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후예 (예자오옌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오랜 옛날 중국의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떴다. 태양이 내뿜는 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자 천하의 궁수 ‘예’가 하나의 태양만 남기고 아홉 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려 인간 세상을 구했다. 그 포상으로 하늘에서 불로장생의 선단을 ‘예’에게 내렸다.
‘예’에겐 ‘항아’라는 아내가 있었다. ‘예’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혼자 영생을 얻겠다고 선단을 먹는 인물이다. 남편을 배신한 ‘항아’를 괘씸히 여긴 하늘은 ‘항아’에게 영생을 주되 달에서 혼자 외롭게 살도록 만들었다. ‘후예사일(后羽射日) 항아분월(姮娥奔月)’, 즉 ‘후예는 태양을 쐈고, 항아는 달로 달아났다’로 풀이되는 중국의 신화다.
모옌(59) 위화(54) 쑤퉁(51)과 함께 1980년대 중반 이후 중국 문학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예자오옌(57)이 이 신화에 주목, 소설 ‘후예’를 펴냈다. 영국 캐논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하고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33개국 출판사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신화총서’의 한 권이다.
예자오옌은 신화에서 ‘예는 원래 그렇게 타고난 영웅이었을까?’ ‘항아는 예를 열렬히 사랑했다는데 왜 그를 배신하고 혼자 떠났을까?’ ‘예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등의 질문을 취했다. ‘후예’는 그 결과물이자, 애절한 사랑이야기로 재탄생한 신화다.
소설은 ‘후예사일, 항아분월’이라는 신화의 기본 플롯을 그대로 따라간다. ‘상편: 후예,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다’에선 ‘예’가 ‘항아’를 만나 그녀의 도움으로 영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하편: 항아, 달나라로 가다’에선 사랑 때문에 흔들리는 ‘예’에게 버림받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항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녀는 예전처럼 그와 함께 일상을 이야기하고 옛일을 회상하며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았다. 이제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은 지 오래였다. 항아는 그저 자신을 지난 세월의 시간 속에 묶어둘 뿐 어떤 미래도 떠올릴 수 없었다.” (368쪽)
‘후예’에게 하늘이 준 선단을 먹고 함께 인간 세상을 떠나자고 청하는 ‘향아’,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그 청을 거절하는 ‘후예’,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후예’ 등의 이야기가 신화 속에서 단편적으로 다뤄졌던 인물들을 설명한다. 애잔한 분위기도 함께다.
중국의 문학평론가 우이친은 “초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신화,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소설. 예자오옌은 신화와 소설의 공식을 깨고 둘의 경계를 무너뜨려 신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신화를 완성했다”고 평했다.
[email protected]
오랜 옛날 중국의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떴다. 태양이 내뿜는 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자 천하의 궁수 ‘예’가 하나의 태양만 남기고 아홉 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려 인간 세상을 구했다. 그 포상으로 하늘에서 불로장생의 선단을 ‘예’에게 내렸다.
‘예’에겐 ‘항아’라는 아내가 있었다. ‘예’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혼자 영생을 얻겠다고 선단을 먹는 인물이다. 남편을 배신한 ‘항아’를 괘씸히 여긴 하늘은 ‘항아’에게 영생을 주되 달에서 혼자 외롭게 살도록 만들었다. ‘후예사일(后羽射日) 항아분월(姮娥奔月)’, 즉 ‘후예는 태양을 쐈고, 항아는 달로 달아났다’로 풀이되는 중국의 신화다.
모옌(59) 위화(54) 쑤퉁(51)과 함께 1980년대 중반 이후 중국 문학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예자오옌(57)이 이 신화에 주목, 소설 ‘후예’를 펴냈다. 영국 캐논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하고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33개국 출판사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신화총서’의 한 권이다.
예자오옌은 신화에서 ‘예는 원래 그렇게 타고난 영웅이었을까?’ ‘항아는 예를 열렬히 사랑했다는데 왜 그를 배신하고 혼자 떠났을까?’ ‘예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등의 질문을 취했다. ‘후예’는 그 결과물이자, 애절한 사랑이야기로 재탄생한 신화다.
소설은 ‘후예사일, 항아분월’이라는 신화의 기본 플롯을 그대로 따라간다. ‘상편: 후예,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다’에선 ‘예’가 ‘항아’를 만나 그녀의 도움으로 영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하편: 항아, 달나라로 가다’에선 사랑 때문에 흔들리는 ‘예’에게 버림받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항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녀는 예전처럼 그와 함께 일상을 이야기하고 옛일을 회상하며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았다. 이제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은 지 오래였다. 항아는 그저 자신을 지난 세월의 시간 속에 묶어둘 뿐 어떤 미래도 떠올릴 수 없었다.” (368쪽)
‘후예’에게 하늘이 준 선단을 먹고 함께 인간 세상을 떠나자고 청하는 ‘향아’,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그 청을 거절하는 ‘후예’,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후예’ 등의 이야기가 신화 속에서 단편적으로 다뤄졌던 인물들을 설명한다. 애잔한 분위기도 함께다.
중국의 문학평론가 우이친은 “초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신화,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소설. 예자오옌은 신화와 소설의 공식을 깨고 둘의 경계를 무너뜨려 신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신화를 완성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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