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윤신근,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무료…왜?

기사등록 2014/03/13 08:03:00

최종수정 2016/12/28 12:26:11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414>

 길고양이는 쓰레기봉투를 헤집는다. 한밤중에 골목이나 지하주차장에서 불쑥 튀어나와 가슴을 철렁 내려 앉힌다. 아기울음 같은 소리로 잠을 방해한다. 착한 다람쥐와 토끼, 반가운 까치도 잡아먹는다. 당연한 먹이사슬이지만, 고양이가 미운 사람 눈에는 악이다.

 1월, 서울시와 각 구청이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 시민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TNR 대상 길고양이를 포획, 방사, 모니터링하는 일을 한다. 포획(Trap)-중성화수술(Neuter)-방사(Return)로 이어지는 과정이어서 TNR이다.

 2월, 동물보호 정책토론회도 열었다. ‘사람과 동물이 행복한 도시’를 위해서다.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가 나왔다.

 “25만 마리의 길고양이가 있는데 1년에 약 4000~5000마리 정도만 중성화수술이 되고 있다. 나머지는 영양실조라든지 로드킬 등의 문제로 생명에 굉장한 위협을 받고 있다. 한 군집에 70% 이상이 중성화수술을 받아야 고양이를 보호할 수 있고 민원의 소지도 줄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실질적인 예산편성이 필요하다.”

 “각 공원에 일정 규격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마련한다면 캣맘들이 깨끗하고 청결한 환경에서 먹이도 줄 수 있고 길고양이 포획도 쉬워질 것 같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가 불법이 아니고 또 중성화된 고양이가 설치류의 번식을 막기 때문에 주민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가 정확한 홍보와 해결책을 제시해야 앞으로 캣맘과 지역주민 사이의 분쟁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 없이 거리나 주택가 등지에서 스스로 번식해 살면서 야생화한 고양이가 길고양이(옛 도둑고양이)다. 고양이는 1년에 두 번 번식하고 한 번에 새끼를 여럿 낳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숫자가 급증한다. 길고양이를 붙잡아 중성화수술을 한 다음 풀어주면 번식기 울음소리, 고양이들 간의 싸움 등을 막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길고양이 개체수도 줄어든다.

 길고양이의 왼쪽 귀에 ‘V’자형 표시가 있다면 중성화수술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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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주지 관할구청과 계약된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위탁기관에 신고하면 무상으로 포획, 중성화수술을 해준다. 수술비용은 암컷이 3배 정도 더 든다. 서울시가 싸게 맡긴다고 해도 마리당 평균 10만원은 지불해야 한다. 5000마리면 5억원, 만만찮은 액수다.  

 3월, 서울 중구 퇴계로 윤신근박사애견종합병원이 나선 이유다.

 원장 윤신근 박사가 서울시에 ‘유기 고양이 무료수술’을 제안했다. 길고양이 중성화수술을 공짜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한 두 마리도 아니다. 윤 박사는 “우선 올해 1800마리를 중성화수술하겠다”고 밝혔다. 더 할 수도 있으나 길고양이 수술에만 전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루에 5마리만 거세(수컷)하거나 난소자궁 제거(암컷) 시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랜 세월 동물들을 치료해왔고 첨단장비까지 갖췄으므로 고양이 중성화수술에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생명은 소중하다. 그 어떤 경우에도 돈의 논리를 앞세울 수는 없다”며 봉사의지가 확고하다.

 중성화수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도 목적이 있다. 이빨 스케일링과 항문낭 관리를 받는 애완견들이 낯설지 않게 된 것은 상당부분 윤 박사의 ‘홍보’ 덕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케널코프 따위 질환의 심각성을 줄기차게 외친 이 또한 그다. 종합예방접종(DHPPL) 한 방이면 그만이던 관행이 결국 교정되기에 이르렀다. 심장사상충의 위험을 공론화한 공 역시 윤 박사의 몫이다. 많은 수의학 지식들이 이렇게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고양이 ‘갸릉이’를 기르고 있다. 새끼 때 길에서 구출한 놈이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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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윤신근,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무료…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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