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가슴 시리도록 높고 푸른 하늘, 누렇게 변해가는 황금 들녘과 익어가는 오곡백과, 전국의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의 향연이 있어 가을은 길 떠나기에 좋은 계절이다.
오늘은 인류의 조상들이 삶을 잉태한 태고의 장소, 동굴로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쉽게 갈 수 없어 신비로운 나라,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장소로 더욱 유명해진 뉴질랜드로 출발! 뉴질랜드는 백년설이 있어 사계절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남섬과 유황온천, 사막, 화산까지 존재하는 북섬으로 이루어진 자연 친화적인 나라이다.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 남쪽 200km 지점에 세계적으로 희귀한 반딧불이 동굴인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s)이 있다. 와이토모 동굴은 영국의 탐험가 프레드와 마오리 추장에 의해 1887년에 발견됐다. 이 동굴의 불가사의한 신비스러움을 관람하기 위해 매년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마오리족의 안내를 받으며 지하 강물을 따라 보트를 타고 도착한 곳에서 랜턴을 끄고 무심히 바라본 천장, 와~! 탄성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마치 꿈결인 듯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는 듯 눈앞에 펼쳐진 청보라빛 풍경이 주는 몽롱함과 환상적인 풍경은 말로는 다 담을 수가 없다.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는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이 경이로운 풍경은 마치 영원의 우주 공간을 떠도는 듯 가슴이 벅차다.
불빛의 출처는 동굴 안에 서식하는 반딧불이 글로우웜(Glowwarm)이다. 천장에 지은 집에 파란색 유충들이 매달려 실처럼 기다랗고 끈적한 촉수를 늘어뜨려 빛을 밝히는데 이 약한 빛만으로도 동굴에서 서식하는 눈이 퇴화된 곤충들을 유인하기에는 충분하다. 이 신비로운 빛이 먹잇감을 위한 유인책이라니 자연의 세계는 먹이사슬의 틀을 벗어나기는 어려운가 보다.
지난여름, 와이토모 동굴처럼 순수함을 그대로 지닌 우리나라의 동굴을 탐험할 기회가 있었다. 백룡동굴! 1979년 천연기념물 260호로 지정된 후 미개방 상태로 보존되었던 자연 석회동굴로 2010년 7월 개장한 국내 최초의 생태 학습형 체험동굴이다.
생태체험으로 진행되는 백룡동굴의 탐사는 스릴 만점 여행이다. 동굴 내 기온은 연중 10℃ 안팎이며 습기도 많고 바닥은 질척하다. 동굴 훼손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설비로 동굴 안에서 앉아서 또는 기어서 이동하는 것은 필수, 그래서 동굴 탐사는 안전교육 및 탐사장비 착용으로 시작한다. 안전모, 해드랜턴과 장갑, 특히 체온유지에도 신경을 써야 하므로 탐사 시 제공되는 붉은색 탐사복장으로 갈아입고 장화도 신는다. 이 정도면 탐사 준비 완료! 이젠 동굴 전문 가이드와 함께 동강의 푸른 물줄기를 가르며 배에 올라 백운산 자락으로 들어가면 된다.
백룡동굴은 그 규모가 크고 동굴 생성물의 학술 가치가 큰 석회 동굴로 석회암 지대에 생성된 종유굴이다. 석회암이란 바닷속에 사는 산호나 조개 같은 생물들이 죽은 후 쌓이면서 암석으로 변한 것으로 지각변동 시기에 육지 위로 솟아올라 오랜 세월 동안 빗물과 지하수가 녹아 흐르면서 크고 작은 구멍을 만들게 된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지열을 받게 되면 물과 이산화탄소가 증발하여 다시 앙금으로 변하는데 이처럼 녹았다가 굳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석회 동굴이 만들어진다. 즉, 탄산칼슘(CaCO3)이 주성분이 석회암 지대에 이산화탄소(CO2)가 녹은 빗물과 지하수가 지나가면서 고체인 탄산칼슘이 물에 녹는 탄산수소칼슘(Ca(HCO3)2)으로 변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동굴이 생성된다.
석회암이 녹으면서 동굴은 더욱 확장되며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만든다. 천장의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고드름처럼 생긴 종유석과 빨대처럼 속이 빈 종유관, 종유석의 물방울이 땅에 떨어져서 위쪽으로 자라나는 석순,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기둥을 이룬 석주, 경사진 천장과 벽면을 따라 커튼 모양으로 자라는 커튼과 베이컨시트, 천장이나 벽면에 물이 흘러내리면서 만들어지는 유석 등 수억 년을 간직해 온 자연의 비밀이 화려한 지하궁전에 펼쳐지게 된다.
