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은기·소설·유령의 핵항모>
미국 버지니아 주
노퍼크
TV에 나온 사진을, 처절한 심정으로 보는 사람이 또 있었다.
그는 피투성이 얼굴로 죽은 한 남자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세상에········누가 저렇게········.”
더군다나 더 놀라운 건,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혼란의 주인공이란다. 그 배 안의 컴퓨터에다 일부러 에러를 내게 한 사람은 자기 교회 성도였던 이명식이다.
노퍼크 한인교회의 노현식 목사는 그래서 기가 막혔다. 이제야 왜 뉴욕에서 전화했는지 분명히 알 것 같았다.
핸드폰으로 들려오던 이명식 형제의 말이 떠올랐다.
“목사님, 제가 잘 못 되면요········.”
아, 잘 못 돼도 저렇게 잘 못 될 수 있나.
노현식 목사는 몸을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어댔다.
대한민국 서울.
“국민 여러분, 저게 바로 그 항모입니다!”
TV에 검은색 물체가 나온다. 해가 지기 전의 저녁 바다는 짙푸르고 이름이 바뀐 괴함(怪艦), 네메시스는 태생적 속도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물로부터 고물에 이르기까지 하얀 파도를 급속히 만들어냈다.
“정말 느낌부터가 이상하죠? 괴이하다고 할까? 어떻게 저리 큰 배가 승무원도 없이 달리는 걸까요?”
합참 정보본부 소속의 군사위성 ‘천리안 1호’가 네메시스를 포촉 한 것이다. 이스라엘로부터 기술을 취득했다는 ‘천리안 1호’의 정교한 렌즈가 다시 줌인하자, 검은색 함체가 점점 확대되었다. 쐐기형의 이물과 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비행갑판, 그리고 우현 가장자리쯤에 위치한 두 개의 6각형 건물도 스텔스형 아일랜드다.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도록, 아니 레이더에 잡혀도 반사파가 분산되도록 6각으로 설계된 극히 작은 함교다.
그러나 네메시스가 항공모함이라는 증거는, 뒤쪽 갑판의 어레스팅 훅도 훅이지만, 비행기를 끌어올릴 때 쓰는 대형 엘리베이터가 보인다는 점이다.
<계속>
기획 ㈜미디어바오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