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삶이야기 禪이야기’ <116>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한다. 우리가 부처님이라고 하는 분은 석가모니(釋迦牟尼)로 인도나 네팔에서는 싯다르타 태자라고 한다. 그분이 태어난 날을 우리나라에서는 사월 초파일 또는 초파일이라고 한다. 또 부처님을 관욕(목욕)시키는 욕불일(浴佛日), 크리스마스인 성탄절과 비슷하게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일인 불탄일(佛誕日) 또는 석탄일(釋誕日)이라고 했다. 1960년대 불탄일 봉축위원회에서 한자어로 된 이름들을 쉽게 풀이해 사용하자는 취지로 여러 의견을 수렴한 결과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자비광명이 도래한 날이란 함축적인 의미를 담기로 했다. 결국, 중국과 홍콩, 대만, 마카오 등과 마찬가지로 음력 4월 8일을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한자나 영어가 아닌 한글로 부르게 됐다. 그리고 1975년 1월 15일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이후로도 조불련이나 북한 언론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석탄절’(釋誕節)이었다. 그러나 2007년 5월 5일부터는 석탄절의 명칭을 ‘부처님오신날 조국통일기원 북남불교도 동시법회’로 고쳐 부르고 표기해 남북 모두 부처님오신날을 공식 이름으로 ‘통일’돼 사용하고 있다.
불교에는 4대 명절이라고 하여 2월 8일 석가 출가일(出家日), 2월 15일 열반일(涅槃日), 12월 8일 성도일(成道日)과 가장 큰 명절인 부처님오신날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월 초파일이 석가모니의 탄신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 태어나신 날은 잘 모르지만, 불교 신도들을 포함한 우리 만민이 따뜻한 봄날 바쁜 농사일을 마치고 잠시 쉴 때, 석가의 탄신일로 정해서 기리는 상징적 의미를 지닐 뿐이라고 여겨진다. 경전이나 어디에도 부처님이 언제 태어났는지 정확히 말하지 않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4월 8일부터 3일 밤낮 동안 미륵보살회(彌勒菩薩會)를 설하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의종 때에는 백선연(白善淵)이 4월 8일 점등했다는 기록이 있다. 공민왕은 직접 초파일에 연등행사를 열었다고 하는 기록만 있을 뿐, 이날이 부처님오신날이라고 한 적은 없는 듯하다.
석가탄신일을 음력 4월 8일로 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의 영향을 받는 여러 나라뿐이다. 일본은 양력으로 4월 8일을 석가 탄신일로 삼아 꽃 축제인 ‘하나마쓰리’ 행사를 한다. 스리랑카는 웨삭(Wesak)이라 하여 음력 4월 15일과 그 다음 날을 공휴일로 제정해 부처님의 탄생일, 성도일, 열반일을 모두 함께 기리며 성대한 축제를 연다. 태국과 미얀마도 위사카 부차(Visakha Bucha) 또는 베사카(Vesak)라 하여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을 함께 기념하는 날로 삼았다. 이외에도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부탄,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서남·동남아의 여러 나라도 음 4월 15일을 부처님오신날로 채택하고 있다. 티베트와 네팔도 같은 음 4월 15일을 부처님오신날로 채택했지만, 티베트 달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좀 다를 뿐이다.
서남아와 동남아시아는 소승불교의 전통이 있으며 출가 승려에 대한 예우도 남다른 곳이다. 그런데도 부처님의 출가일을 명절로 치지 않고 있으며 불교 축제에서도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만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지나치게 출가일을 챙기는 걸까? 출가일은 부처님 따라 출가한 승려들이나 만들어서 조용히 기리면 되는 날이지 굳이 신도들에게 강조하거나 강요해야 할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날이다. 태어나서 깨달음을 얻고 열반을 통해서 해탈과 윤회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아무런 생각 없이 우리 재가신자들까지 출가 승려들 따라서 정확한 날짜도 모르는 출가일을 기리고 챙길 일은 아니다. 특히 출가해야 깨닫는다고 부처님은 선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부처란 깨달은 이로 깨우친 이라는 뜻이다. 사실 태어난 날도 돌아가신 날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굳이 챙기려면 깨우친 날인 성도재일(成道齋日)만 잘 기려도 될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의미에서 원불교에서는 ‘대각개교절’이라고 해서 소태산 교조가 태어난 날이 아닌 성도한 날을 기리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
사실 출가한 날뿐만 아니라 열반일도 성도일도 그 날짜가 정확하지 않다. 팔만대장경에 수록될 만큼 많은 경전을 전하는 불교가 유독 이런 날짜를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야 한다. 모두가 부처님 뜻이며 인연 따라 잊힌 날짜다. 모든 게 ‘무아(無我)’이며 ‘공(空)’이라고 깨달은 부처님께서는 태어나면서 “하늘 위 하늘 아래 우리가 각기 존귀하다. 모든 세계의 고통 받는 중생들을 우리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는 뜻을 ‘믿거나 말거나’ 버전으로 선포했다. 부처님께서는 내(부처님)게도 의존하지 말고 오직 가르침을 따르라고 한 분이다. 그런 분이 제자들에게 내 생일 잘 챙겨야 한다고 하지 않았을 것임을 굳이 추측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챙겨서도 안 되며 그런 시간에 수행을 더욱 열심히 하고 마음 잘 닦아서 얼른 깨우치라고 하셨을 것이다.
