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장군 유묵의 비밀, 서로 다른 글씨체…왜?

기사등록 2014/03/28 12:19:54

최종수정 2016/12/28 12:31:19

【서울=뉴시스】일제의 관헌들도 안중근 장군의 높은 이상을 존경하게 됐다. 지필묵을 넣어주며 글씨를 청했다. 장군은 야스오카 세이시로라는 검찰관에게 ‘國家安危勞心焦思’(국가안위노심초사; 나라의 안전과 위태로움에 대해 애타는 마음으로 걱정한다)라는 글을 선물했다. 뤼순 형무소에 근무하면서 안중근 장군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일본군 헌병 지바 도시치에게 장군은 신앙의 대상이었다. 귀국 후 장군에게서 받은 ‘爲國獻身軍人本分’(위국헌신군인본분; 나라위해 몸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이라는 유묵과 위패를 모셔놓고 평생 아침저녁으로 장군의 명복을 빌었다.
【서울=뉴시스】일제의 관헌들도 안중근 장군의 높은 이상을 존경하게 됐다. 지필묵을 넣어주며 글씨를 청했다. 장군은 야스오카 세이시로라는 검찰관에게 ‘國家安危勞心焦思’(국가안위노심초사; 나라의 안전과 위태로움에 대해 애타는 마음으로 걱정한다)라는 글을 선물했다. 뤼순 형무소에 근무하면서 안중근 장군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일본군 헌병 지바 도시치에게 장군은 신앙의 대상이었다. 귀국 후 장군에게서 받은 ‘爲國獻身軍人本分’(위국헌신군인본분; 나라위해 몸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이라는 유묵과 위패를 모셔놓고 평생 아침저녁으로 장군의 명복을 빌었다.
【서울=뉴시스】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 여러분, 이 유묵 2점을 봐주세요. 누구 글씨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안중근 장군의 글씨입니다. 이분은 제가 이 세상에 가장 존경하는 위인(偉人) 중의 한 분입니다.

 여순 옥중에서 안중근 장군께서 쓰신 두 유묵 중에서 ‘국가안위노심초사’는 일제의 검찰관 야스오카에게 준 것이고, ‘위국헌신군인본분‘은 형무소 간수지바 도시치에게 준 것입니다.

 보시는 두 유묵이 같은 사람이 쓴 글씨라는 생각이 듭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글씨체가 어딘지 다르지요? 왜 그럴까요? 그런 생각들 해보셨나요?

 답은 이렇습니다. 국가안위노심초사는 평안한 마음에서 관조하는 심정으로 쓰신 것입니다. 이 글씨는 제가 아는 한, 장군께서 옥중에서 쓰신 많은 유묵들 중에서 가장 잘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국헌신군인본분은 교수대에 오르시던 아침에 급한 마음으로 쓰신 것입니다. 장군께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글씨이며, ‘동양평화론’ 집필을 완성하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았던 30세 대한남아(大韓男兒)의 한이 서린 글씨입니다.

 어디서 그런 것이 느껴집니까?

 글씨의 획들을 보십시오. 국가안위노심초사에서는 굵고 안정된 필치가 엿보이지요? 그러나 위국헌신군인본분은 어떻습니까? 가늘고 날카롭지 않습니까? 그리고 획을 긋되 차분한 손놀림이 아니잖아요. 빠르게 써내려 간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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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찬수 기자 = 27일 오후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열린 '131회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 공개되고 있다.  이 글씨는 안중근 의사가 순국 전인 1910년 3월 여순감옥에서 일본인의 부탁을 받아 쓴 것이다. 2014.03.27.    [email protected]
 그렇게 빠르게 써내려가던 위국헌신군인본분이라는 글씨는 ‘분(分)’이라는 마지막 글자에서 손이 흔들리며 멈춰섭니다. 오른쪽으로 삐치는 획을 보십시오. 저는 모르긴 몰라도 이 분(分)자를 쓰면서 안중근 장군께서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안중근 장군께서는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십니다. 그리고 옆에 ‘경술 3월 여순 옥중 대한국인 안중근’이라는 작은 글씨를 쓴 다음, 비장하게 단지한 손의 장인을 찍으십니다.

 또한 주의 깊은 분들은 금세 눈치 채셨을 것입니다. 국가안위노심초사에 찍힌 장인은 또렷하지 않지만, 위국헌신군인본분에 찍힌 장인은 뚜렷합니다. 손금까지 모두 보일 정도입니다.

 조국을 위해서 할 일이 태산 같이 많았던 사내대장부는 억울하고 한 많은 삶을 그렇게 표현하고, 이 세상을 뜨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국헌신군인본분은 동양평화를 위해 더 살고 싶다는 삶에 대한 애착을 담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동경이 한으로 서려있는 미완성의 글씨입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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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장군 유묵의 비밀, 서로 다른 글씨체…왜?

기사등록 2014/03/28 12:19:54 최초수정 2016/12/28 12: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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