쫓겨난다. 그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을 좋아하며 인생을 음미하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된 듯하다.

 카페주인 곽상완씨는 가끔 몸이 아파 쉴 때에도 가게 문을 닫지 않는다. 술병이 나서 조금 아프면 그래도 늦게라도 나와서 의자에 앉아 있으면 강승원, 바버렛츠 등 단골들이 서빙을 돕기도 한다.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연 가게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공연도 자주 열린다. 병원에 누워 있다가 아등바등 사는 게 싫어서 편히 음악을 듣기 위해 열었던 가게이기에 분위가 참으로 넉넉하다. 그래서인지 ‘지울 수 없는 노래’ ‘거푸집 연주’ ‘ㄱ자 수놓는 이야기’ ‘어떤 예술의 생애’ 등의 시집을 낸 시인 김정환, ‘밤의 첼로’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애인’ 등의 작품을 낸 소설가 이응준, ‘장길산’ ‘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등의 작품을 쓴 소설가 황석영 등도 가끔 이곳을 찾는다.

 문학가들은 음악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저녁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열려 있는 이곳으로 와서 차원이 다르게 ‘잘 노는’ 음악가들과 교유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서로 장르가 다르지만 문학과 예술은 그렇게 통하나 보다. 올 때는 우르르 몰려드는 이들로 북적이지만, 어떨 때는 손님이 적어 고요하기까지 하다. 그때는 혼자서 조용히 앨범을 틀면서 음악을 즐긴다는 곽상완씨의 여유와 넉넉함이 좋다. 가끔 가수들이 들이닥치기도 한다. 이때 기분이 맞으면 밤새 같이 연주하기도 한다.

 4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까지의 ‘어른’들이 주로 보이는 이곳에서 30대 후반은 어린애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는 ‘넌 누구냐!’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뜨악’하지 않고 잘만 대답한다면 유명한 가수, 작곡가, 음악감독, 소설가, 시인 등에게 귀여움을 듬뿍 받으며 공짜로 술을 먹을 기회도 있다. 이렇게 마치 10대나 20대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여기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들조차도 작곡가나 가수지망생이 적지 않다. ‘독백’ ‘미안해요’를 부른 ‘강허달림’도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곳에서 만난 엄인호의 소개로 2005년 데뷔했다고 한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모여 그들의 열정을 불태우는 홍대 주변에 한때 젊었던 7080이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들만의 장이 아니라 점차 90·00도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그냥 함께 있음으로써 우리 세대들이 대중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소통을 넘어 공감하는 그런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언젠가 ‘응답하라! 2014’가 나왔을 때, ‘대한민국 유일무이 인디 걸그룹’을 지향하는 바버렛츠가 ‘Studio 70's Sunny Mars’를 추억하는 장면이 기대된다.

 hadogye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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