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美 대사관 숙소부지…市든 정부든 매입, 민속박물관 들어섰으면"

기사등록 2014/05/17 16:09:32

최종수정 2016/12/28 12:46:26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17일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숙소 자리에 정부가 관광호텔을 지으려고 관련 법개정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서울시든 정부든 부지를 매입해서 (국립)민속박물관 같은 곳이 들어섰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종로구 북촌길에서 '워킹투어' 도중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번 손대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은 옛 미국대사관 숙소 자리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풍문여고·덕성여고가 위치해 규정상 호텔을 지을 수 없는 위치지만, 최근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예외를 허용해주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박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사석에서 수차례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이곳에 호텔이 들어서면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같은 구체적 대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경복궁 내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은 시멘트로 건물 하부를 만드는 등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한국 근현대사 최악의 건축물이란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2025년까지는 이전해야 한다.  

 박 후보는 지난 2002년 북촌길 초입에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을 낸 바 있다.

 옛 미국대사관 숙소부지는 그가 밥 먹고, 차 마시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풍문여고 옆길을 지나다가 수없이 바라본 곳이다.

 박 후보는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들어선 한 인문학 카페에 내걸린 입간판을 가리키면서 '강신주의 첫번째 철학에세이-저자와의 대화'란 문구를 소리 내 읽었다.

 그러면서 "이런 인문학적 터를 허물고 100층짜리 건물을 지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소박하면서도 말끔하게 꾸며진 한 갤러리를 바라보면서 "이곳이 사실 옛날에 덕성여고 옛 생활관이었는데 (아름다운 가게 시절)탐이 참 많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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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갤러리 앞에서는 "이곳이 예전에는 목욕탕이었는데 갤러리로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박 후보는 북촌길에 들어선 크고 작은 공방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작은 공방들은 인사동과 연계되어 있고, 부암동으로 이화동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70년이 넘는 역사의 출판사 명문당 건물을 가리키면서는 "저기 건물 위층이 가건물인데 왜 들어섰을까"라며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박 후보는 곧바로 맞은편 고가(古家)를 바라보면서는 "바로 여기가 윤보선 대통령 집이었다. 옛날 (윤 대통령이)야당 지도자였을 때 안기부가 위층에 가건물을 지은 것이다. 일종의 '감시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걸 리노베이션기존(건출물을 헐지 않고 창의적으로 개보수해 사용하는 것)  하면 스토리텔링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역사 및 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박 후보는 화동고갯길을 걸으면서 "예전에 이 고갯길을 깎으려고 해서 깎지 말라고 했다. 또 언젠가는 큰 화장실을 지은다고 했다"며 "작은 공방들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개발을 해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공존하는 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쪽을 차 안 타는 골목으로 만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안국역 교차로에서 자신이 자주 들렀던 40여년 역사의 설렁탕집 국물맛을 떠올리며 이날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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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美 대사관 숙소부지…市든 정부든 매입, 민속박물관 들어섰으면"

기사등록 2014/05/17 16:09:32 최초수정 2016/12/28 12: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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