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프랑스 소설가 프로스페르 메리메(1803~1870)의 동명 소설로,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1838~1875)의 오페라로 유명한 '카르멘'.
수많은 영화와 음악극, 연극 등으로 변주된 까닭은 주인공 '카르멘'의 매력 때문이다. 눈길 하나로 모든 남성을 유혹하는 그녀는 역대 어느 작품의 주인공에 뒤지지 않는 팜 파탈이다.
여공을 폭행한 혐의로 자신을 체포·호송해 가던 경찰관 '호세'를 유혹, 도주에 성공한 그녀는 결국 그에게 죽음을 당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끝까지 다른 남자들에게 눈길을 돌린 카르멘의 이런 성향은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절대적인 선으로 여겨지는 역사에서 거듭 해석해도 새롭다.
국내 초연 중인 미국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54)의 뮤지컬 '카르멘'은 카르멘을 순정파 여성으로 탈바꿈시킨다. 호세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버리는 순수한 여성으로 그린다.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법한 해석이다. 카르멘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반부 요부의 매력을 절절히 풍기던 카르멘이 호세와 사랑에 빠진 뒤 그에게 헌신한다는 내용은, 그런데 새롭다. 그녀의 열정을 유혹과 환희가 아닌 사랑으로 치환한 것이다. 원작에서는 호세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뮤지컬에서는 그를 위해 죽는다.
하지만 호세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너무 쉽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다른 장르보다 이야기의 힘이 약한 뮤지컬이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이다. 하지만 '카르멘'의 넘버는 이를 힘껏 뒷받침해주지는 못한다.
카르멘의 솔로곡이자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애절한 발라드 '그럴 수만 있다면', 집시 기타로 시작해 플라멩코의 매력을 한껏 품은 '비바' 등이 인상적이기는 하나 묵직하게 남는 넘버는 없다.
이 공연을 끝으로 올해만 한국에 6개 작품을 선보이는 와일드혼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사전에 주목받았다. 스페인과 프랑스, 동유럽 등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은 그가 그간 들려준 음악에 비해 색다른 분위기를 내기는 한다. 한국인의 정서에 와닿는 가요풍 느낌도 여전하다. 그러나, 그가 음악을 맡은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처럼 한번에 귓가를 사로잡는 힘은 부족하다.
수많은 영화와 음악극, 연극 등으로 변주된 까닭은 주인공 '카르멘'의 매력 때문이다. 눈길 하나로 모든 남성을 유혹하는 그녀는 역대 어느 작품의 주인공에 뒤지지 않는 팜 파탈이다.
여공을 폭행한 혐의로 자신을 체포·호송해 가던 경찰관 '호세'를 유혹, 도주에 성공한 그녀는 결국 그에게 죽음을 당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끝까지 다른 남자들에게 눈길을 돌린 카르멘의 이런 성향은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절대적인 선으로 여겨지는 역사에서 거듭 해석해도 새롭다.
국내 초연 중인 미국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54)의 뮤지컬 '카르멘'은 카르멘을 순정파 여성으로 탈바꿈시킨다. 호세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버리는 순수한 여성으로 그린다.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법한 해석이다. 카르멘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반부 요부의 매력을 절절히 풍기던 카르멘이 호세와 사랑에 빠진 뒤 그에게 헌신한다는 내용은, 그런데 새롭다. 그녀의 열정을 유혹과 환희가 아닌 사랑으로 치환한 것이다. 원작에서는 호세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뮤지컬에서는 그를 위해 죽는다.
하지만 호세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너무 쉽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다른 장르보다 이야기의 힘이 약한 뮤지컬이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이다. 하지만 '카르멘'의 넘버는 이를 힘껏 뒷받침해주지는 못한다.
카르멘의 솔로곡이자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애절한 발라드 '그럴 수만 있다면', 집시 기타로 시작해 플라멩코의 매력을 한껏 품은 '비바' 등이 인상적이기는 하나 묵직하게 남는 넘버는 없다.
이 공연을 끝으로 올해만 한국에 6개 작품을 선보이는 와일드혼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사전에 주목받았다. 스페인과 프랑스, 동유럽 등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은 그가 그간 들려준 음악에 비해 색다른 분위기를 내기는 한다. 한국인의 정서에 와닿는 가요풍 느낌도 여전하다. 그러나, 그가 음악을 맡은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처럼 한번에 귓가를 사로잡는 힘은 부족하다.