부처님도 이렇게 사셨을 텐데, 부처님 제자 되겠다고 출가하면서 부모와 처자식까지도 다 버린 출가 승려들이 자기나 은사 등 다른 승려들의 생일은 꼬박꼬박 챙기는 우리나라 승가의 풍속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부처님 뜻이 뭔지는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굳이 말하자면 출가 제자들인 승려들은 출가일이 그들이 속세라고 부르는 세상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태어난 생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태어난 날이라기보다는 잉태된 날 정도로 이해해도 된다. 정식으로 비구나 비구니계를 받은 날이 생일인 셈이다. 따라서 출가 승려들은 세속적인 생일은 잊고 오직 출가해서 정식으로 비구나 비구니계를 받은 날을 형제자매와 다름없는 도반들과 함께 합동으로 잘 챙겨야 한다. 생일 축하파티를 하라는 게 아니라 계도반들과 만나서 얼마큼 초심대로 수행했는지 서로 잘 보면 될 일이다.
성철스님도 ‘밥값 잘하라’고 하면서 재가신자들의 보시를 받고 사는 승려들은 ‘오직 깨우쳐야 밥값을 하는 것’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깨닫지 못하고 열반했다면 밥값 못한 것이니 돌아가신 날도 전혀 챙길 바가 아니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도 돌아가신 날짜를 챙기지 말라고 당부하셨을 것이다. 그렇기에 제자들이 제대로 남기지 않은 것이다. 출가승려든 재가신도든 그 뜻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완연한 봄날에 부처님오신날을 정해 전 세계는 행복해하고 있다. 우리가 모두 부처라고 선포한 부처님을 기리는 날인만큼 이날은 우리 불교인만의 명절이 아니라 보편적인 자아로서 불성을 지닌 우리 모두의 명절이다. 이날에 아는 절에 가서 등 하나 다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이미 법의 등은 켜져 있으니 자신의 무명(無明)을 밝히는 등만 제대로 밝혀야 한다. 그 등을 켜는 방법은 부처님이 태어나면서 밝힌 바와 같이 ‘남을 배려하면서 편안하게 하라’는 것이다. 환경운동이나 생명운동도 이에 포함된다.
지난 3월 31일부터 서울시(박원순 시장)는 조계종, 태고종, 원불교 등을 돌면서 2016년까지 10% 이상의 에너지 절약 효과를 거두기 위한 MOU를 맺었다고 한다. 지난 2일 서울시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시내 244개 사찰을 대상으로 조명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131개(54%) 사찰이 기존 연등의 백열전구를 전기 요금 부담이 적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LED 전구로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재생에너지 협약을 통해 범 불교적으로 사찰과 교당 등이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렇게 환경과 생명운동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하나씩 매일 우리 불교계도 일신우일신하면서 자성과 쇄신을 거듭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그래만 준다면 앞으로 몇십 년이 지난 어느 부처님오신날 서울 거리를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는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축제로서 우리의 연등회가 개최되고 있을 것이다.
끝으로 연등회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불교계 추모의 뜻을 간절하게 표현한 한마음선원(선원장 혜원 스님)과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 스님) 그리고 “아무것도 못 하는 우리가 미안해”라며 화려함을 빼고 세월호의 슬픔을 함께 나눈 특별한 추모 연등회를 이끈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를 준비한 봉축위원회 실무 직원들에게도 심심한 고마움을 전한다.
