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광주 양동시장 '일본 방사능에 AI까지' 한숨

기사등록 2014/01/22 14:29:37

최종수정 2016/12/28 12:10:55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설 명절을 1주일 여 앞둔 22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수산물 코너가 한산한 모습을 하고 있다. 2014.01.22.   guggy@newsis.com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설 명절을 1주일 여 앞둔 22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수산물 코너가 한산한 모습을 하고 있다. 2014.01.22.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엎친 데 덮친 격이죠"

 설 명절을 일주일 가량 앞둔 22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추운 날씨 속에도 적지 않은 손님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속된 경기 불황 속에 지난 2년 동안 '일본 방사능 공포'라는 직격탄을 맞은 수산물 점포들은 여전히 한산했다.

 일본산 참꼬막이 ㎏당 1만원으로 국내산(2만원)보다 절반이 쌌지만 손님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일본산이라고 적힌 생선 모두 외면 받았다.

 국내산 생선 가격을 흥정하던 고객들은 "너무 비싸다"며 발길을 돌렸다. 한 두름에 4만~10여만원하는 굴비가 그나마 팔려나가면서 체면치레 했다.

 과일 가게는 단골손님 위주로 주문 배달에 치중했다.

 하지만 올해 사과와 배가 냉해를 입으면서 맛과 질은 떨어진 반면 가격은 각각 5㎏ 2만5000~3만원, 7.5㎏ 3만5000원~4만원으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주문량이 크게 줄었다.

 설을 앞두고 가장 침울한 곳은 양동시장 내 일명 '닭전머리'에 밀집한 생닭·오리 판매업소 상인들이었다. 전북 고창 등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로 인해 생닭과 오리 판매가 뚝 끊겼다.

associate_pic2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설 명절을 1주일 여 앞둔 22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일명 '닭전머리'에 자리한 오리·닭 판매업소가 AI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01.22.  [email protected]
 종종 닭과 오리를 사가는 손님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60세가 넘는 노인들로 'AI 바이러스'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한 여주인(57)은 "식당에서 주문이 끊겼다"며 "어제 하루 종일 다섯 마리 팔았는데 한 마리 당 2000~3000원이 남는다. 전기요금 등을 빼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필 설을 앞두고 AI가 터졌는지 속상하다"며 "이 사태가 최대한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지난 2011년처럼 가게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한 상인은 "오늘 한 마리도 팔지 못했다"며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언론에서 너무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 방송을 보면 나조차 오리나 닭을 먹고 싶지 않더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상황은 광주 북구 신안동 오리의 거리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점심 시간이면 손님들로 가득차 줄을 서서 기다려 먹곤 했던 한 유명 오리탕 식당들도 AI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associate_pic2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설 명절을 1주일 여 앞둔 22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수산물 코너에서 주인과손님이 굴비값을 흥정하고 있다. 2014.01.22.  [email protected]
 문을 닫거나 손님이 없는 식당도 많았다. 한 식당 사장은 "지난 주 납품받았던 오리를 사용하지 못한 채 폐기하기도 했다"며 "설 전후로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반면 일본 방사능과 AI 등으로 인해 반사효과를 누리는 시장 상인들도 있었다.

 이날 양동시장 내 건어물 판매 점포에는 선물용 멸치 등을 사기 위해 몰려든 손님들로 활기가 넘쳤다.

 일본산 방사능과 냉해, 경기 불황 때문에 수산물이나 과일 대신 값 싸고 안전한 건어물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 점포는 오전에만 선물용 멸치를 100 상자 넘게 팔기도 했다.

 또 AI로 인해 닭과 오리 대신 한우 등을 선호하면서 식육점에 손님들이 몰리기도 했다.

 일부 상인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마지막 주말과 휴일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수산물을 파는 이모(53·여)씨는 "노인들은 설 1주일 전부터 미리미리 장을 보는 편인 반면 젊은 층은 주말이나 설 전날 재래시장을 많이 찾는다"며 "설이 다가올수록 사정이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르포]광주 양동시장 '일본 방사능에 AI까지' 한숨

기사등록 2014/01/22 14:29:37 최초수정 2016/12/28 12:10:55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