이야기와 음악의 아쉬움을 달래는 것은 배우의 호연과 무대다. 카르멘을 맡은 뮤지컬스타 차지연(31)은 자신이 지금껏 담당한 캐릭터 중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탁자 위에서 플라멩코를 추는 첫 모습부터 극 속에서 사망한 뒤 천상을 연상케하는 분위기에서 '그럴 수만 있다면'을 부를 때까지 그녀는 자신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른 뮤지컬배우보다 다소 키(172㎝)가 큰 그녀의 매력이 카르멘에 투영, 자신감 있는 섹시한 면모로 부각된다. 거칠고 강한 카리스마로 카르멘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소유를 주장하는 '가르시아'와 싸우는 장면에서도 이 때문에 더 역동적이다.
디지털적인 면이 부각되는 최근의 무대 장치·효과가 아날로그적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집시들이 뭉친 서커스단이 주요 소재인만큼 애크러배틱, 공중 실크액트, 마술, 대형 인형 등이 수시로 등장한다. 특히, 2막을 여는 무대는 실제 서커스 공연을 보는 듯하다. 마술의 완성도를 위해 마술사 이은결(32)이 매직 디렉터로 참여했다. 마임, 저글링, 외발자전거 등 전문 퍼포먼스 배우는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최근 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턴테이블 무대 사용도 효과적이다. 동선과 무대 장치가 효율적으로 바뀌면서 시공간 이동을 수월하게 해준다.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과장 또는 일그러지게 반영하는 거울 사용도 효과적이다.
그룹 'SES' 출신 가수 겸 뮤지컬스타 바다(33·최성희)가 또 다른 카르멘이다. 차지연의 카르멘에 비해 교태가 강한 점이 특징이다. 카르멘과 불 같은 사랑에 빠진 파멸에 이르는 호세는 뮤지컬스타 류정한(42)과 신성록(31)이 나눠맡는다.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호세의 약혼녀로 카르멘과 정반대인 순수한 매력의 '카타리나'로는 뮤지컬 배우 임혜영(31)과 신예 이정화(25)가 발탁됐다. 거칠고 강한 카리스마로 카르멘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소유를 주장하는 '가르시아'는 뮤지컬배우 최수형(34)과 에녹(33)이 번갈아 연기한다.
2014년 2월23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6만~13만원. 오넬컴퍼니·뮤지컬해븐. 02-2005-0114
차지연의 호연, 정직한 무대의 힘 ★★★
[email protected]
디지털적인 면이 부각되는 최근의 무대 장치·효과가 아날로그적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집시들이 뭉친 서커스단이 주요 소재인만큼 애크러배틱, 공중 실크액트, 마술, 대형 인형 등이 수시로 등장한다. 특히, 2막을 여는 무대는 실제 서커스 공연을 보는 듯하다. 마술의 완성도를 위해 마술사 이은결(32)이 매직 디렉터로 참여했다. 마임, 저글링, 외발자전거 등 전문 퍼포먼스 배우는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최근 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턴테이블 무대 사용도 효과적이다. 동선과 무대 장치가 효율적으로 바뀌면서 시공간 이동을 수월하게 해준다.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과장 또는 일그러지게 반영하는 거울 사용도 효과적이다.
그룹 'SES' 출신 가수 겸 뮤지컬스타 바다(33·최성희)가 또 다른 카르멘이다. 차지연의 카르멘에 비해 교태가 강한 점이 특징이다. 카르멘과 불 같은 사랑에 빠진 파멸에 이르는 호세는 뮤지컬스타 류정한(42)과 신성록(31)이 나눠맡는다.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호세의 약혼녀로 카르멘과 정반대인 순수한 매력의 '카타리나'로는 뮤지컬 배우 임혜영(31)과 신예 이정화(25)가 발탁됐다. 거칠고 강한 카리스마로 카르멘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소유를 주장하는 '가르시아'는 뮤지컬배우 최수형(34)과 에녹(33)이 번갈아 연기한다.
2014년 2월23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6만~13만원. 오넬컴퍼니·뮤지컬해븐. 02-2005-0114
차지연의 호연, 정직한 무대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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