※ 하도겸은 매일 칼럼을 통해 사회와 문화예술 종교계의 자성과 쇄신을 바라는 처지에서 더 맑고 밝은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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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한다. 우리가 부처님이라고 하는 분은 석가모니(釋迦牟尼)로 인도나 네팔에서는 싯다르타 태자라고 한다. 그분이 태어난 날을 우리나라에서는 사월 초파일 또는 초파일이라고 한다. 또 부처님을 관욕(목욕)시키는 욕불일(浴佛日), 크리스마스인 성탄절과 비슷하게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일인 불탄일(佛誕日) 또는 석탄일(釋誕日)이라고 했다. 1960년대 불탄일 봉축위원회에서 한자어로 된 이름들을 쉽게 풀이해 사용하자는 취지로 여러 의견을 수렴한 결과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자비광명이 도래한 날이란 함축적인 의미를 담기로 했다. 결국, 중국과 홍콩, 대만, 마카오 등과 마찬가지로 음력 4월 8일을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한자나 영어가 아닌 한글로 부르게 됐다. 그리고 1975년 1월 15일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이후로도 조불련이나 북한 언론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석탄절’(釋誕節)이었다. 그러나 2007년 5월 5일부터는 석탄절의 명칭을 ‘부처님오신날 조국통일기원 북남불교도 동시법회’로 고쳐 부르고 표기해 남북 모두 부처님오신날을 공식 이름으로 ‘통일’돼 사용하고 있다.
불교에는 4대 명절이라고 하여 2월 8일 석가 출가일(出家日), 2월 15일 열반일(涅槃日), 12월 8일 성도일(成道日)과 가장 큰 명절인 부처님오신날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월 초파일이 석가모니의 탄신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 태어나신 날은 잘 모르지만, 불교 신도들을 포함한 우리 만민이 따뜻한 봄날 바쁜 농사일을 마치고 잠시 쉴 때, 석가의 탄신일로 정해서 기리는 상징적 의미를 지닐 뿐이라고 여겨진다. 경전이나 어디에도 부처님이 언제 태어났는지 정확히 말하지 않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4월 8일부터 3일 밤낮 동안 미륵보살회(彌勒菩薩會)를 설하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의종 때에는 백선연(白善淵)이 4월 8일 점등했다는 기록이 있다. 공민왕은 직접 초파일에 연등행사를 열었다고 하는 기록만 있을 뿐, 이날이 부처님오신날이라고 한 적은 없는 듯하다.
석가탄신일을 음력 4월 8일로 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의 영향을 받는 여러 나라뿐이다. 일본은 양력으로 4월 8일을 석가 탄신일로 삼아 꽃 축제인 ‘하나마쓰리’ 행사를 한다. 스리랑카는 웨삭(Wesak)이라 하여 음력 4월 15일과 그 다음 날을 공휴일로 제정해 부처님의 탄생일, 성도일, 열반일을 모두 함께 기리며 성대한 축제를 연다. 태국과 미얀마도 위사카 부차(Visakha Bucha) 또는 베사카(Vesak)라 하여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을 함께 기념하는 날로 삼았다. 이외에도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부탄,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서남·동남아의 여러 나라도 음 4월 15일을 부처님오신날로 채택하고 있다. 티베트와 네팔도 같은 음 4월 15일을 부처님오신날로 채택했지만, 티베트 달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좀 다를 뿐이다.
서남아와 동남아시아는 소승불교의 전통이 있으며 출가 승려에 대한 예우도 남다른 곳이다. 그런데도 부처님의 출가일을 명절로 치지 않고 있으며 불교 축제에서도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만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지나치게 출가일을 챙기는 걸까? 출가일은 부처님 따라 출가한 승려들이나 만들어서 조용히 기리면 되는 날이지 굳이 신도들에게 강조하거나 강요해야 할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날이다. 태어나서 깨달음을 얻고 열반을 통해서 해탈과 윤회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아무런 생각 없이 우리 재가신자들까지 출가 승려들 따라서 정확한 날짜도 모르는 출가일을 기리고 챙길 일은 아니다. 특히 출가해야 깨닫는다고 부처님은 선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부처란 깨달은 이로 깨우친 이라는 뜻이다. 사실 태어난 날도 돌아가신 날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굳이 챙기려면 깨우친 날인 성도재일(成道齋日)만 잘 기려도 될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의미에서 원불교에서는 ‘대각개교절’이라고 해서 소태산 교조가 태어난 날이 아닌 성도한 날을 기리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
사실 출가한 날뿐만 아니라 열반일도 성도일도 그 날짜가 정확하지 않다. 팔만대장경에 수록될 만큼 많은 경전을 전하는 불교가 유독 이런 날짜를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야 한다. 모두가 부처님 뜻이며 인연 따라 잊힌 날짜다. 모든 게 ‘무아(無我)’이며 ‘공(空)’이라고 깨달은 부처님께서는 태어나면서 “하늘 위 하늘 아래 우리가 각기 존귀하다. 모든 세계의 고통 받는 중생들을 우리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는 뜻을 ‘믿거나 말거나’ 버전으로 선포했다. 부처님께서는 내(부처님)게도 의존하지 말고 오직 가르침을 따르라고 한 분이다. 그런 분이 제자들에게 내 생일 잘 챙겨야 한다고 하지 않았을 것임을 굳이 추측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챙겨서도 안 되며 그런 시간에 수행을 더욱 열심히 하고 마음 잘 닦아서 얼른 깨우치라고 하셨을 것이다.
