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 이봐 파우스트 좀 비켜줄래…연극 '메피스토'

기사등록 2014/04/06 06:41:00

최종수정 2016/12/28 12:33:56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여자인 제가 '메피스토'를 맡게 된 이유요? 남자를 유혹하고 타락의 길로 빠져들게 하는데 여자가 더 셈세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어서 아닐까요."

 독일 문호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재해석한 연극 '메피스토'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전미도(32)는 이같이 밝혔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60여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이다. 학문적인 탐구와 삶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믿었지만, 결국 그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회의에 빠지는 노학자 '파우스트'가 주인공이다.

 그에게 쾌락의 삶을 선사하는 대신 영혼을 넘겨받기로 한 유혹의 아이콘 '메피스토'(메피스토펠레스)를 통해 선과 악, 구원과 타락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을 그린다.

 주로 파우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대학로의 소문난 콤비인 연출가 서재형(44)·극작가 한아름(37) 부부는 메피스트의 관점으로 극을 전개한다. 주로 남자 배우가 맡던 이 역을 여배우인 전미도에게 맡겼다.

 전미도는 "제가 여자이기는 하지만, 이번 메피스토 역이 여자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중성적인데, 사람이 아닌 캐릭터"라면서 "남자가 보통 맡는 역인데 여자인 제가 하다보니 힘이 들기도 합니다"고 고백했다. "남성성도 가지고 있어야 해서 그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쉬운 작업은 아닌 것 같아요."

 전미도는 '번지점프를 하다' '해를 품은 달' '베르테르' 등 뮤지컬에서 주로 청순한 역을 맡았다. 그러나 '메피스토'에서는 여성적인 매력 없이,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분장도 악랄하게 보이게 했다.

 "새로운 역을 맡는 게 무섭기도 하지만, 도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요. 진정한 배우로 성장하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간에 못하겠다고 연출님에게 몇번이나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맡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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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연출은 여성 메피스토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것에 대해 "학문적이고 학구적인 파우스트의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혹적인 악인 메피스토의 시대죠. 또 남성이 우월한 시대가 아니라 여성이 우월한 시대이기도 하고요. 지금 시대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여성 메피스토를 선택했습니다."

 원작을 다르게 볼 수 없을만큼 텍스트 해석이 어려웠다는 서 연출은 "욕망에 가까운 이기와 집착, 두 가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거기에 괴테가 남긴 글을 차용해서 '메피스토' 대본을 만들었습니다. 원작을 보면서 제일 어려웠던 건 2막 끝에 느닷없이 메피스토가 파우스트를 살려주는 장면이에요.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것이 정상인데 이해하기 어려웠죠. 두 달이 지난 지금 약간은 괴테의 생각이 이해가 돼요."

 파우스트를 맡은 정동환(65)는 "기존 작품에서는 파우스트의 지적인 면이 강조됐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평범한 우리처럼 인간적인 면모를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진희(31)가 순수한 세계의 상징 '그레첸'을 연기한다. '메디아'와 '왕세자 실종사건'등에서 이미 서·한 콤비와 호흡을 맞춘 작곡가 황호준을 비롯해 현대무용가 장은정,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영상디자이너 김장연, 의상디자니어 이유선 등이 힘을 보탠다. 20여명의 코러스 배우들이 출연한다.

 고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기획공연 'SAC 큐브' 클래식의 하나다. 19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3만~5만원. 예술의전당 쌕티켓.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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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 이봐 파우스트 좀 비켜줄래…연극 '메피스토'

기사등록 2014/04/06 06:41:00 최초수정 2016/12/28 12: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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