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철도노조와 정부, 지금 '고요 속의 외침' 게임 하나?

기사등록 2013/12/19 22:42:16

최종수정 2016/12/28 08:33:15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역대 최장기간'이라는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을 보면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게임이 떠오른다.

 이는 과거 TV 쇼 프로그램의 한 코너다.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헤드폰을 귀에 꽂은 상태에서 상대가 말하는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다. 상대방이 처한 처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이른바 '사오정' 게임이 벌어진다. 동문서답이 따로 없다. 

 지난 9일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하고 총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는 '수서 고속철도 주식회사(수서KTX)' 설립이 철도민영화의 시발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화의 장 마련을 끝없이 촉구하는 상태다.

 반면 코레일은 수서KTX 회사 설립은 소유 지분을 41%까지 확보했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닌 자회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승환 국토부 장관도, 정홍원 국무총리도,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 '민영화 아님'이란 답변으로 일관했다.

 노조는 민영화 반대와 함께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상대는 이를 듣지 못한다. 반면 정부와 코레일은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하라고 독려하지만 노조는 이에 무반응이다.

 노조와 정부·코레일은 각각 '불신'이라는 헤드폰을 착용한 채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

 철도노조는 '민영화 아님'이라는 말을 믿지 못한다. 아마도 과거 공기업이 민영화 수순을 밟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겨난 '불신'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정부는 '민영화 아님'이란 주장을 납득시키려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마련해야한다. 민영화를 할 수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기존에 설명한 코레일의 지분율 상승 등은 더 이상 '민영화 아님'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더 확실한, 노조도 안심하고 파업을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을 내놓아야 한다.

 노조의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민영화 반대와 맞물려있던 임금 관련 내용은 어느 덧 자취를 감췄다. 이것은 합법 파업을 위한 명분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철도파업을 반대하는 대다수에게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겉으로는 '시민을 위한 민영화 반대'라고 외치지만 결국 '자기 밥그릇 빼앗기지 않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TV 속 게임은 참가자들의 불통을 통해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노조와 정부·코레일 간 불통은 교통대란이라는 피해를 국민들에게 입힌다.

 한 발 물러선 양보는 서로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사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지금은 헤드폰을 벗고 상대의 외침에 귀 기울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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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철도노조와 정부, 지금 '고요 속의 외침' 게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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