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3년 반만에 687억' 에코넥스 왜 피해 컸나

기사등록 2013/11/05 10:00:00

최종수정 2016/12/28 08:18:56

기술·판권 믿고 올인…공공기관·연예인 보증
20∼40% 다단계식 수당 결국 '독이 든 사과'
에코넥스 측 "모터 하자…자체 기술개발 중"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에코넥스 전기자동차 주식투자 사기사건의 피해액은 검찰과 경찰이 밝혀낸 것만 687억4200여 만원. 피해자는 3730여 명에 이른다. 자본금 3억4000만원으로 3년 반 사이 700억원에 가까운 이득을 취한 셈이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이유는 뭘까. 검찰과 경찰, 피해자 모임 등은 대략 3∼4가지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기술력과 총판권 '믿은 도끼에'

 우선 기술력과 판권에 대한 허구성을 들고 있다. 에코넥스와 자회사격인 에코넥스 이디디가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1차적으로 내세운 유인책이 바로 원천기술과 아시아 총판권.

 장외주식의 위험성에 주저하는 투자자가 많을 것을 감안해 에코넥스 대표 소모(59·구속)씨를 '전기차 명장'으로 소개하고 네덜란드의 전기차 전문기업인 이(e)트랙션사와 13년간 공동개발을 해왔다며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또 일부 핵심 기술은 에코넥스에서 직접 개발했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를 미끼로 '조만간 주식시장에 상장될 것'이라고 주주총회나 사업 설명회 등을 통해 수차례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그러나 실제 에코넥스는 주식판매를 개시한 1년2개월 뒤인 2011년 6월 아시아 일부 지역 총판권을 포함한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1440만 유로(한화 220억 원)를 이트랙션에 선납하는 계약을 맺었을 뿐이고 이나마도 기한 내 완납되지 못해 계약은 중도 파기됐다.

 설령 완납됐더라도 생산공장이나 설비가 거의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여서 회사 측이 주장한 연내 전기차 양산과 대규모 해외수출, 국내 주식상장은 가능성이 희박했음에도 집단 최면에 걸린 듯 투자 열기는 들불처럼 번졌다.  

 에코넥스 한 전직 간부는 "직원들도 기술과 판권을 갖고 있다는 사장의 말만 믿고 블루오션을 꿈꾸며 휴일도 잊은 채 일했는데 수년이 지나도록 실적은 전혀 없고 네덜란드로부터 서류 한 장 넘어오지 않아 답답했다"며 "직원들도 말 못할 피해자"라고 하소연했다.

 ◇공공기관-연예인 등 '빗나간 보증'

 빈껍데기 상태였던 에코넥스 흥행에 조연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다름아닌 공공기관. 전남도와 영광군은 이트랙션과 정식 MOA 계약도 맺지 않은 에코넥스와 2011년 2월 덥썩 업무협약을 맺었고 영광군은 입지보조금과 기반시설비 등 혈세 11억3800만원을 지원했다.

 J사와 이트랙션간의 애초 계약서가 에코넥스와 이트랙션으로 둔갑한 데다 소 대표가 13년간 공동연구했다는 주장과 원천기술과 아시아 총판권, 연내 생산능력 모두 거짓이었음에도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아 결국 보증사고를 내고 말았다.

 유명 인사들도 일조했다. 녹색성장을 국정 제1과제로 내세운 MB정부 시절 이명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지방산업단지(대마산단) 기공식에 참석했고 이는 더 없는 불쏘시개가 됐다.

 경남지사와 국회의원을 거쳐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김혁규 전 지사가 에코넥스 회장직을 맡은 것은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밖에 인기 TV드라마에 출연한 중견탤런트와 정치권 유명인사 등이 임직원이나 초기 투자자로 뛰어들면서 정치인과 공직자, 기업인, 의료인들의 투자 행렬이 이어졌다.

 피해자 이모(55)씨는 "기술력과 총판권을 믿었고 전직 경남지사가 회장으로 있는데다 지방산단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현지 방문까지 해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40% 다단계식 수당

 검·경이 구속된 소 대표를 포함한 5명(4명은 구속 후 보석)의 피의자 이외에 핵심 피의자로 판단하고 있는 인물은 대략 20여 명. 회장단을 비롯해 부사장, 고문, 이사, 부장, 팀장 등이다.

 이들은 세계적 기술력과 아시아 총판권을 보유했다는 허위 사실을 앞세워 무차별적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였고 전기차에 대한 형식 승인도 나지 않았음에도 서울, 경기 남부, 경남 등지에서는 대리점 계약까지 맺었다.

 일부에서는 자녀 취직과 식당 운영, 경비, 청소, 고철수거 사업권을 빌미로 주식을 닥치는대로 처분했다.

 이들이 투자자 모집에 혈안이 된 이유는 다름아닌 고율의 배당금. 투자자 유치 수당은 최고 40%에 달했고 참여자가 입소문을 타고 확산되면서 자연스레 다단계 조직화로 변질됐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금의 20∼40%를 즉시 입금해주는데 누군들 귀가 솔깃하지 않겠느냐"며 "상장 안된 회사라 할지라도 주주들에게 공시나 공지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투자자들 스스로도 업체에 대해 면밀하게 파악한 뒤 투자하는 지혜와 인내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코넥스 측은 "주식공모는 합법적 절차를 따라 이뤄졌으며 모터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트랙션에 이의를 제기하고 송금업무 등을 중단한 것"이라며 "현재 자체적으로 한국형 직구동모터를 한국특허 기준에 맞춰 개발 중"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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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3년 반만에 687억' 에코넥스 왜 피해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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