동굴속 지하 세계로의 여행이 끝나면 어둠을 밝히던 랜턴이 모두 꺼진다. 눈을 뜨고 있어도 보이는 것 하나 없는 절대 암흑! 백룡동굴 체험의 백미다. 태고의 암흑과 정적만이 존재하는 그곳에 와이토모 동굴처럼 반딧불이는 없지만 수억 년 전의 신비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가을이 가는 길목에서 아름다운 궁전 지하동굴 속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알고 떠난다면 여행은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신비의 자연 세계를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김경희(구성고등학교 수석교사)
[email protected]
오늘은 인류의 조상들이 삶을 잉태한 태고의 장소, 동굴로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쉽게 갈 수 없어 신비로운 나라,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장소로 더욱 유명해진 뉴질랜드로 출발! 뉴질랜드는 백년설이 있어 사계절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남섬과 유황온천, 사막, 화산까지 존재하는 북섬으로 이루어진 자연 친화적인 나라이다.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 남쪽 200km 지점에 세계적으로 희귀한 반딧불이 동굴인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s)이 있다. 와이토모 동굴은 영국의 탐험가 프레드와 마오리 추장에 의해 1887년에 발견됐다. 이 동굴의 불가사의한 신비스러움을 관람하기 위해 매년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마오리족의 안내를 받으며 지하 강물을 따라 보트를 타고 도착한 곳에서 랜턴을 끄고 무심히 바라본 천장, 와~! 탄성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마치 꿈결인 듯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는 듯 눈앞에 펼쳐진 청보라빛 풍경이 주는 몽롱함과 환상적인 풍경은 말로는 다 담을 수가 없다.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는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이 경이로운 풍경은 마치 영원의 우주 공간을 떠도는 듯 가슴이 벅차다.
불빛의 출처는 동굴 안에 서식하는 반딧불이 글로우웜(Glowwarm)이다. 천장에 지은 집에 파란색 유충들이 매달려 실처럼 기다랗고 끈적한 촉수를 늘어뜨려 빛을 밝히는데 이 약한 빛만으로도 동굴에서 서식하는 눈이 퇴화된 곤충들을 유인하기에는 충분하다. 이 신비로운 빛이 먹잇감을 위한 유인책이라니 자연의 세계는 먹이사슬의 틀을 벗어나기는 어려운가 보다.
지난여름, 와이토모 동굴처럼 순수함을 그대로 지닌 우리나라의 동굴을 탐험할 기회가 있었다. 백룡동굴! 1979년 천연기념물 260호로 지정된 후 미개방 상태로 보존되었던 자연 석회동굴로 2010년 7월 개장한 국내 최초의 생태 학습형 체험동굴이다.
생태체험으로 진행되는 백룡동굴의 탐사는 스릴 만점 여행이다. 동굴 내 기온은 연중 10℃ 안팎이며 습기도 많고 바닥은 질척하다. 동굴 훼손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설비로 동굴 안에서 앉아서 또는 기어서 이동하는 것은 필수, 그래서 동굴 탐사는 안전교육 및 탐사장비 착용으로 시작한다. 안전모, 해드랜턴과 장갑, 특히 체온유지에도 신경을 써야 하므로 탐사 시 제공되는 붉은색 탐사복장으로 갈아입고 장화도 신는다. 이 정도면 탐사 준비 완료! 이젠 동굴 전문 가이드와 함께 동강의 푸른 물줄기를 가르며 배에 올라 백운산 자락으로 들어가면 된다.
백룡동굴은 그 규모가 크고 동굴 생성물의 학술 가치가 큰 석회 동굴로 석회암 지대에 생성된 종유굴이다. 석회암이란 바닷속에 사는 산호나 조개 같은 생물들이 죽은 후 쌓이면서 암석으로 변한 것으로 지각변동 시기에 육지 위로 솟아올라 오랜 세월 동안 빗물과 지하수가 녹아 흐르면서 크고 작은 구멍을 만들게 된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지열을 받게 되면 물과 이산화탄소가 증발하여 다시 앙금으로 변하는데 이처럼 녹았다가 굳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석회 동굴이 만들어진다. 즉, 탄산칼슘(CaCO3)이 주성분이 석회암 지대에 이산화탄소(CO2)가 녹은 빗물과 지하수가 지나가면서 고체인 탄산칼슘이 물에 녹는 탄산수소칼슘(Ca(HCO3)2)으로 변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동굴이 생성된다.
석회암이 녹으면서 동굴은 더욱 확장되며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만든다. 천장의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고드름처럼 생긴 종유석과 빨대처럼 속이 빈 종유관, 종유석의 물방울이 땅에 떨어져서 위쪽으로 자라나는 석순,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기둥을 이룬 석주, 경사진 천장과 벽면을 따라 커튼 모양으로 자라는 커튼과 베이컨시트, 천장이나 벽면에 물이 흘러내리면서 만들어지는 유석 등 수억 년을 간직해 온 자연의 비밀이 화려한 지하궁전에 펼쳐지게 된다.
동굴속 지하 세계로의 여행이 끝나면 어둠을 밝히던 랜턴이 모두 꺼진다. 눈을 뜨고 있어도 보이는 것 하나 없는 절대 암흑! 백룡동굴 체험의 백미다. 태고의 암흑과 정적만이 존재하는 그곳에 와이토모 동굴처럼 반딧불이는 없지만 수억 년 전의 신비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가을이 가는 길목에서 아름다운 궁전 지하동굴 속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알고 떠난다면 여행은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신비의 자연 세계를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김경희(구성고등학교 수석교사)
[email protected]
