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축소·은폐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1심 무죄 판결과 관련, 수사 대상 범위를 넓혔다면 판결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진선미·진성준 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주최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용판 1심 재판이 풀지 못한 진실과 의혹-김용판 무죄판결의 의미와 문제점' 좌담회가 열렸다.
고제규 시사인 기자는 이 사건의 쟁점을 '김 전 청장의 지시 혐의'와 '증거자료의 늑장 제출에 따른 수사 방해 의혹'으로 지목하며, 이 과정에서 혐의 대상자 범위를 김 전 청장의 단독 행위가 아닌 당시 수사라인인 최현락 수사부장과 이병하 수사과장, 김병찬 수사2계장 등 3인으로 확대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던졌다.
고 기자는 "수사라인인 3인이 관여돼 있으면서도 판결문에서는 '권은희 과장이 폭로로 얻는 실익이 없다는 점'을 인용하면서 결정적일 때만 이들의 증언을 담았다"고 전했다.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도 "기소 대상을 김 전 청장에 한정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공범이나 다름없다"면서 "2012년 12월15일 이전 행위에 대해 더 파헤쳐야 했었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차장은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특검 실시를 촉구하며 분신해 숨진 이남종(40)씨의 사례를 들며 "고인의 분신 동기가 '정권 비판'이었다는 정황이 있었는데도 경찰의 진술인 '채무 관계'로만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면서 "이번 사건도 재판부가 전체의 흐름을 보지 않고 경찰의 진술을 너무 쉽게 믿어버렸다"고 꼬집었다.
경찰의 허위 중간수사 결과 발표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진선미 의원은 "대선 직전인 16일 밤 11시에 발표했어야만 했냐. 전례 없었던 일이다. 게다가 '혐의 사실이 없다'고 단정했는데, 국정감사 때 밝혀진대로 발표 내용이 부실했다. 늦은 밤 긴급하게 발표할 만큼 수사가 제대로 돼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발표할 만하다고 판단내린 (결정권)자가 누구인 것이냐. 분석 범위가 중요한데, 만약 숙성된 결과가 없었다면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고 성토했다.
진성준 의원은 "재판부가 '일부 사실만 갖고 발표한 것이 아쉽다'라고 표현한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사건의 본질은 정권 차원에서 정당성을 지켜려내고 총력다해 수사 방해하는 등 행위를 자행해 재판 결과에까지 영향을 행사한 것이라 본다"라면서 "이러한 과정을 밝혀려내면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 있어야 한다. 특검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부실한 보호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는 "한 사람의 제보나 폭로 보다 조직 내 다수의 진술에 동조해준다면 진실을 파헤치는 데 중요한 증언이 되는 내부고발자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면서 "상명하복이 뚜렷한 조직이라면 더더욱 수뇌부의 비위 등에 대해 목소리는 내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는 "국민권익위원회 등 공공기관에 신고해야만 보호받을 수 있는 현행의 내부고발자의 보호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의원도 "우리 사회의 부정·불법 행위를 발본색원하려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입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작년 4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당시 김 전 청장의 수사 방해가 있었다고 폭로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상부에 보고 없이 관련 사안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서면 경고조치를 받았다.
권 과장은 지난 9일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에서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으로 발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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