부처님도 이렇게 사셨을 텐데, 부처님 제자 되겠다고 출가하면서 부모와 처자식까지도 다 버린 출가 승려들이 자기나 은사 등 다른 승려들의 생일은 꼬박꼬박 챙기는 우리나라 승가의 풍속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부처님 뜻이 뭔지는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굳이 말하자면 출가 제자들인 승려들은 출가일이 그들이 속세라고 부르는 세상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태어난 생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태어난 날이라기보다는 잉태된 날 정도로 이해해도 된다. 정식으로 비구나 비구니계를 받은 날이 생일인 셈이다. 따라서 출가 승려들은 세속적인 생일은 잊고 오직 출가해서 정식으로 비구나 비구니계를 받은 날을 형제자매와 다름없는 도반들과 함께 합동으로 잘 챙겨야 한다. 생일 축하파티를 하라는 게 아니라 계도반들과 만나서 얼마큼 초심대로 수행했는지 서로 잘 보면 될 일이다.
성철스님도 ‘밥값 잘하라’고 하면서 재가신자들의 보시를 받고 사는 승려들은 ‘오직 깨우쳐야 밥값을 하는 것’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깨닫지 못하고 열반했다면 밥값 못한 것이니 돌아가신 날도 전혀 챙길 바가 아니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도 돌아가신 날짜를 챙기지 말라고 당부하셨을 것이다. 그렇기에 제자들이 제대로 남기지 않은 것이다. 출가승려든 재가신도든 그 뜻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완연한 봄날에 부처님오신날을 정해 전 세계는 행복해하고 있다. 우리가 모두 부처라고 선포한 부처님을 기리는 날인만큼 이날은 우리 불교인만의 명절이 아니라 보편적인 자아로서 불성을 지닌 우리 모두의 명절이다. 이날에 아는 절에 가서 등 하나 다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이미 법의 등은 켜져 있으니 자신의 무명(無明)을 밝히는 등만 제대로 밝혀야 한다. 그 등을 켜는 방법은 부처님이 태어나면서 밝힌 바와 같이 ‘남을 배려하면서 편안하게 하라’는 것이다. 환경운동이나 생명운동도 이에 포함된다.
지난 3월 31일부터 서울시(박원순 시장)는 조계종, 태고종, 원불교 등을 돌면서 2016년까지 10% 이상의 에너지 절약 효과를 거두기 위한 MOU를 맺었다고 한다. 지난 2일 서울시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시내 244개 사찰을 대상으로 조명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131개(54%) 사찰이 기존 연등의 백열전구를 전기 요금 부담이 적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LED 전구로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재생에너지 협약을 통해 범 불교적으로 사찰과 교당 등이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렇게 환경과 생명운동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하나씩 매일 우리 불교계도 일신우일신하면서 자성과 쇄신을 거듭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그래만 준다면 앞으로 몇십 년이 지난 어느 부처님오신날 서울 거리를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는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축제로서 우리의 연등회가 개최되고 있을 것이다.
끝으로 연등회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불교계 추모의 뜻을 간절하게 표현한 한마음선원(선원장 혜원 스님)과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 스님) 그리고 “아무것도 못 하는 우리가 미안해”라며 화려함을 빼고 세월호의 슬픔을 함께 나눈 특별한 추모 연등회를 이끈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를 준비한 봉축위원회 실무 직원들에게도 심심한 고마움을 전한다.
※ 하도겸은 매일 칼럼을 통해 사회와 문화예술 종교계의 자성과 쇄신을 바라는 처지에서 더 맑고 밝은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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